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30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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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한화 있을 건가요?" 김민우, 생애 가장 어려웠던 인터뷰 [대전:스케치]

기사입력 2021.05.05 20:00 / 기사수정 2021.05.05 19:40


[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1선발로 뽑혔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시프트가 편하신가요?", "선발의 부담감을 어떻게 떨쳐내시나요?" 한화 이글스 어린이 기자단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김민우도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한화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홈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어린이팬들을 위한 '주니어 JOB 월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날 참가자로 선정된 한화 어린이팬들은 기자, 리포터, 장내 아나운서, 응원단장, 치어리더와 볼보이까지 야구장 안의 여러 역할들을 체험했다.

어린이 기자단으로 뽑힌 어린이팬 스무 명은 실제 경기 전후 미디어 인터뷰가 진행되는 곳에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투수 김민우가 한화 선수단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나섰다. 홍창화 응원단장의 도움을 받아 질문 리허설까지 마친 어린이 기자단은 김민우가 인터뷰실에 도착하자 갖가지 궁금증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민우 선수,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요?"라는 귀여운 첫 질문에는 "좋아한다. 콘 종류를 좋아한다"라고 가볍게 답했다. 이어 "제일 친한 선수가 누구인가요?"라는 물음에 김민우는 "한 명만 얘기하면 김범수 선수와 친하다"고 얘기했다. 김민우의 답변에 "파이어볼러!", "나 김범수 좋아하는데" 등 여기저기서 코멘트가 달렸다. 

그리고 '어렸을 때도 꿈이 야구선수였나', '몇 살 때부터 야구선수의 꿈을 꾸었고 계기는 무엇인가' 등 김민우의 어린 시절을 궁금해 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김민우는 "어릴 때 타자가 되고 싶었나요, 투수가 되고 싶었나요?"라는 신선한 질문에 "박찬호 선배를 보고 야구를 시작하게 된 거라 투수로 잘 되고 싶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시프트가 편하신가요?"
"솔직히 큰 생각이 없어요. 제가 도움을 받는 거기 때문에 좋고 싫고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새로 오신 감독님이 1선발로 뽑았을 때의 소감은요?"
"너무 큰 자리니까 믿어주신 것에 감사한 일이에요. 책임감으로 잘하려고 하고 있어요"


어린이 기자단의 질문은 수준이 높았고, 점차 심오해지기까지 했다. "김민우 선수의 10승 이상을 기원한다"는 말로 운을 뗀 한 어린이 기자는 "선발에 대한 부담감이 클텐데 어떻게 부담감을 떨쳐내고 좋은 경기를 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 질문에 신중하게 답변을 고민한 김민우는 "선수들이라면 각자의 루틴, 매번 해오던 행동들이 있다. 늘 내가 해오던 루틴 속에서 자신감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당신의 삶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을 받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김민우는 한참 생각에 빠졌고,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라 잘 모르겠다"고 웃은 뒤 "늘 후회할 행동을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돌아봤을 때 후회되지 않도록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좌우명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너그러운 어린이 기자들은 김민우의 겸손한 답변에 응원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훌륭한 야구선수가 꿈이라며 어떤 노력을 해야 하냐고 물은 어린이의 말에 김민우가 "어떤 노력이라는 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꾸준히 하다보면, 내가 훌륭한 선수는 아니지만 더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생긴다"고 얘기하자 한 어린이가 "내 생각에는 김민우 선수가 아주 훌륭한 선수 같다. 한화 선수 중에 제일 잘한다"고 말해 김민우에게 미소를 안겼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목표는 규정이닝 144이닝 던지는 거예요. 작년부터 그게 목표였는데 못해서 올해는 꼭 해보고 싶어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요"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아버지가 치킨집을 하셔서 아버지를 돕지 않았을까 해요"
"치킨집 이름이 뭐예요?!"

"가장 상대하기 힘든 선수는?"
"아직 올 시즌 모든 팀을 다 만나지 않았는데, 한동민에서 이름이 바뀐 SSG 한유섬 선수, 그 타자한테 성적이 가장 안 좋았어요"

"올해 꼭 이기고 싶은 팀이요"
"사직야구장, 롯데전에서…."
"엄청 약했죠?" 
"
네, 사직야구장에서 잘 던져보고 싶어요"


이후로 김민우는 "우리 엄마가 김민우 팬이다. 완봉승 백 번 했으면 좋겠다"라는 갑작스러운 외침을 들었고, 올해 목표는 무엇인지, 경기 전에는 무슨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한화에 계속 있을 것인지, 또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받으면서 '아내가 해준 음식을 좋아하고, 한화에 계속 있을 것이며, 아내를 너무 사랑한다'고 고백한 후에야 기자회견을 끝낼 수 있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김민우는 실제로 식은땀을 닦으며 인터뷰실을 빠져나왔다. "다른 세상에 갔다온 것처럼 정신이 없다"고 호소한 김민우는 '가치관' 질문을 가장 당황했던 질문으로 꼽으며 "깜짝 놀랐다. 엉덩이에 땀이 찬 것 같다"면서 웃었다. 이내 "긴장 안 하고 왔는데 질문이 이럴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야구 인생 사상 가장 귀엽고도 험난했던 기자회견 소감을 전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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