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13:01
연예

'말모이' 엄유나 감독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기적 같은 시간"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1.27 07:30 / 기사수정 2019.01.27 01:3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제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촬영하고, 이렇게 좋은 배우들, 제작진과 함께 했었다는 것이 기적 같은 일처럼 느껴져요."

'말모이'를 통해 상업영화에 입봉한 엄유나 감독의 벅찬 마음이 전해졌다. 1월 9일 개봉한 '말모이'는 27일까지 25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꾸준한 흥행 중이다.

여기에는 세상과 사람을 누구보다 따뜻하게 바라보는 엄유나 감독의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엄유나 감독은 '국경의 남쪽'(2006) 연출부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추격자'(2008)의 스크립터로 활동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하며 공부를 이어갔다. 2017년 1218만 명의 관객을 모은 '택시운전사'의 각본도 엄유나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

엄유나 감독은 "영화를 전공했고, 연출부로 영화 일을 시작했죠. 감독에 대한 꿈도 계속 갖고 있었고요. 지나고 나서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긴 해요. 순간순간 계속 무언가 준비를 하고 있었어서, 그 시간들이 꼭 필요한 시간들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죠"라며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전했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쓴 이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엄유나 감독은 "글에 대한 재능이나 관심보다는, 영화를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쓰게 됐죠"라며 "그 때 그 때마다 관심을 갖는 것이 좀 다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던 것 같고요. 이 생각은 '말모이'를 하고 나서 생각하게 됐죠. '택시운전사'나 '말모이'나, 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까요"라고 웃어보였다.

'말모이'는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며 관객에게 짙은 여운을 선사함과 함께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송영창, 허성태 등 적재적소에서 제 몫을 다 해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며 의미와 재미의 완급조절을 이뤄냈다.

엄유나 감독은 "일부러 그런 부분을 조절했다기보다는, 그것이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슬픈 일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힘든 와중에도 웃음이 있고, 즐거운 와중에도 슬픔이 있는 그런 사람 사는 모습의 느낌을 전하고 싶었죠"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말과 우리글을 소재로 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말과 글을 모아서 지킨 사람들의 마음에서부터 시작했거든요.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전국의 많은 사람들처럼 말을 모으고 지키는 데 동참했다는 그 사람들의 마음이 귀하게 느껴졌어요. 그것이 결국 사랑이고, 사람의 온기라고 생각했죠"라고 덧붙였다.


엄유나 감독의 표현대로, '말모이'와 함께 했던 시간은 '정말 복 받았던 시간'이었다.

엄유나 감독은 배우들과 제작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정말 좋은 배우 분들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준비할 때부터 막연히 생각했던 글 속의 인물들을 실제로 만들어주신 것이잖아요. 배우 분들이 워낙 치열하신 분들이고 저희 제작진들도 그런 분들이어서, 촬영 현장에서 편했다고 하는 그 마음이 단순한 편안함이 아니라 치열함에서 오는 좋음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좋았죠"라고 떠올렸다.

글을 깨우쳐가는 판수가 상점의 간판들을 읽으며 '사탕과자'를 '사과탕자'로 말하는 장면, 성냥개비로 글자를 만들다 'ㅇ'을 소주잔으로 표현했던 부분들은 유해진과 제작사('더 램프') 박은경 대표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욱 맛깔스러워진 장면들로 완성됐다.

엄유나 감독은 "유해진 선배님이 워낙 센스 있게 잘해주셔서 현장에서도 다 같이 많이 웃었어요. 성냥개비로 글자를 만드는 그 장면은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성냥개비로 ㄱ,ㄴ,ㄷ,ㄹ을 만든다' 정도였는데, 대표님이 소주잔으로 'ㅇ'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주셨죠. 정말 재밌다고 생각해서 활용했어요. 관객 분들도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고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뚝심 있는 마음으로 첫 연출작을 완성해 낸 엄유나 감독은 연신 "배우 분들이 정말 잘해주셨다"면서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엄유나 감독은 각본가로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 또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았던 각각의 시간들을 다시 되짚으며 "시나리오를 쓰는 것과 현장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 모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없던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다 만들어져야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알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공통적으로는 둘 다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느껴지고요"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 그리고 개봉까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또 든든한 마음으로 긴 여정을 같이 걸어왔다.

엄유나 감독은 "편집을 하면서 단역 배우들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애써주고 있는 모습들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모두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정말 감동적인 순간도 많았죠. 이렇게 완성할 수 있어서 정말 기적 같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라며 끝까지 주위에 공을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