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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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초점] 나얼의 노래, 지금도 맞고 그때도 옳았다

기사입력 2018.04.03 10:03 / 기사수정 2018.04.03 10:08

박영웅 기자


[엑스포츠뉴스 박영웅 기자] 어느 분야에서든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갖는 건 경쟁자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유난히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는 식지 않는 그들만의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그것이 대중의 영역이 되었을 땐 거부할 수 없는, 길고 긴 생명력을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나얼의 목소리는 현 대중음악씬에서 가장 믿음직한 브랜드다.

부드럽지만 강한 기교, 감정이 없는 듯한 표정, 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공감의 노랫말 등 가수라면 누구나 탐낼법한 자신의 색이 뚜렷하다. 독특한 음색에 놀라고 다음엔 소소한 감성을 색다르게 풀어내는 화법에 느낌표를 찍는다. 점점 자극적인 소리를 찾는 음악계에서, 그가 꾸준히 과거의 소리를 재구성하는 노력은 아이러니하다. 일상의 얘기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주제 선정과 스토리 전개부터 창법의 해석까지 비로소 나얼만의 스타일이 완성되었음을 알린다.

고민 끝에 완성된 소리는 오히려 간결한 감상을 전달한다. 음악적 신념의 강도를 자신있게 드러내듯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 'Sound Doctrine’은 자신의 음악 교리대로 써내려간 음반이다. 브라스 섹션이나 트럼펫 솔로 등 풍성한 접근을 보여준 70~90년대의 블랙뮤직은 과거의 음악을 건드리면서도 오히려 이것이 변치않는 대중음악이라 말하는 듯 하다. 

‘레트로’ ‘복고’란 수식어로 흔히 불리는 과거에 대한 집착은 단지 소울뮤직의 복고가 아닌 재창조의 산물이다. 대중을 쉽게 포섭할 만큼 친절한 음악이 아니며, 대중음악의 일반적인 작법에서도 이탈했다. 하지만 관능적인 리듬과 생생한 편곡 안에서 나얼의 보컬은 감정선을 건드리며 중심을 지탱한다. 곳곳에서 절제된 소리를 담아내고자 한 흔적이 두드러진다. 



앨범의 전반적인 톤은 따뜻함과 경건함이 지배한다. ‘기억의 빈자리’와 같은 감상적인 발라드곡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지만 앞뒤에 자리한 훵크 사운드가 소리의 확장을, 노랫말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이고 행복을 전한다. 봄에 어울리는 따뜻한 사운드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경건함 또한 지난 앨범들에 비해 더욱 선명해졌다. 다양한 사운드와 다채로운 이야기로 자신의 음악 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교적 경건함 또한 알차게 담아냈다.

감정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무심한 듯 툭 치고 내뱉는 음색에 소울 고유의 소리, 그리고 풋풋한 옛 감성도 더해졌다. 여기에 노랫말의 단어 하나도 한음 한음의 전개도 성의껏 눌러 담은 분위기다. 과거의 것을 재구성해 현재의 소리로 들려주는 아이러니한 작업은 추억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애틋한 기운이 듣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감성을 전해주는 목소리. 담담한 표정과 음색으로 사람의 마음을 날카롭게 저미는 고급 기술을 가진 나얼의 음악이다. 

단순히 그를 화려한 테크닉과 고음을 구사하는 가수로 기억하는 것은 부당하다. 소울이란 장르적인 특징을 돋보이게 함은 물론, 다양한 흑인음악의 접점을 찾는 게 탁월했다. 자신들의 정체성과 대중 사이의 간극을 독보적인 위치에서 해석했기에 특별하다. 특히 소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에서 한국적 감성을 녹여낸 점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행위다. 물론 대중은 나얼에 대중적인 발라드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정체성을 갖는 건 뮤지션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음악은 미지의 세계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것을 절실히 느끼기에 예전의 노래를 다시 손질하고 곱씹어보는 그의 작업은 더욱 의미가 있다. 새로운 변화에 경의를 표할 수 있을 만큼 프로페셔널한 음악, 원숙미와 경험 이상의 도전, 시대를 거슬러 노래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나얼의 새 음악이다. 디지털 시대, 모든 소리를 편집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에도 음악 고유의 것은 그대로 가치를 지닌다. 

박영웅 기자 en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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