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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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SK의' 김강민,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기사입력 2020.03.24 08:40 / 기사수정 2020.03.24 08:39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김강민은 어느덧 자신이 생각했던 고참의 나이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SK의 유니폼을 입고, 여전히 활기차게 그라운드를 누빈다.

김강민은 자신이 가장 좋았을 때와 가장 좋지 않았을 때를 아는 베테랑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최고 외야수'의 모습이 가장 좋았을 때라면, 김강민이 기억하는 자신의 '바닥'은 2017년이었다. 선수의 기로에 섰던 그때 김강민은 당시 단장이었던 염경엽 감독의 조언을 기억한다. 

'야구를 그만큼 해봤잖아'. 
'넌 돼, 해 봐'.

정점에 섰던 선수였기 때문에 바꿀 것은 조금 바꾸고, 했던 것은 처음부터 시작하면 남들보다 더 빨리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해보지, 뭐' 생각했고, 정말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불혹에 다가서는 현재 김강민의 기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올해로 19년 차,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이 정해져있을 것 같은 시기지만 오히려 김강민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 시도, 그래서 김강민의 야구 인생은 여전하며 여전히 뜨겁다.



-FA 협상을 하면서 계약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나이다.
▲당연히 생각했다. 내 기량이 떨어지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인데, 지금 내가 할 일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 것이냐다. 나는 끝까지, 그만둘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당연하다. 그걸 거스를 순 없는 거고, 최선을 다해서 떨어지는 부분을 채우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하고 있다. 내가 가진 노하우는 내 몸 속에, 내 머리 속에 있다. 그건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팀에서도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라'고 했다고 들었다.
▲작년에도 '올해가 끝나면 그만둘 수도 있다' 생각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에도 팀이나 팬이나, 또 내가 원하는 성적을 못 내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손차훈 단장님은 할 수 있는데까지 더 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도 올 시즌 뭘 더 준비해야 하고, 이 팀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만 생각하며 운동하고 있다.

-그럼 올 시즌은 어느 정도가 마지노선일까.
▲작년에는 변수가 있었고, 아무래도 팀에 이변이 없는 한 작년보다는 출장 수가 줄지 않을까. 냉정하게 봤을 때 144경기 다 나갈 수 있는 체력도 안 될거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경기 수를 정해놓는다면, 수치적인 것보다 그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목표를 세운 건 타격에서 더 나은 모습이다. 수비에서는 더 좋아질 수는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올해는 타격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김강민 정도의 선수면 시즌 준비하는 방법은 다 정해져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매년 조금씩 바꾼다. 올해는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새로 오셔서 또 조금은 달라졌다. 좋다고 생각이 들면 받아들이는 거다. 기술적인 성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나이다. 조금이라도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트레이닝이 아닐까 생각을 해서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홈런도 나오고 타구도 빨라지고, 긍정적인 요소들이 생기니까 더 믿음이 간다. 내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확실히 좋다. 성격상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새롭게 뭔가를 한다는 게 재미있다.

-끝을 바라본다기보다 새로운 출발 같다. 변화도 있고,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날 수도 있지 않나.
 ▲기대는 하고 있다(웃음). 솔직히 나이 먹고 계속 하던 걸 그대로 하면 무료하다. 어느 정도 할 거라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지루한 게 없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게 나도 힘들었다. 하던 거 하는 게 편하거든. 근데 실패하더라도 뭔가 해보면 그게 다 자산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재밌다. 올해는 또 잘하는 후배들도 많다. 그리고 혼자 서른아홉이었는데 채태인 선수가 들어와서 너무 좋다(웃음). 분위기 메이커에, 야구 쪽으로도 가지고 있는 게 출중한 선수다.


-지금의 김강민의 모습은 어릴 때 본인이 그렸던 모습과 비슷한가.

▲좀 다르다. 일단 이 나이까지 야구를 할 줄 몰랐다(웃음). 지금보다는 일찍 그만두지 않았을까 생각은 했는데, 하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서른여섯, 서른일곱 이 때가 기점이었다. 그 때 떨어졌다가 많이 바꿨다. 마인드도 좀 바뀌었다. '이만하면 됐다'였는데, 그게 내 패착이었다. 거기서 더 노력했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워낙 정점에 있던 선수였다.
▲그 때 나는 더 했어야 했다. 그 때 마인드는 '다치치만 않으면 돼'였는데,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더 좋아져야 해'였으면 달랐을 수 있다. 그래도 야구를 그만 두고나서야 느끼지 않았다. 딱 그 때 느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했고, 그 때 느꼈기 때문에 지금도 새롭고 좋은 것이면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다', '해보겠다'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몸무게 느는 걸 스피드가 느려진다는 두려움에 무서워 했는데, 이젠 그런 것도 없다. 오히려 힘이 있으니까 더 편한 거 같다. 긍정적인 것들이 많다.

-마인드를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바닥을 찍었지 않나. 엄청난 계기지. 바닥을 찍었던 그 때가 기로에 서는 나이였다.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여기서 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해보고 그만 두기로 했다. 그 때 트레이너 분들에게 내 신체 능력이 떨어졌다 생각이 들면 말해달라고 얘기했다. 떨어졌다면 포기하겠다 했는데, 오히려 몸 상태가 좋다고 하니까 자신감을 얻었다. 박재상 코치님한테도 조금이라도 내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고 생각되면 스스럼없이 얘기해달라고 했다. 그럼 추한 모습 안 보이고 그만 두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다고 하더라. 그 때 2군에서 3개월 있었는데, 그 3개월이 지금의 3년을 벌어준 거다. 

-올해은 어떤 해가 될까.
▲올해 크게 욕심은 없다.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걸 하려고 하는 거다. 더 잘하면 좋겠지. 나도 좋고 팀도 좋고. (포스트시즌에서 김강민의 가치는 더 높다.) 2018년에 그런 드라마 같은 시리즈도 나오면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그럴 땐 한 번 또 해야지. 그런 상황이 오면 그 때는 있는 힘껏, 몸에 있는 모든 걸 다 짜내서 해야 한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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