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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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렬, 그에게서 박주영의 향기가 난다

기사입력 2010.07.29 08:3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전성호 기자] 이승렬이 국내 축구팬들에게 처음 각인됐던 순간은 2008년 3월 1일 LA갤럭시와 친선전이었다.

당시 교체로 출전했던 이승렬은 중학생 같은 앳된 얼굴과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LA갤럭시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과 열정을 보여줘 순식간에 경기장에 있던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신인 이승렬이 서울에서 주전 경쟁은커녕 출전조차 쉽지 않으리란 예상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서울에는 박주영, 데얀, 김은중, 정조국 등 리그 최정상급의 쟁쟁한 공격수가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렬은 승리에 대한 강한 열정과 신인으로서의 패기를 앞세워 세뇰 귀네슈 당시 서울 감독의 신임 아래 정규리그와 컵대회에서 꾸준히 출장기회를 얻으며 좋은 활약을 펼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승렬은 2008년 7월 리그컵 경기에서 라이벌 수원 삼성의 18경기 연속 무패행진(15승3무)을 끊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후반기 대도약의 밑거름을 일궈내기도 했다.

이승렬의 출장 시간은 늘어만 갔고 결국, 이승렬은 2008시즌 5골 6도움(컵대회 포함)으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신인왕 등극에도 성공한다. 귀네슈 감독 역시 박주영이 AS모나코로 이적한 직후 인터뷰에서 그의 장기적 대체자로 이승렬을 지목할 정도로 이승렬은 팀 내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승렬은 2009 U-20 청소년월드컵에서도 8강 진출에 공헌한 것은 물론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최종 엔트리 23인에 뽑히는 기쁨을 누렸다.

이승렬은 비록 추가시간까지 포함 5분밖에 뛰지 못했지만, 그리스전에 교체 출전하며 월드컵 무대도 밟을 수 있었다.

이승렬이 프로 선수로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FC서울에서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한국축구에서 가장 창의적인 축구를 펼치는 선수들과 함께 뛴 것은 고속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그들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옆에서 보고 배우며 프로로서의 올바른 자세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아공월드컵을 치른 것은 이승렬에게 역시 큰 전환점이 되었다. 월드컵 이후 이승렬은 승리를 향한 강한 투혼과 열정적인 플레이가 돋보이던 기존의 모습에 여유와 침착함까지 더하며 더욱 무서운 공격수로 성장하고 있다.

이승렬은 28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블루윙즈와의 포스코컵 2010 준결승전에서 후반 21분 교체 투입돼 2골을 넣으며 팀의 4-2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승렬은 1-2로 패색이 짙던 후반 37분, 팀을 구해내는 동점골을 뽑아낸 데 이어 연장 후반 10분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이런 이승렬에게서 박주영의 향기가 느껴지고 있다. 특히 수원전에서 수비수 세 명을 한번에 무너뜨리는 드리블 돌파에 이어 이운재 골키퍼를 넘기는 로빙슛으로 기록했던 첫 번째 골은 최근 이승렬의 상승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박주영이 K-리그 시절 보여줬던 '원샷원킬'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이승렬은 박주영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월드컵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이승렬은 "주영이 형과 서울에서 1~2년 함께 있을 때 형의 축구 스타일을 배웠는데 모나코로 간 후 이번 월드컵에서 옆에서 직접 보면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승렬은 "원래 주영이 형은 원톱으로 부족하다고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원톱을 완벽히 소화했고 파워 면에서도 강해졌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몸싸움을 즐긴다는 것을 함께 훈련하면서, 경기를 보면서도 느꼈다. 나 역시 그런 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라며 박주영처럼 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수원과의 포스코컵 준결승전 승리 이후 감독과 팀 동료의 극찬도 이어졌다. 넬로 빙가다 서울 감독은 월드컵 이후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승렬에 대해서 "월드컵 이후 자신감과 여유가 생기며 많이 성장해 기쁘다. (이)승렬이는 우리 팀 유일의 월드컵 대표팀 선수였는데, 대표 선수라면 특별함이 있어야 하고, 그에 걸맞은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젊지만 성숙한 플레이를 펼친다. 앞으로 가능성이 더 많은 선수라 기대가 된다."라며 제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팀 동료 외국인 공격수 데얀도 이승렬에 대해 "오늘 모두가 경기에서 직접 확인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동점골과 쐐기골을 넣었다. 월드컵 이후 정말 좋은 선수가 됐다."라며 극찬했다.

이승렬 자신도 월드컵 이후 자신의 플레이가 한 층 성숙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월드컵을 다녀온 뒤 대표팀 선수로서 더욱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잘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월드컵이 끝난 뒤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라면서 "첫 골은 월드컵에서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박주영의 향기를 내며 대표팀과 서울이 차세대 에이스 스트라이커로 성장하고 있는 이승렬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사진=이승렬 (C) 엑스포츠뉴스DB]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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