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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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스 릴보이, '힙부심' 부린 딥플로우에 5년간 고통 호소…"이 굴레 벗어 나고파"[전문]

기사입력 2020.07.15 10:02


[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래퍼 딥플로우의 '힙부심'에 5년간 고통을 받았던 래퍼 릴보이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전했다.

사건은 지난 2015년으로 올라간다. 딥플로우가 당시 발매한 '잘 어울려'에서 긱스의 대표곡이자 큰 사랑을 받은 '오피셜리 미싱 유'(Officially missing You)가 사랑을 주제로 한 발라드랩이라고 '이건 힙합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것. 특히 딥플로우는 긱스 뿐 아니라 매드클라운, 아웃사이더, 산이 등도 같은 이유로 함께 비판했다.

당시 딥플로우는 사랑을 주제로 한 발라드랩은 힙합이 아니라며 래퍼들을 저격해 몰아갔다. 자신이 추구하는 힙합이 진정한 '힙합'이며 매체에 출연해 대중적인 사랑과 관심 그리고 인기를 받는 그들의 '힙합'은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한 것.

그러나 딥플로우는 그로부터 몇 년 후 자신도 사랑 노래를 발매한 것은 물론, 그렇게 혐오했던 Mnet '쇼미더머니'는 물론 '고등래퍼2', '오늘도 스웩' 등까지 출연해 그의 신념과 가치관을 지지하며 발라드랩을 하고 방송 매체에 출연하는 래퍼들에 화살을 돌렸던 일부 팬들의 실망을 이끌어냈다.


이에 대해 딥플로우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상처를 준 모든 사람에게 죄송하다"는 짧은 사과문과 함께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일상과 기분을 망쳐놓는 건 좋지 않은 에너지를 준다는 걸 이제 잘 안다. 이제 그런 기운들이 너무 싫고 나로부터 그게 전달된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릴보이는 해당 게시글에 대해 "5년이 지난 후 처음 보인 반응이 SNS 게시글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테러하지 않았으면 나오지도 않았을 말이었다"며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그 기간 동안 작업을 잘 못 했다"고 밝히며 딥플로우와 그 무리의 저격에 의해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던 이야기를 전했다. 

또 "마치 사랑노래를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지금 작업해놓은 노래들이 내가 들었을 때는 좋은데 이 사람들은 그냥 '구리다', '힙합 아니다'라고 할 것 같은 피해 망상적 사고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릴보이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고 약도 끊고 싶고 우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다음은 릴보이 입장 전문.

2011년, 'officially missing you'라는 첫 ep를 냈어. 루이 형이랑 처음으로 만나 1년간 놀듯이 작업했던 곡들이라 사실 무료공개 믹스테이프에 들어갈 곡들이었지만 웜맨형이 투자해주신 돈으로 앨범 형식으로 낼 수 있게 된거야. 근데 운 좋게 이 EP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거야. 

당시 우리한텐 과분한 관심과 사랑이었어. 데뷔하자마자 첫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었으니까.

우리는 경력이 너무 짧고 배울점도 너무 많았어. 그 당시에는 보통 씬에서 잘나간다는 사람들이 장르 팬들의 지지와 도움을 받아 잘 되는 경우가 보통이었거든. 우린 처음부터 이 씬에 Geeks(괴짜)였지. 기형적인 존재들이었거든.

그래도 우리가 힙합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걸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 과거의 두메인 크루나 벅와일즈 형들이었지.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는 말이 있잖아? 약간 오그라드는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때 만난 사람들은 우정이라는 말로도 부족해.

2011년 EP를 내고 난 뒤에도 난 작업을 계속했었어. 세상에 낸 첫 공식적 작업물이었던 'officially missing you' EP가 우리에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음악 중에 그저 일부분일 뿐이었거든. 내 음악적 스펙트럼을 더 보여주고 싶었어. 그래서 작업을 시작했지. 2012년 나온 'GoodTime' 믹스테이프 말야.

생각보다 작업은 수월했어. 피처링 부탁한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씬에서 인정을 받고 있던 형동생들이었고 걱정과 달리 그들과의 짧은 대화에서 난 내가 어느새 이 씬에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라고 느꼈으니 말야. 내가 동경해오던 사람과 작업하면서 칭찬을 듣는 그 기분. 그냥 난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어.

사건의 발단은 2015년이야. 지금 핫한 그 사건 뭐 다들 대충 알고 있으니 생략할게. 중요한건 난 이때 씬에 대한 환멸 뿐 아니라 '사람'을 못 믿게 됐어. 나와 작업하던 사람들 또 내 음악을 응원하던 사람들이 영상안에서 내가 해온 모든걸 부정하더라고. (오늘자 리드머영상을 보니 이걸 힙합의 승리라고 표현하네)

돈을 위해서 음악을 만든 것처럼, 마치 돈을 벌려면 이런 음악을 해야 된다는 것을 랩한 지 1년차인 우리가 알았던 것처럼, 우린 그렇게 영혼 없는 작품을 남긴 그룹이 된거야.

난 증명하고 싶었어. 긱스로서 릴보이로서 우리가 힙합문화를 사랑하고 그 열정만은 누구보다 위라는 자신이 있었거든. 그래서 결정했지. '쇼미4'에 나가기로.

'쇼미'가 안 좋은 말도 많았지만 난 결국 랩 한다는 사람들, 힙합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하나의 장으로 생각했거든. 그 안에서 깨닫는 것도 있을 것 같고 나한테 손가락질하던 그들한테도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어.

'쇼미' 예선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 그들 중 '잘 어울려' 뮤비에 나온 사람들도 만났지. 다들 먼저 인사하고 너무 팬이라고 respect를 표현하더라고. 내 감정이 어땠을까 상상이 가? 내 안에 뭔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더라.

여튼 난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어. 긱스 'F.U.L.U'라는 곡. 이곡은 나름 '잘 어울려'에 맞대응곡이었지. 사랑이 최고의 감정이라 생각해서 사랑노래 만드는 것에 한점 부끄럼 없다 이런 주제였는데 이거를 듣고 반응한게 겨우 '니네 사랑노래 구리게 만듦'이었어. 마치 본인들의 사랑노래는 퀄리티가 뛰어나단듯이. 지금은 뭐 '내로남불' 소리를 듣고 있지만 그대 당시에는 리스너도 우리를 아니꼽게 생각했지.

그 이후로도 많은 곡에서 난 내 얘기를 했어. 뭐 그쪽에서 반응은 아예 없었지. (애초에 나를 씬에 일원으로 생각 안 하니) 근데 그저께 누군가 태그해서 본 그 분 인스타 게시물에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미안하다'고.

5년. 5년 지난 후 처음으로 보인 반응이 'sns게시물'. 심지어 멜론 댓글 창에 사람들이 테러 안 했으면 나오지도 않았을 말이었지. 그냥 내 눈엔 책임 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하는 말 같이 느껴졌어. 그 사람들에게 본인의 일로 피해가 가는게 싫었을테니까.(근데 그 사람들도 나왔잖아)

여튼 난 짧다고하면 짧고 길다고하면 긴 그 기간동안 작업을 잘 못했어. 마치 사랑노래를 하면 안 될 것 같았거든. 지금 작업해놓은 노래들이 내가 들었을 때는 좋은데 이 사람들은 듣고 그냥 '구리다', '힙합 아니다' 할 것 같은 느낌? 그런 이상한 피해망상적 사고에 사로잡히더라고. 

그러다보니 성격에 안 맞는 '화'가 들어간 곡만 나오는거야. 

vv2remix 뭐 랩도 좋아하고 나온 친구들도 무척 팬이지만 난 애초에 그런 성격이 아니야. 뭔가에 대해 화내는 걸 곡으로 쓰기 힘든 성격이거든. 뭐 이러나저러나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내 정규가 마무리 단계에서 잠깐 스톱된 이유도 내가 화가나 있어서야. 내 앨범에 '화'를 넣기 싫어서.

오늘 이렇게 글을 쓴 건 나도 솔직히 이 굴레에 벗어나고 싶고 약도 끊고 싶고 우울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오늘 불과 몇시간 전에 한 지인의 연락으로, 리드머에서 올린 동영상을 봤는데, 내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한국힙합의 승리 라는 한줄로 얘기하고 나의 행보를 '무슨무슨 음악' 이라는 식으로 간략 정리를 해버린 것에 화가 너무 나버려서 글을 쓰고 있는거야. 늦은 새벽에 남기지만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뭐 그래도 글로 남기니까 기분이 좀 후련하네. 그냥 입 닫고 살았는데 이렇게 질러서 솔직히 시원하다. 

음악 좀 하게 도와주세요.

am8191@xportsnews.com / 사진=릴보이 인스타그램, 엑스포츠뉴스DB

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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