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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10승까지 7년' 임찬규는 이제 100승 투수를 꿈꾼다

기사입력 2018.07.30 16:00 / 기사수정 2018.07.30 14:54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올 시즌 LG 트윈스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은 이는 임찬규다. 19경기에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4.98. 지난해 5월까지 4승을 올리며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지만, 이후 2승을 추가하는데 그치며 6승으로 시즌을 마쳤던 아쉬움을 떨쳤다.

임찬규는 2011년 LG 1라운드 2순위 지명을 받았다. 첫 해부터 9승을 올리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2013년까지 두드러지는 활약이 없다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그러나 군 복무 도중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1년을 재활의 시간으로 보냈다. 복귀 첫 해였던 2016년 3승, 2017년 6승으로 꾸준히 계단을 밟아 온 임찬규는 이제 스스로가 '예전의 임찬규'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임찬규는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노래들을 듣는다. 휴대폰에 저장된 플레이리스트 이름은 '가자10승'. 30곡 가까이 채워진 리스트 속에는 박재범, 도끼, 슈퍼비, 일리네어 등 익숙한 랩퍼들이 가득하다. 한 곡을 꼽아달라는 부탁에 임찬규는 박재범, 도끼, 더 콰이엇이 부른 'Worldwide'를 소개했다. 그가 듣는 노래 속 가사처럼, 임찬규는 더 이상 '사람들이 알던 예전의 임찬규'가 아니다.

[◀◀되감기 : 7년을 기다렸던 10승의 순간]

-요즘 날이 정말 덥다. 작년보다 더 더운 것 같은데, 선수들은 어떻게 느끼나.
▲작년보다 훨씬 더 덥게 느껴진다. 나는 작년에 4~5이닝 던지고 5일 쉬고, 비 오면 또 쉬고 그래서 더운지도 몰랐다(웃음). 올해는 거의 등판 거르지 않고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긴 하다. 고척이 정말 시원하더라.

-고척에서 고대하던 10승을 달성했다. 2011년에 9승을 하며 10승도 잡히는 듯 했는데, 결국 7년이 지난 올해 기록을 채우게 됐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금방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10승을 하긴 했는데, 중요한 건 앞으로도 '꾸준히' 10승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10승 하고 이후에 5승, 6승으로 끝나면 '1년 반짝'이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았다. 신인 후 6년이 지났는데, 반짝하고 무너지고 싶진 않다. 사실 올해 득점지원도 많고 운이 정말 좋았다. 올해 거둔 10승은 LG에서 내년도, 후년도 잘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150이닝과 같은 목표를 잡고 지속적으로 잘하고 싶다.

-사실 2017년도 전반기 페이스는 무척 좋았다. 그러나 후반기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10승이 불발됐다. 올해는 어떤 점이 달랐기에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었나.
▲작년에는 마운드에서 실점을 하면 내 마음도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위기가 오면 실점했고, 그러면 교체됐다. 마음이 많이 쫓겼다. 올해는 강상수 코치님과 류중일 감독님이 5이닝을 무조건 책임져야 하는 이닝이라고 하셨다. 이제는 실점을 많이 해도 감독님이 잘 안 바꿔주신다. 그러다보니 책임감이 생겼다. 잘 던지겠다, 보다 버텨야겠다, 고 생각하게 됐다. 페이스도 잠시 떨어졌었는데, 작년 같았으면 그대로 무너졌겠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버티려 했다. 운동도 더 해보고, 평정심 유지도 해보고. 덕분에 침체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지 : 잠시의 슬럼프, 그리고 극복]

-운동을 더 하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어떤 방법들이었는지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기술 훈련이나 체력 훈련을 더 한 것은 아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10분 더 하거나, 더 일찍 한다거나 그랬다. 그리고 더 먹고, 더 잤다. 최근 장염으로 4~5kg가량 몸무게가 줄었다. 프로 선수들에게는 몸 관리도 필수적인데, 시즌 전부터 계획적으로 만들었던 몸무게가 훅 줄어버리니 힘들었다. 박용택 선배님 등 많은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장염은 종종 걸리는 병이라고 하셨다. 내년 시즌 내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이기도 하다.

-장염이었는데도 25일 삼성전에서 6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 후 영상은 다시 봤나.
▲물론이다. 잘 던진 것, 못 던진 것 다 많이 돌려본다. 원래는 못한 날의 영상을 다시 보는 걸 싫어했다. 투구가 좋지 않았던 날은 자책하며 잠을 못 자곤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못한 날 더 열심히 본다. 사실 안타, 홈런을 맞은 이유는 뻔하다. 내가 보는 건 마운드 위에서의 내 모습이다. 표정이 어땠는지, 내가 마운드 위에서도 여전히 투수다웠는지를 살핀다. 과묵하고 싶다(웃음).

-투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많이 자책하는 것 같은데, 힘들 때 주변에서 도움을 준 사람을 꼽자면.
▲(차)우찬이 형이다. 주변인들이 속된 말로 '차우찬이 LG와서 사람 하나 만들어놨다'고 한다. 물론 가까이에 코치님도 계시지만, 나는 궁금한 게 생기면 우찬이 형에게 다 물어본다. 운동을 같이 하면서 야구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큰 도움이 됐다. 지금 형도 몸이 좋지 않아 힘이 들텐데 그럼에도 내 질문에 잘 대답해준다.

-10승 후에 따로 연락을 주고받았나.
▲물론이다. 매일 연락하고, 거의 연인 사이다.(웃음). 10승 한 날에도 '잘했다 찬규야'라며 격려해줬다. 지금 부상으로 1군에서 빠져있는데, 나한테 '너라도 잘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버티고 있을테니까 (잘 회복하고) 오라'고 했다. 내가 잘 버티고 있다가 돌아오면 같이 잘해보려 한다.

[▶재생 : 올 시즌 화끈한 득점지원, 외인 상대로는 예외?]

-삼성전에서 상대였던 아델만의 투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사실 상대의 투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내 등판날 상대 투수가 거의 늘 무너졌는데, 외국인 투수는 예외인가 싶었다(웃음). 다른 무엇보다 팀이 이기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웠다. 차라리 내가 7이닝 5실점 하고 팀이 이기는게 낫지, 6⅓이닝 1실점하고 팀이 지니 의미가 없더라. 다만 점수가 적게 나니 '투수전의 재미'는 있었다. 더욱 집중하게 되더라.

-삼성전은 좀 예외였지만, LG 내에서 가장 화끈한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 분명 피칭도 좋은데, 그런 말 들으면 속상하지는 않나.
▲왜 속상한가? 모두 나를 부러워한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등판하는 날 득점지원을 많이 해주니 얼마나 고맙나. 하지만 나는 윌슨이 부럽다. 방어율, 탈삼진, 사사구 등 내가 원하는 세부기록들을 다 가지고 있다. 얼굴도 잘생기고 공도 빠르다. 소사? 소사는 좀 '넘사벽'이라 부럽다는 마음도 들지 않는다(웃음).

[▶▶빨리감기 : 국가대표, 10승 투수, 그리고 100승 투수]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뽑혔다. 다만 승선 이후 슬럼프를 겪었고, 비난 여론도 거셌다. 압박감이 세진 않았나.
▲나는 정말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승선 후 성적이 떨어지다보니 여론도 일파만파로 커진 것 같다. 신경쓰지 말자, 생각하고 마운드에 섰는데 또 실점을 많이 했다. 한번은 고비가 오겠다 생각은 했지만 좀 크게 왔었다. 한번 못 던지니 자책점이 4점대로 오르고, 2번째 못 던지니 5점대까지 치솟더라. 아 이거 큰일이다 싶었다(웃음). 그래도 잘 이겨냈다.

-10승을 했으니 이제 11승을 해야하는데, 이번주 차례로 만나는 상대가 1위 두산, 2위 SK다.
▲그렇다. 강한 팀들과의 승부가 연이어 있고, 심지어 두 팀을 모두 상대하게 된다.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쉽지 않았는데, 한번 부딪혀봐야 하지 않겠나.

-올해 27살이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어떤 마음가짐인가.
▲더 나이 먹기 전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거의 5년을 그냥 보낸 기분이다. 뒤돌아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가자는 생각이다. 37살 즈음에는 100승 투수가 되어있고 싶다. 삼성의 윤성환 선배님을 좋아하는데, 강속구는 아니지만 마운드 위에서 아우라가 분명하다. 매년 꾸준하다는 점도 정말 배우고 싶은 점이다. 37살에는 윤성환 선배님 같은, 그런 꾸준하고 위압감을 주는 LG 투수가 되고 싶다. LG 팬들에게 있어 '뜨거운' 번호들이 있지 않나. 9번, 47번과 같은, 그런 선수가 되는 게 바람이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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