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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윤여정, 어떻게 전 세계를 사로잡았나 [원더풀! 윤여정①]

기사입력 2021.04.25 10:00 / 기사수정 2021.04.25 08:19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윤여정의 지난 작품 활동과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까지의 여정, 소탈함이 돋보인 인상 깊었던 말들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75세 관록의 한국 여배우가 영화 한 편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36관왕을 휩쓸며 한국인 최초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의 이야기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1980년대,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 아칸소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분)과 사위 제이콥(스티븐 연)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가족들이 농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로 따뜻한 희망을 전해주는 인물이다.

'미나리'의 원더풀한 기록들은 지난해 2월 열린 제36회 미국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부터 시작됐다. 자국 영화 경쟁 부문(U.S. Dramatic Competition)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으로 2관왕을 영예를 안았는데, 당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 2관왕을 달성한 것은 '미나리'가 유일했다. 

이후 윤여정은 전미 비평가위원회(NBR)를 비롯해 LA,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온라인,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오클라호마,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뮤직시티, 노스캐롤라이나, 노스텍사스, 뉴멕시코, 샌디에이고, 아이오와, 콜럼버스, 사우스이스턴, 밴쿠버, 디스커싱필름, 미국 흑인, 피닉스, 온라인 여성, 할리우드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라티노 엔터테인먼트 기자협회, 디트로이트 비평가협회, 국제 온라인 시네마, 오스틴 영화비평가 협회 등을 휩쓸며 오스카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이달 들어서는 오스카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배우조합상(SAG),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미국독립영화상 '스피릿 어워즈'에서 연달아 여우조연상의 영광을 안으며 미국 아카데미 수상의 가능성을 높였다. 무려 36관왕이다.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가능성은 유력하다. 미국 할리우드 시상식 예측 전문 사이트 골든더비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제93회 오스카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윤여정을 선정했다. 예측 투표에서는 총 4583표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며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버스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순을 제쳤다. 

1947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74살인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된다면 한국인 최초의 오스카 연기상 수상이라는 금자탑을 쌓는 대기록이다. 또한 이 부문에는 영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아시아 배우로는 두 번째, '인도로 가는 길'(1984)의 페기 애슈크로프트, '하비'(1950)의 조지핀 헐에 이어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수상자가 된다. 

윤여정은 어떻게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먼저 지난해 오스카 4관왕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은 씨네21 인터뷰에서 "('미나리'의 순자는) 배우 윤여정 55년 연기 인생에 역대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극찬하며 "그동안 유니크하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해왔는데 '미나리'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할머니 캐릭터였다. 일반적인 할머니의 상을 비껴가는,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할머니 캐릭터라 어딘지 통쾌하고 좋았다"고 평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다.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불안한 감정의 캐릭터에서 빈틈을 발견해낸다. '미나리'의 신스틸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호평했고, 인디와이어는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감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펼친 한국의 베테랑 윤여정의 수상은 결코 놀랍지 않다. 오스카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품격과 재치를 고루 갖춘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 세계인들도 푹 빠졌다. 윤여정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 사람들이 인정해 줘 특별히 고맙다"고 농담 어린 유쾌한 소감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지난 9일 별세 소식이 전해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에게 애도 표하며 영국인들을 위로하는 소감을 전했다. 이에 로이터와 인디펜던트는 윤여정의 재치 넘치는 수상소감이 모두를 즐겁게 했다고 주목했다. 

또한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두 아들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아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며 "내가 (증오범죄) 공격을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고 아시안들을 상대로 한 증오 범죄에 소신을 드러내며 다시 한번 이목을 끌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엑스포츠뉴스에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 노미네이트는 한국 배우가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난해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했지만 배우들의 노미네이트는 없었다. K콘텐츠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한국 배우들의 저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수상 여부를 떠나 노미네이트 만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일을 했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우리에게는 이미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이지만 외국 사람들은 윤여정 배우의 대사나 뉘앙스에서 독특함이나 신선함을 느낀 것 같다. 미국 영화이지만 한국 이민자의 삶을 다룬 '미나리'에 의외성을 가진 동양인 할머니 캐릭터 순자가 등장하며 극의 요소마다 분위기 전환의 역할을 잘 해준 것이다. 70대 배우의 관록이 통했다"고 평했다.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배우들의 연기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는 의미는 두말 필요 없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는 뜻이다. (심사위원들이) 나름의 판단대로 투표를 할 텐데, 이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배우 자체에 대한 매력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워낙 겸손하고 진솔하신 분이라 앞선 수상 소감과 같은 발언들이 인간적인 매력, 호기심으로 작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다. 분위기를 가져갔다고 해야할까. 현재까지 진행된 아카데미 레이스를 볼 때 모든 지표가 윤여정 배우를 가리키고 있다"며 "만일 다른 사람이 수상한다면 오히려 그 상황이 의외의 결과라고 볼 수 있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나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총 6개 부문 후보에 선정됐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26일 월요일 오전 10시, LA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판씨네마㈜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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