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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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본 프로야구의 길라잡이.

기사입력 2005.06.25 00:52 / 기사수정 2005.06.25 00:52

서민석 기자

'기록은 기록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야구에는 그냥 기록으로 넘기기에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1.야구는 완벽한 투수 놀음?

이 명제에 대해선 적어도 올 시즌에는 '맞아 떨어지고 있다' 고 할 수 있다.

현재 팀 순위인 삼성-두산-한화-SK-현대-롯데-LG-기아의 순서와 팀 방어율 순위는 일단 거의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방어율 1위인 삼성(3.80)-두산(3.87)-SK(4.11)-한화(4.24)-롯데(4.58)-현대(4.78)-LG(4.84)-기아(4.92)의 순서에서 볼 수 있듯이 방어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대가 좋은 성적을 낼 뿐 나머지 팀 들은 어느 정도 비슷한 순위를 보여주고 있다.

선발에서 배영수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는 삼성이나 화려하진 않아도 박명환-랜들-스미스-김명제-이혜천과 중간계투진 확실한 마무리 정재훈이 있는 두산이 방어율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총제적으로 중간계투진에서 난조를 보이고 있는 LG-기아가 실제 성적에서도 바닥권을 멤도는 것은 '야구는 투수놀음' 이라는 속설을 증명시켜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2. 홀드 수도 많은데 왜 우리 계투진이 약하다고 하지? - LG 트윈스

LG는 홀드 순위에서 당당히 1위(33홀드)에 랭크되어 있다. 2위 두산(31홀드)-3위 삼성(29홀드)에서 2-3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결코 LG 마운드가 약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홀드 기록의 맹점과 LG 투수 운용이 '아랫돌 빼내 윗돌에 넣는' 미봉 책임이 나타난다.

지금 LG에서 1이닝이라도 던진 투수는 23명으로 기아와 공동 1위다. 평균적으로 15~17명이 1군에서 활동한다고 봤었을 때 단연 많은 숫자다. 그만큼 선발-중간-마무리 할 것 없이 성적 부진, 부상 등으로 부침이 심했다는 반증이고, 그 공백을 매우기 위해 투수들이 '마구잡이'로 투입됐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예라 할 수 있다.

LG 선발투수 중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계속해서 지금까지 온 선수는 최원호가 유일하다. 나머지 선발인 장문석-김광삼-진필중-이승호는 각각 부상과 수술 후유증으로 2군을 거쳤거나 아직도 2군에 있는 중이다. 

마무리는 또 어떠한가? 올 시즌 프로 데뷔이후 최고의 구위라는 이순철 감독의 찬사를 듣고 마무리로 낙점된 신윤호는 상대팀에게 환영받는 마무리로 전락했다. 결국 지난 5월 26일 롯데에게 8:0에서 13:11로 역전패한 경기의 패전투수가 된 이후 중간계투로 강등되었다가 5월 31일 기아와의 원정경기서 또다시 김경언에게 끝내기 투런을 허용, 팀의 11:9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가 최근에 다시 1군 무대에 복귀했다.

신윤호 이후 마무리를 맡았던 정재복 역시 중간계투로 있을 때의 묵직한 구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피하는 승부로 일관했다. 결국 마무리 자리는 지난 6월 17일 2군에서 1군으로 복귀한 1선발 장문석을 마무리로 돌리는 세 번째 보직변경이 이루어졌다. 

한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장문석이 6월 17일 롯데전 이후 세 경기에 등판 1승 2세이브에 방어율 0을 기록 중인 것은 어느정도 LG 마운드에 안정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LG의 문제는 투수교체가 너무 자주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과거 선발투수가 '첫 번째 투수'의 개념이었던 쌍방울을 연상케 하는 맹목적인 '왼손에 좌완' 이라는 등식 때문에 죽어나는 건 LG 투수들이라는 점을 코칭스테프에서 다시금 생각해 볼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단적인 예로 비록 승리하긴 했지만, 6월 5일 SK와의 홈경기에서 경기 전체가 아닌 7회 한 이닝에만 장준관-류택현-경헌호-민경수-송현우가 연이어 등판한 것은 지금 LG 중간 마운드 운영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준 단편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3.번트 야구는 재미없지만 성적은 보장한다? - 현대

현대는 많은 번트와 작적을 구사하기로 유명한 팀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 시즌 희생타에서 당당히 1위(51)에 랭크 되어있다. 물론 SK나 기아도 감독의 성향이 번트를 많이 대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김재박야구에 비하면 그래도 쫌 나은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상대적으로 브롬바-심정수와 같은 거포가 있어서 1-2번타자나 하위타자가 번트를 내는 경우가 잦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송지만-이숭용-정성훈과 같은 중심타자도 무사에 주자가 나가면 '미련없이' 번트를 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서튼은 예외다-

그 만큼 지난 시즌에 비해 약해진 점을 결국 번트나 작전에 의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잦다보니 상대적으로 현대의 야구 스타일이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4. 우리가 타격의 팀 이라고? -한화 & LG

전통적으로 투수력보단 타력에 의존하는 한화와 LG. 하지만 올해는 어찌된 영문인지 LG가 0.258로 롯데와 함께 공동 6위이고, 한화는 당당히 0.252로 최하위에 랭크되어 있다.

게다가 출루율에서도 한화가 0.325로 최하위, LG가 0.327로 7위를 마크하고 있는데, 기록상으로 '냉정하게' 따져 봤었을 때 결국 두 팀은 타격의 팀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LG의 경우 79개의 도루로 59개로 2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에 비해 월등한 1위를 달리고 있고, 한화의 경우 74개의 홈런으로 81개를 치고 있는 현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점은 타율이나 출루율의 열세를 극복하게 하는 부분일 듯 싶다.

결과적으로 현대야구에선 결국 타선'만' 강하다고 해서 성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기록은 '기록'일 뿐이다.

위의 사례 이외에도 지금의 팀 성적과 배치되는 기록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기록을 쫓아가면 순간순간 상대를 제압할 '확률'이 높아질 순 있겠지만, 그 확률들이 100%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확률들이 모여 무조건 승리를 보장해 준다면 얼마나 야구가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것인지 생각해 본다면 기록은 기록으로 끝난다는 말이 어느 정도 공감가는 대목이다.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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