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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 2002년 전지 훈련의 좋은 추억 떠올릴까?

기사입력 2010.01.17 07:41 / 기사수정 2010.01.17 07:41

김지한 기자

- 축구대표팀 2차 스페인 전지 훈련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열흘간의 남아공 전지 훈련을 마치고, 두번째 전지 훈련지인 스페인 말라가에 도착했다. 남아공에서의 훈련을 통해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남긴 허정무호는 스페인에서 핀란드, 라트비아와 잇따라 평가전을 가져 국내파 옥석가리기, 경쟁력 향상을 동시에 꾀하게 된다.

남아공 훈련 기간동안 허정무호는 많은 아쉬움과 해결해야 할 숙제를 보여줬다. 고지대, 월드컵 공인구 부적응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삐걱대기 시작해 공격, 수비 모든 면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구자철(제주), 김보경(홍익대) 등 신예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허정무호의 끊임없는 세대 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해외파-국내파 간의 실력차를 또 한 번 절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아직 시작인데다 베스트 멤버 또한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역대 전지 훈련을 살펴봐도 한국 축구와 겨울은 좋은 인연을 맺고 있지 않았던 반면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성과를 내는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앞으로 얼마나 더 준비를 철저히 하느냐가 허정무호의 성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 축구와 사실 좋은 인연 없는 동계 전훈 

사실 한국 축구는 2000년대 이후 가진 동계 전지 훈련에서 그다지 좋은 인연을 갖고 있지 않았다. 대부분 2-3달 넘게 휴식을 가지면서 경기 감각을 비롯해 체력, 기술적인 면에서 현저하게 실력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축구대표팀은 악몽같은 겨울 훈련을 보내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었다. 북중미-남미-유럽으로 이어지는 장기 전지 훈련 시작부터 부진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초청팀 자격으로 출전한 북중미 골드컵에서 예선 1차전 미국에 1-2로 패했던 한국은 이후 2무 3패를 기록하는 저조한 성적을 내며 축구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특히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00위권대였던 쿠바와 0-0 무승부, 캐나다에 1-2로 무기력하게 지면서 히딩크 감독에 대한 경질설이 잇따르기도 했다.

2006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 해 첫 A매치 평가전이었던 아랍에미리트전에서 한국은 박주영, 이동국 등 정예 멤버를 내보내고도 0-1로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홍콩 칼스버그컵에서도 결승 상대였던 덴마크 2진에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1-3으로 완패하기도 했다.

그밖에 미국 LA 전지훈련을 펼쳐 2무 1패의 부진한 성적을 냈던 2005년, 이란 테헤란 원정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중동팀과 잇따라 평가전을 가져 2무의 아쉬운 결과를 냈던 지난 해도 동계 전지 훈련의 악몽 케이스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4번의 사례 모두 결과는 좋았다. 2002년에는 월드컵 4강, 2006년에는 월드컵 원정 첫 승의 성과를 냈으며, 2005년, 지난 해에는 어려움을 딛고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결과를 냈다. 동계 전지 훈련에서 느꼈던 아픔을 좋은 추억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2002년 히딩크호와 많은 면에서 비슷한 2010년 허정무호 

하지만 그 가운데서 2002년 동계 전지 훈련은 2010년 현재의 허정무호가 상당 부분 참고해 볼 수 있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비슷한 흐름으로 훈련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은 체력 훈련에 집중하면서 선수들을 기초부터 다시 닦게 하려 했다. 입에 단내가 날 만큼 힘든 체력 훈련을 실시하다보니 이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의 몸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쳐 득점력 빈곤, 잇따른 실점, 허술한 조직력 등 모든 약점을 다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히딩크 감독의 고집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던 경기가 바로 스페인 전지 훈련 중 가졌던 핀란드와의 평가전이었다. 이전까지 7경기 4득점으로 득점력 빈곤에 시달렸던 대표팀은 황선홍의 통쾌한 2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히딩크호는 승승장구를 펼쳤고, 결과적으로 아시아 최초 월드컵 4강이라는 위업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허정무호가 전지 훈련 당시의 히딩크호와 유사한 것은 국내파를 중심으로 체력훈련에 주안점을 두면서 장기적으로 해외 경험을 쌓으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2차 전지 훈련 첫 상대가 핀란드고, 훈련지 역시 스페인이어서 2002년의 좋은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전지 훈련에서 떠오른 신성을 주목하라 

남아공 전지 훈련을 통해 떠오른 신성들이 스페인에서 더 빛을 발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패싱과 폭넓은 움직임이 돋보이는 구자철, 측면 돌파와 몸놀림이 좋은 김보경, 돌파와 위치 선정이 탁월한 이승렬(서울) 등이 눈여겨봐야 할 후보들이다.

매 전지 훈련 때마다 한국 축구는 새로운 신성을 배출시키며,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2년의 차두리, 2005년의 정경호, 2006년의 박주영 등이 대표적이다. 주전에 버금가는 비주전을 키우는 목적이 강한 동계 전지 훈련을 통해 보다 더 경쟁력있는 선수를 많이 발굴해야 하는 것이 허정모호의 가장 큰 지상 과제로 꼽을 수 있겠다.

추춘제로 운영되는 유럽 축구와 다르게 비(非) 시즌인 한국 입장에서는 겨울 전지 훈련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지 훈련에서 드러난 약점,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서 점차 진화하는 팀이 돼 좋은 성과를 내는 허정무호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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