기사최종편집일 2024-05-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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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쿄④]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는 대한민국 대표팀입니다

기사입력 2021.07.23 09:53 / 기사수정 2021.07.23 09:53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케냐 출신 마라토너 오주한, 미국 출신 럭비선수 김진, 중국 출신 탁구선수 전지희, 최효주 등.

피부색, 눈 색깔은 달라도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는 이들이 있다. 여러 갈림길을 앞두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택한 선수들로서, 남다른 애국심과 열정으로 무장한 채 올림픽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 ‘한국을 위해 달린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오주한(8월 8일 남자 마라톤)

국내스포츠 팬들에게 한국 ‘마라톤’ 하면 아직까지 황영조(1992년 바르셀로나 금메달), 이봉주(1996년 애틀란타 은메달)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다음 세대의 마라토너들은 잘 알지 못한다. 이봉주 이후 마라톤 메달의 명맥이 끊겼기 때문. 하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25년 만에 한국 마라톤의 명맥을 이을 만한 선수가 나타났다. 바로 케냐 출신 마라토너 오주한(33)이다. 

케냐 빈민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는 먹고 살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 2009년 미국에서 마라톤 팀을 창단한 故 오창석 감독과 인연이 닿아 한국 귀화를 추진했다. 이후 2015년 청양군청에 입단한 에루페는 201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해 오주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오씨 성은 당시 에루페를 한국으로 이끈 오창석 감독의 성을 땄고, ‘주한’이라는 이름은 ‘한국을 위해 달린다’라는 의미다. 

귀화부터 올림픽 출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6 리우 올림픽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나서지 못했고, 2020 도쿄 올림픽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귀화 3년 뒤에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나서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대한육상연맹이 재심사를 추진했고, IAAF가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면서 오주한의 도쿄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 문서상의 걸림돌이 없어진 오주한은 2019년 10월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경주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2시간08초42초에 완주, 올림픽 출전 기준인 2시간11분30초를 통과하면서 출전권을 따냈다.

이제 오주한의 시선은 올림픽으로 향한다. 지난 5월 오주한의 ‘한국 아버지’ 오창석 감독의 갑작스런 별세로 큰 아픔을 겪었지만, 슬퍼만 할 수는 없는 상황. 한국인으로서의 첫 올림픽 메달을 한국과 아버지에게 바치고자 하는 오주한이다. 


◆ ‘어머니의 나라에서’ 미국 출신 럭비선수 김진(7월 26일 뉴질랜드전~)

대한민국 럭비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쓸 예정이다. 지난 1923년 국내에 럭비가 도입된 지 96년 만에 첫 올림픽 출전이기 때문. 세계랭킹 31위의 대표팀은 뉴질랜드(2위)와 호주(6위), 아르헨티나(7위)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로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쓰고자 한다. 

한국 럭비 귀화 1호 선수인 안드레 진 코퀴야드(한국명 김진)의 각오도 남다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진은 어렸을 때 서울서 살다 식품 무역업을 하던 미국인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와 미국 등으로 옮겨 다니며 살았다. 그러던 중 고교 시절 처음 접한 럭비의 매력에 푹 빠져 럭비 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했고, 미국 17세 이하 대표팀에 뽑히는 등 실력까지 인정받았다. 

이후 취직하면서 럭비의 꿈을 접었던 김진은 2015년 대한럭비협회의 외국인 선수 구인 소식을 듣고 다시 럭비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고, 2017년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으면서 당당히 올림픽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홍콩 귀화 제의도 받았지만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로 거절했다. 대표팀 주장 박완용도 “훈련도 적극적이고 한국인이란 자긍심과 책임감이 정말 투철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 

김진은 2018년 아시안게임에선 아쉽게 뽑히지 못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당당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진은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에 아시아 럭비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 ‘귀화 10년차’ 중국 출신 탁구선수 전지희(7월 24일 혼합복식 w/이상수, 27일 단식)

‘귀화 10년차’ 전지희(28)에게 이번 올림픽은 설욕의 장이 될 예정이다. 2016년 첫 올림픽에서의 노메달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풀고자 한다. 

전지희는 지난 2011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중국에선 티엔민웨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대표로 활약한 바 있지만 성인 국가대표까지는 오르지 못했던 전지희는 탁구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전지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며 국가대표의 꿈을 달성했다. 

하지만 첫 올림픽 무대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선 전지희는 단식 16강 탈락, 단체전 8강 탈락의 성적으로 고배를 마셨다. 탁구 대표팀도 28년 만에 노메달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전지희로선 두 번째 올림픽은 다를 것이라는 각오다. 그동안 전지희는 2019년 양하은과 함께한 독일 오픈서 복식 우승을 차지하고 T2 다이아몬드리그 단식 대회선 세계랭킹 1위 천멍(중국)을 잡는 파란을 일으키는 등 성장세를 거듭했다. 노련미까지 갖춘 전지희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으로 지난 올림픽에서의 노메달 수모를 갚고자 한다. 

한편, 2013년 16세의 나이로 중국에서 귀화해 2018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최효주(23)도 이번 대회 단체전에 나서 메달을 노린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럭비협회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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