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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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혁명'을 꿈꾸며

기사입력 2005.07.28 18:37 / 기사수정 2005.07.28 18:37

윤욱재 기자

'우리도 쾌적한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고 싶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20여 년. 선수들의 기량은 날로 향상하고 팬들의 관전 문화도 성숙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무대인 야구장은 예전 그대로다.

현재 잠실과 문학을 제외한 지방 구장에선 팬들을 모실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만큼 낙후되어 있다. 그나마 이런 시설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올시즌 관중 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구장 시설이 팬들의 뜨거운 열정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 이런 식이라면 열기는 식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새 구장 신축에 대해 전혀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때 기아는 해태를 인수한 후 광주 야구장 신축에 나선 적이 있고 삼성은 2002 한국시리즈 우승 뒤 전용구장 건립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엄청난 자금이 투여되고 지자체와 혼선을 빚으면서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말로만 구장 건립을 내세웠을 뿐 결과물은 하나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팬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현재 '낙후 구장의 대명사' 광주와 대구의 야구팬들이 먼저 나선 상태다. 광주 야구장 신축 건립 서명운동(http://www.tasamo.net)이 한창 진행 중이며 대구 야구장 신축 건립 서명운동(http://www.daesamo.net)은 6만 여명이 참여(인터넷, 길거리 서명)한 가운데 청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요즘 사람들이 첨단 시설 안에서 문화를 즐기고 있는 반면, 야구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서명운동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나 구장 건립을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팬들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한 걸음씩 전진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순탄한 과정을 위해선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미디어를 통한 여론 조성. 언론사를 통해 노출하면서 구장 건립의 필요성을 밝혀야 한다. 여론 방향이 '구장 신축'으로 잡힌다면 문화관광부나 시의회에서도 무시를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몇 천억 이상이 소요되는 야구장 건립에 회의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나라 경제도 어렵고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게 아니냐며 딴죽을 걸 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위한 공간이 '60년대식'이라면 이런 말을 쉽게 내뱉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야구장 하나 짓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자금을 놓고 시의회와 구단의 밀고 당기기,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중요한 부지 선정, 또 앞으로의 관리 문제 등 새로운 야구장은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하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야구인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했던 돔구장 건설도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고, 현대의 연고지 문제도 해결을 못 하는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 한마음으로 뭉친 야구팬들의 '결의'가 어느때보다 의미가 깊다. 하지만 '한국야구의 발전'과 '관람 문화의 혁명'을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만큼, 앞으로 있을 반대 세력과의 다툼과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구장을 지어달라는 의견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사진 / 타사모, 대사모, SK 와이번스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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