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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0, 이제는 남아공] 35. 월드컵 경험한 태극전사들의 의미있는 도전

기사입력 2010.04.22 07:35 / 기사수정 2010.04.22 07:35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축구 선수에게 단 한 번이라도 월드컵 출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만한 무한한 영광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월드컵 무대를 밟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희열과 감동을 느낀 선수들은 또 한 번 그 무대를 밟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펼치려 한다.

남아공월드컵 본선 개막을 50일 남겨둔 시점에서 가장 설레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마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는 선수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와 비슷하게 '색다른 설렘'과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선수도 있었으니 바로 '올드 보이' 태극 전사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 4강, 원정 첫 승 등의 성과를 내며 한국 축구를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가는데 원동력이 됐던 '올드 보이'들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23명의 엔트리는 정해져 있고, 예전만큼 만만한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몇몇 선수들은 확고한 주전을 차지하고 있지만 또 다른 몇몇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 관문을 뚫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월드컵 본선 경험이 있는 선수 가운데서 이번 월드컵 출전을 노리는 선수들은 누가 있는지, 또 이들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노리는 목표는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부동의 베스트11' 박지성-이영표-이운재

태극 듀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알 힐랄)는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축구를 유럽에 알리는 것은 물론 국내 팬들에게 '축구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 대표적인 선수들이었다. 탄탄한 개인 기량과 꾸준한 자기 관리 덕에 필드 플레이어 임에도 10년 가까이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멋진 결승골을 성공시키는데 주연과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들은 2006년 독일월드컵 때도 주축 선수로 풀타임 출장하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나이가 들면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꾸준하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들은 이번 마지막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 진출을 목표로 전력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994년 미국월드컵 이후 총 3회 월드컵 본선에 나섰던 '베테랑 골키퍼' 이운재(수원)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경기력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맏형다운 든든한 경기 운영은 다른 후배들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대표팀 내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한일월드컵 때는 야신상 후보에 오를 만큼 신들린 선방을 수차례 보여줬지만 독일월드컵 조별예선 최종전이었던 스위스전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막아내지 않은 볼을 골로 인정받았을 때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을 법하다. 그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기 위해 이운재는 오늘도 골키퍼 장갑을 끼고 선수로서는 마지막 월드컵 도전을 향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 대회 아픔 딛고 다시 일어서다' 이동국-차두리-박주영

4년 전에 아깝게 엔트리에 발탁되지 못해 한을 갖고 있다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풀이에 성공하며, 맹활약을 다짐하는 '올드 보이'들도 존재한다. 바로 이동국(전북)과 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그 주인공들이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대표팀에 깜짝 발탁돼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받았던 이동국은 2002, 06년에 잇따라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특히, 물오른 경기력을 과시하던 2006년 4월, 뜻하지 않은 십자인대 파열 부상은 이동국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겨주며 많은 팬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계속 되는 부진과 해외 진출 실패 등으로 위기를 겪었던 이동국은 그러나 새 둥지를 튼 전북 현대에서 최강희 감독의 지도 아래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예전 수준의 경기력을 서서히 회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은 물론 각종 상을 모두 휩쓸면서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게 됐다. 최근에도 5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하는 등 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동국은 '마지막 꿈'이었던 월드컵 본선 출전을 통해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을 장식하려 할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어 '조커'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던 차두리는 독일월드컵 때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해 결국 2회 연속 본선 출전을 하지 못하고, 방송 해설을 하면서 동료의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고 약 3년 넘게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점점 잊혀가는 선수로 전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완전히 정착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기 시작했고,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환하면서도 큰 과도기 없이 완전하게 적응하면서 제 모습을 찾는데 성공했다. 마침내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은 차두리는 2002년 월드컵 때와는 다른 포지션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화끈한 모습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자신하고 있다.

독일월드컵 때 엔트리에 발탁됐지만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가슴 한 구석에 갖고 있었던 선수도 있었으니 바로 박주영(AS 모나코)이다. 물론 박주영이 '올드 보이'에 포함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지만 지난 월드컵에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고개를 떨궈야 했던 큰 아픔을 갖고 있다.

당시, 축구 천재라는 별칭이 붙으면서 최고 기량을 과시했던 박주영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선발 출장해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교체 아웃되며 팀의 패배를 눈으로만 지켜봐야 했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던 박주영에게 4년이 지난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한풀이에 성공하면서 자신의 진화한 경기력을 검증하고,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전력을 다해 마지막 출전 이룬다' 안정환-설기현-김남일

반면 두 대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고도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기량이 좋은 후배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올드 보이'들이 있다. 두 공격수, 안정환(다롄 스더)과 설기현(포항), 그리고 '진공청소기' 미드필더 김남일(톰 톰스크)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허정무 감독 부임 이후, 한동안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선수들이었다. 평균적으로 1년 여 간의 대표팀 공백기를 거쳤던 이들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력을 끌어올린 끝에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꾸준히 출전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이라는 꿈을 달성해 내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처음 출전해 뭔가 해보려는 의지가 강한 신예 선수들보다도 더 굳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국 축구사(史)적으로 엄청난 공을 세웠던 이들이어도 남아공월드컵에 모두 출전할 가능성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설기현은 부상으로 제대로 된 자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남아있는 시간동안 전력을 다해 엔트리에 입성, 또 한 번 월드컵 본선에서 모습을 드러내 건재를 과시하는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신화를 쓰고 싶어 하는 '올드 보이' 태극 전사들. 그 바람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일단 그 첫 관문은 29일 1차 30명 엔트리 발표를 통해 열릴 전망이다. 마지막 주어진 기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며 남아공 무대에서 후배들과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올드 보이' 태극 전사들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이운재-이동국-김남일ⓒ엑스포츠뉴스DB]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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