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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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전염된 유벤투스의 몰락

기사입력 2010.06.25 06:36 / 기사수정 2010.06.25 06:36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2009/10 이탈리아 세리에-A 최대의 화두는 단연 유벤투스의 몰락이었다. 이전 시즌, 인테르 밀란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칼치오폴리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던 유벤투스는 보다 탄탄한 전력으로 맞이한 이번 시즌에서 리그 7위로 떨어지는 충격을 맛봤다. 오히려 득점보다 실점이 많았음을 감안할 때, 7위라는 성적도 유벤투스에는 행운이었다.
 
보다 큰 문제는 유벤투스가 이탈리아 대표팀에 가장 많은 선수를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지안루이지 부폰, 파비오 칸나바로, 죠르지오 키엘리니 등 이탈리아 수비의 중추를 이루던 선수들이 리그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인 것은 이탈리아 대표팀에게 커다란 불안요소를 안겨줬다.
 
불안감은 완벽히 적중했다. 24일 밤,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에서 벌어진 이탈리아와 슬로바키아의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는 슬로바키아에 2-3으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무산됐다. 2무 1패 4득 5실점이란 성적이 반영하듯, 더 이상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의 팀이 아니었다.
 
부폰은 파라과이와의 첫 경기에서 불의의 등 부상을 입고 잔여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며 부상으로 고전한 올 시즌 유벤투스에서의 모습을 월드컵에서 재현해냈다. 노쇠화 기미가 역력하던 칸나바로는 월드컵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으며 키엘리니는 쓰러져가는 카테나치오를 혼자 막아설 정도의 선수가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팀의 미드필드와 공격에 있었다. 부실한 골 결정력의 공격진과 압박이 사라진 미드필드 라인으로 인해 이탈리아의 노쇠한 수비진은 더 큰 부담을 떠안았다. 이 부분에서도 유벤투스는 무관하지 않다.
 
중원에서 이탈리아의 중심을 잡아줘야 했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는 파라과이와 뉴질랜드전에 선발 출장했지만 숱한 패스미스를 범하며 극도의 부진을 겪었고 슬로바키아전엔 아예 출전조차 못 했다. 칸나바로처럼 노쇠화 기미가 역력했지만, 이탈리아 공격의 흐름을 바꿔 줄 조커로서 기대를 모았던 마우로 카모라네시 역시, 과거의 왕성한 활동력을 상실하며 이탈리아의 답답한 공격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공격진의 빈센초 이아퀸타가 제대로 된 결정력만 보여줬더라도 이탈리아의 비극은 조별리그에서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아퀸타는 자블라니에 전혀 적응하지 못한 모습으로 이탈리아의 결정적인 찬스들을 날려버렸고 뉴질랜드전 페널티 킥으로 이번 대회 유일한 득점을 성공시켰다.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을 대표팀에서 고집스럽게 중용한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결정적인 패착으로 이탈리아는 무려 36년 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루카 토니, 프란체스코 토티, 안토니오 카사노 등 이탈리아에 보다 넓은 전술카드를 제공할 수 있었던 선수들을 외면한 게 이탈리아로서는 두고두고 아쉽기만 하다.        
 
 [사진=이탈리아 축구대표팀 (C) Gettyimages/멀티비츠]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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