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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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30호 이승윤-‘셀러브리티’ 아이유, 지극한 애매함이란 곧 유일함임을

기사입력 2021.02.06 17:00



“충분히 대중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예술적이지도 않다”

‘싱어게인’ 화제의 참가자 30호 이승윤의 이 발언은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그다지 이해가지 않는 발언이다.



그의 발언에 MC 이승기는 “30호 가수 같은 애매함이라면 애매하게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반대로, 그가 ‘싱어게인’ 출연 시점까지 무명가수였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발언이기도 하다.

첫 등장에서 보여준 30호 가수 이승윤의 넘치는 자신감은 ‘무대에 서기 전에 이미 실패를 받아들인 사람의 자신감’에 가까웠다.

나는 재능이 없고, 어차피 탈락할 것이 뻔하니 당신들이 나를 선택하지 않을지라도 내 마음대로 말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태도.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 있게 선보인 음악. 그래서 그의 ‘싱어게인’ 속 발언인 “장르가 30호다”라는 발언과 “칭찬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라는 발언은 모순적임과 동시에 일관성이 있다.



아무리 제 멋에 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그 어떤 한계와 마주하기 쉽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자신에게 ‘기대’를 갖는 것이 무서워지기도 한다.

기대했다가 절망하면 더 아프니까,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서 질주했는데 알고 보니 나 자신이 한계 덩어리 그 자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테니까.

인간의 마음에도 위치 에너지라는 것이 존재해 감정이 희망이라는 하늘에 높이 올라갈수록 절망이라는 땅에 부딪쳤을 때 충격력이 배가 된다.

항상 잘 될 자신이 없는 사람에겐, 자신의 마음을 너무 희망에 가까이 올려놓지 않는 것도 나름 일리 있는 대처법이다. 마음이 높이 올라가 있지 않으면 낙하 거리도 짧고, 충격력도 약하니까.

특히나 30호 가수처럼 자신을 ‘경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정체성이 불분명한 애매모호한 가수라 여기는 사람 입장에선 이와 같은 대처법은 더더욱 우선순위가 높은 대처법이다.

이러한 30호 가수 기준으로 보면, ‘싱어게인’은 자신의 재능을 알리는 장소임과 동시에 지금까지 견고하게 쌓아두었던 마음 속 철옹성이 허물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글의 또 다른 주인공인 아이유. 00년대 후반(2008년 데뷔)에 데뷔한 가수 중 독보적으로 유니크한 가수임과 동시에 독보적으로 애매한 가수였다고 평할 만한 아티스트다.

아이유가 데뷔한 2008년은 大아이돌그룹 시대의 서막이라 불리는 시기로, 아이유 나이대에 재능 있는 친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룹으로 데뷔했다. 일단 스타트부터 시대의 대세와는 동떨어져 있는 스타트였던 셈. 심지어 그 시기에는 여성 솔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가 대단히 팽배했다.

그의 데뷔곡 ‘미아’ 역시도 대세와 동떨어져 있긴 마찬가지인데, 이 ‘미아’가 발표되던 시기는 원더걸스의 ‘텔미’, ‘소핫’, ‘노바디’로 대표되는 大후크송 전성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슬픈 사랑 노래라니. 흥행에 실패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에 뛰어나고 매력 있는 20대 가수들 많고 많지만, 아이유처럼 해석이 분분한 가수는 정말 많지 않다. 아이유는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천지차이로 갈리는 아티스트로, 특히 아이유가 지금과 같은 내공을 쌓기 전엔 그런 면이 더 심했다.

아이돌이라 하기엔 걸그룹 멤버가 아니고, 아티스트라고 하기엔 아이돌 기믹이 상당히 강한 소녀.

그냥 아이돌이라고 하기엔 음악적 재능과 가능성이 충분하고 음악가로서 자아가 강한 것도 분명한데, 그렇다고 아티스트라고 하기엔 덜 성숙된 면도 있고, ‘만들어진 가수’ 느낌이 강하기도 했던 아이.

대형 기획사 아이돌도 쉽사리 얻기 힘든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따냈지만 그 높은 위치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아군이 부족했던 권력 밖의 가수. 아이유는 서 있는 위치만 높고 강한 아군이 없으면 공격의 대상, 소외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만한 인생을 살아왔다.


<사랑만 받을 땐 오히려 마음이 물러지고 미움 받을 때 오히려 마음이 팽팽해진다는 아이유>

결과적으로 아이유는 많은 풍파를 겪으면서 자신의 애매함을 ‘유일함’으로 승화해냈고, 여자아이돌로서도 20대 아티스트로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그렇기에 아이유의 신곡 ‘셀러브리티’는 무명일 때는 무명이라서, 유명할 때는 유명인이라서 경계인으로 살았던 그의 인생이 녹아든 노래라 할 수 있고, 그렇기에 그 메시지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 나이에 비해 상당히 많은 일을 겪어온 그의 위로는, 꽤나 의미 있고 권위 있는 보증서이다.

‘싱어게인’ 30호 이승윤의 돌풍과 ‘셀러브리티’ 아이유의 성장기는 크게 두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극한의 애매함’이란 곧 ‘유일함’을 뜻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엔 그런 ‘유일함’을 알아봐 줄 타인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후자가 중요하다고 보이는데, 스스로를 잘 갈고 닦고 있더라도 남이 나의 빛남을 알아봐 줘야 그 빛이 온전히 제 빛을 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마이웨이’도 누군가 알아봐줘야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를테면, 가사를 쓰는 아이유의 등 뒤에 서 있는 사람임과 동시에 칭찬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승윤에게 “칭찬을 받아들이라”라고 말하는 김이나 작사가처럼 말이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JTBC ‘싱어게인’-‘집콕시그널’-EDA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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