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3:21
스포츠

[축구장에 놀러가다] 경주시민과 함께하는 '경주시민축구단'

기사입력 2009.06.29 01:50 / 기사수정 2009.06.29 01:50

박진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3리그 16R, 경주시민축구단 대 이천시민축구단, 경주시민운동장, 19:00

경주시민운동장으로 돌아가다

처음 기자 신분으로 축구를 봤던 경주시민운동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하지만, 경기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녹초가 된 상태다. 김유신 장군묘에 이어, 무열왕릉, 선덕여왕릉까지 능(陵)투어에 나선 탓이다. 경주에 적을 둔 지 10년이 넘도록 가보지 못했던 곳을 드라마 한 편의 영향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얼마 되지 않는 코스였지만 유독 후텁지근한 날씨에 돌아다녔더니 땀을 한 바가지는 흘렸다. 그러나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밀면 한 그릇이면 모든 게 다 용서(?)가 된다.





▲ 경주시민운동장의 내외부 모습.

경기시작 시각에 맞춰 도착한 경주시민운동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관중이 몰려있다. 2008년 경주시가 주축이 되어 창단된 경주시민축구단은 많은 사람의 환대 속에 창단식을 하고 닻을 올렸다.

창단 첫해 비교적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경주는 관중 동원 면에서도 K3리그 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관중을 유치했다. 지난 시즌 최종전 이후 처음 방문한 이곳은 점점 입소문이 퍼져 다양한 관중이 매 경기 경주시민운동장을 찾는다.

경주시민운동장은 그 이름에 걸맞게 경주시에서 개최하는 여러 문화행사를 치르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경주시민운동장의 푸른 잔디가 아까울 정도로 축구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를 위한 행사에 더 많이 사용되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직전 훈련 장소로 '경주'를 택했다. 그리고 이후 황성공원 내에 축구공원을 조성하고, 각종 유소년 축구대회를 유치하는 등 경주시 측에서 축구에 대한 많은 투자를 했다.



▲ 경주시민축구단의 경기는 지역 케이블방송에 의해 생중계된다.

축구공원을 비롯한 수많은 천연·인조잔디구장은 축구 도시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인프라가 뛰어나다. 그리고 관광도시답게 숙박시설이 완비되어있고, 남부지방에 있어 한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씨는 전지훈련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그래서 많은 유소년 축구팀이 전지훈련 장소로 경주를 선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02년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은 4강의 기적을 이루어냈고, 2008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경주로 전지훈련을 왔던 수원 삼성은 그해 K-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말 그대로 터가 좋은 곳이다. 고향 자랑은 여기까지.

경주시민축구단, 아쉬운 무승부를 거두다



▲ 경주와 이천의 경기 전 기념촬영.

경주는 득점 선두 한승익을 필두로 좌우에 전효준과 이재목을 배치한 '4-3-3' 전술로 나섰고, 이천은 강민구와 캡틴 이진용 투톱을 활용한 '4-4-2' 전술로 엔트리를 구성했다. 경기는 예상 외로 원정팀인 이천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이천은 전방에서부터 경주의 수비진을 압박해 공격 활로를 차단했다. 그러나 K3리그 1위 자리를 수성 중인 경주 역시 순순히 경기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전반 12분 홈팀인 경주가 먼저 기선 제압을 했다. 페널티에어리어 안 혼전상황에서 수비가 걷어낸 볼을 한승익이 받아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찔러 넣었다. 득점 1위를 질주 중인 한승익의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천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좌우의 김태완과 정은교의 빠른 발을 이용해 측면공격을 중심으로 공격을 이끌어갔다. 그러나 이천의 슈팅이 번번이 골문을 벗어나며 승부의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 양 팀 선수들이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전반전에 그리 만족할만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던 경주는 미드필더 자원인 신재훈을 빼고 김기철을 투입하며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이천의 저력이 만만치 않았다. 후반 9분 오른쪽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던 이천의 정은교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주의 수비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볼이 정은교의 앞에 떨어졌고 이것을 오른발 강한 슈팅으로 경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터진 두 골 모두 수비진의 깔끔한 볼 처리가 아쉬웠던 상황에서 나왔다.

이후 경주는 왕건국과 이재학을 차례로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더운 날씨는 경주 선수들의 발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발 빠른 이천의 공격진에 경주의 수비가 고전했다. 결국, 양 팀은 90분간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한 골씩을 주고받은 뒤 결승골을 얻지 못했다. 이날 경기결과에 따라 경주는 1위 자리를 청주직지FC에게 내주어야 했다. 그리고 이천은 승점 1점을 추가함으로써 한 계단 상승한 12위에 올랐다.

스포츠는 또 다른 놀이문화

이날은 경기에 앞서 경주시에서 육성하는 유소년 축구팀인 '서라벌FC' 선수들이 시축을 했다. 경주시는 경주시민축구단 창단을 계기로 유소년 클럽을 연이어 운영함으로써 축구 도시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경주의 서포터스 역할을 선도하는 것도 바로 이들이다. 몇몇 아이들의 막대풍선 박자에 맞춘 '경~주!시!민!'이라는 외침은 어른들의 화답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레 경주의 선수들에 대한 응원가가 된다.



▲ 경주시민운동장에는 많은 관중이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든다.

또한, 경주시민축구단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후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관람료를 받는 대신 자유로이 원하는 금액을 내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그래서 공짜로 입장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천원 이상의 돈을 내면 막대풍선과 경품추첨권을 주는데, 거의 대부분의 관중이 막대풍선을 가지고 입장한다. '우리 고장', '우리 팀'에게 투자하는 단돈 몇 천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잘만하면 단돈 천 원에 그 몇 배에 달하는 경품을 얻을 수도 있다. 관중이 그리 많지 않으니 그 확률도 높은 셈이다.

현재 청소년범죄가 사회적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즐길 문화가 없는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지방도시는 더더욱 부족한 실정이다. 경주는 그나마 각종 문화행사들이 연이어 개최되나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즐길 거리가 없는 것은 매 한가지다. 그래서 스포츠구단의 존재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놀이문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경주시민축구단은 후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과 가족단위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주말 오후를 보낼 여가생활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2주 간격으로 펼쳐지는 경주시민축구단의 홈경기 때마다 많은 관중이 찾아와 축구를 즐긴다. 모든 선수를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경주 소속'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사투리가 구수하게 담긴 그들의 환호와 탄식에 귀가 즐겁기만 하다. 출범 2년째를 맞는 경주시민축구단이 어느새 시민들에게 '우리 팀'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 것 같아 기자라는 신분 이전에 경주시민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관련기사] ▶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장에 놀러 갑니다.

아시아를 제패하라! 세계 최대의 용광로 '스틸야드'

서울과 아산의 빗속 혈투가 펼쳐진 경희고



박진현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