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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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고양KB 승격, 길은 있다.

기사입력 2006.11.30 12:18 / 기사수정 2006.11.30 12:18

김현회 기자

- 말 많고 탈 많은 승격제…어떻게 될까?

[엑스포츠뉴스 = 김현회 스포츠 게릴라 기자] 생명과학기업 STC컵 2006 내셔널리그를 제패하며 '승격 1호'라는 영광스러운 자격을 얻은 고양 국민은행.

하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 채 24시간도 되기 전에 승격에 대한 부정적인 신문기사가 보도되면서 축구팬들은 내셔널리그 우승팀 고양 국민은행(이하 고양)의 K리그 승격에 의문 부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승격과 관련한 고양의 상황을 정리해 보자.

가능성 1. 놀고 있는 국회, '진흥법'은?

우선 법적인 이야기이다.

현재 고양의 모기업 국민은행은 '은행법'의 통제를 받고 있는데, 이 '은행법'이 금융팀의 프로화를 막고 있다. '은행법' 상에 '금융기관은 금융업 이외에는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

축구단을 운영해 수익을 내야하는 '프로팀'과는 N극과 S극처럼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내셔널리그의 프로화를 위해서 연맹을 비롯한 축구계 인사들이 발벗고 나서는 것이 바로 '스포츠 산업 진흥법(이하 진흥법)'이다.

이 '진흥법'은 '은행법'보다 상위 개념으로 '진흥법'의 조항에는 '금융, 공사팀들도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조항에 한해 '진흥법'의 조항이 '은행법'의 조항에 대해 특별법으로 적용되는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진흥법'의 국회 통과는 고양뿐만 아니라 다른 내셔널리그팀들의 프로화에도 '탄탄대로'지만, '진흥법'이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는 국회는 아직까지 여유만만이다.

현재 계류중인 법안만 해도 2,000여 건. 연내에는 프로화를 추진해야 하는 고양에게는 다소 촉박한 일정이다.

가능성 2. 국민은행의 사회환원…외국인 주주 설득 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여자프로농구(WKBL)에 천안을 연고로 두고 운영되고 있는 국민은행 여자농구단처럼 프로 구단의 성격을 띤 실업팀을 운영하는 방안도 있다.

'K리그'에 다른 팀들과 동일하게 뛰지만, '은행법'에 따라 수익사업을 할 수 없기에 반쪽짜리 프로팀 신세를 면하기는 힘들다.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까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K리그팀 운영이지만, 순수익이 연간 3조 원에 육박하는 국민은행의 '사회환원'이라는 측면에서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국민은행은 현재 ‘KB사회봉사단’을 전국 영업점 및 본부부서에 1200여 개 팀으로 구성, 자원봉사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등 '사회환원'을 위한 여러 방법을 모색중이다.

다만, 82.21%의 지분이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설득이 필요하다는 걸림돌이 있다.



가능성 3. 가장 이상적인 답안, 시민구단으로의 전환

물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시민구단 형태'로의 전환이다.

현재 20~30억을 구단 운영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은행이 '시민구단 형태'를 띤 고양팀에 스폰서로만 개입하는 방법.

고양시가 구단을 운영하고, 국민은행은 현재 구단 운영비에 약간 웃도는 금액을 스폰서 비용으로 지불하는 형태로 선수들은 현재처럼 'KB'의 로고가 박혀 있는 유니폼을 입고 광고 효과를 내 주는 것이다.

실제로 스포츠마케팅서베이(SMS-대표 정석태)사에 따르면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후원 기업들이 총 320억 원의 광고효과를 거뒀을 정도로 효과는 엄청나다.

더군다나 역사적인 '승격 1호'팀이라면 그 광고 효과는 천문학적 금액이 될 것이라는 예상.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이 방법은 고양시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난 26일 안방에서 챔피언 트로피를 높이 든 순간, 고양 선수들에게 챔피언 메달을 걸어준 장본인이 강현석 고양 시장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 역시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일이다. 내셔널리그 경기를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는 시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없다.

26일 고양의 우승이 확정되던 당시, 경기장에서 인터뷰를 한 사람은 MVP를 차지한 윤보영 선수, 이우형 감독, 최인규 국민은행 전략본부장, 단 3명뿐이었다.

윤보영 선수와 이우형 감독은 승격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은행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대답을 회피했고, 최인규 전략본부장만이 이 부분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최인규 전략본부장 역시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천명했고, 모사의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또 다른 관계자'는 애초부터 없었다. 전형적인 '찌라시'의 형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법과 금전적인 문제에서 승격을 확신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 국민은행, 고양시에서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단순히 내년 시즌 고양 구단이 K리그에서 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승격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K리그 연맹의 입장에서는 '한번 틀어져 버린 승격제를 핑계삼아 모든 걸 없던 일로 돌려버릴 수도 있다. 축구팬의 오랜 염원인 '승강제'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와 FA컵에서 돌풍을 일으킨 고양의 여러 선수가 K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K리그에서 뛰더라도 그 팀이 고양이었으면 좋겠다"라며 아직 K리그 팀들의 협상 테이블에조차 앉질 않았다.

또한, 지난 26일 챔피언 결정전 2차전 당시 고양 시민들은 K리그 엠블렘 모양의 카드 섹션을 펼쳐보이며 내 고장에서의 K리그팀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다. 고양 시민들과 고양 선수단의 열정에 행정적인 의지가 덧붙여 진다면 K 리그로의 승격은 충분한 가능성과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내년 시즌 이동국과 최정민이, 고민기와 이운재가 고양의 안방에서 뜨겁게 맞붙는 장면을 기대한다..




김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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