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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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공들인 134분…윤성현 감독, 새 도전의 의미 [엑's 리뷰]

기사입력 2020.04.24 08:40 / 기사수정 2020.04.24 00:08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근 미래 대한민국이라는 설정 아래, 지옥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청춘들의 이야기가 어두컴컴하게 그려진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가득한, 짙게 깔린 어둠 속 한국은 "개나 소나 다 총을 들고 다니니까"라는 기훈(최우식 분)의 말처럼 이미 붕괴된 지 오랜 마약과 총이 난무하는 곳이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조차 '세상이 미쳐 돌아갔다'며, "이게 사람 사는 것이냐"고 자조 섞인 말을 던진다.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은 친구 기훈과 장호(안재홍)를 만나 상수(박정민)를 찾아가고 "감옥에서부터 오래 준비한 것"이라며 도박장을 털어 새 삶을 살자고 제안한다. '이대로 가면 달라질 것이 없다'는 벼랑 끝 절망 속, 작전의 성공을 꿈꾸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이들이 함께 나서게 되는 과정이 초반 흐름이다.

작전에 성공한 듯 새로운 공간에서의 삶을 꿈꾸며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의문의 추격자 한(박해수)의 등장으로 상황은 뒤바뀐다. 준석과 친구들을 쫓는 한과의 쫓고 쫓기는 총격전이 계속된다.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이 현재 한국의 모습을 은유하기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던 윤성현 감독의 의도는 와 닿는다. 세심하게 공들여 선택한 장소, 조명 등으로 완성한 비주얼들이 이를 증명한다.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준석과 장호, 기훈이 작전을 준비하며 총을 쏴보는 순간부터, 극장이 아님에도 귓가에 선명하게 퍼지는 소리가 돋보인다. 넓은 스크린에서 들었다면 더 좋았을 법하다.

추격의 대부분을 이루는 총격전에서는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끝도 없이 발사되는 총알들 사이에서 마치 관람하는 이가 실제 쫓기는 듯한 느낌도 전해진다. 15세 관람가지만, 총알이 거칠게 몸에 박히는 직접적인 장면들도 종종 노출된다.

작전을 계획했던 친구들과 이들을 쫓는 추격자. 자칫 단편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에 몰입할 힘을 불어넣은 것은 배우들의 몫이 컸다.


극이 40여 분 쯤 지난 후 등장하는 박해수는 등장만으로도 서늘함을 그대로 전하며 존재감을 자랑한다. 주축인 이제훈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쫓기고 있다는 상황을 직감한 불안한 눈빛이 꽉 찬 화면에 전해지는 순간, 추격자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상실감이 스산한 배경음악과 어우러지며 몰입도를 높인다.

삭발에 타투까지 외적 변신으로 변주를 위한 노력을 몸소 보여준 안재홍,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최우식, 적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늘 그랬듯 작품 속에서 그 인물에 녹아들며 현실감을 더하는 박정민까지. 30대 대표 배우들이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남기기에 충분하다.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 이후 상업영화 데뷔작인 '사냥의 시간'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들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던 주위의 기대들을 담담하게 지나온 윤성현 감독이 완성한 새로운 도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완성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압축한 결과물이겠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길게 느껴지는 134분의 러닝타임은 호불호를 갈리게 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미처 보지 못한 감독의 의도와 이를 표현해낸 배우들의 생각을 곱씹게 된다. 작품 자체는 물론, 지금의 넷플릭스 공개까지 한국 영화사에 전례 없던 새로운 과정들을 겪어 온 '사냥의 시간'이기에 공개 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넷플릭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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