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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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박명환,손민한 에이스 三國志

기사입력 2005.06.01 09:40 / 기사수정 2005.06.01 09:40

손병하 기자

야구에서 투수, 그 중에서도 에이스란 존재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일까? 흔히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 말한다. 그런 투수들 중에서도 팀과 리그를 지배할 에이스를 가진 팀들은 우승 후보 1순위로까지 꼽힐 정도로 그 이름이 가지는 가치는 절대적이다. 한 시즌을 지내며 팀에게 15~20승을 선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에이스인 것이다.

올 시즌 우리네 프로야구에서도 각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시즌 개막 이후 줄곧 3강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 두산, 롯데에는 그야말로 내로라 하는 에이스들이 우뚝 서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한 배영수(삼성. 24)와 롯데의 돌풍을 이끌며 아마 시절의 명성을 재확인하고 있는 손민한(롯데. 30), 그리고 병풍으로 위태로웠던 두산 마운드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박명환(두산. 28)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프로야구사에 새로운 에이스 삼국지를 만들며 ‘혼’을 던지고 있는 세 명의 걸출한 투수들을 조명해 본다.

▲ 배영수(삼성)
ⓒ2005 KBO

◆ 리그를 지배할 에이스, 삼성 배영수

작년 한국시리즈 이후 배영수를 얘기할 때, ‘10이닝 노히트 노런’라는 말이 따라 다녔다. 아쉬웠던 미완의 기록에 대한 찬사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완성되지 않은 에이스가 만든 작품었기 때문에 더 오래 회자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10이닝 노히트 노런’은 그다지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그런 기록을 또 다시 만들어 낼 능력을 가진 진정한 에이스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배영수 올 시즌 기록

경기 방어율 승리 패전 이닝 피안타 4구 삼진 실점 자책점
11 1.60 7 3 78,2/3 51 21 69 16 14


1점대 방어율을 선보이며 방어율 부분 1위, 탈삼진 2위, 다승 공동 2위. 배영수가 올 시즌 기록하고 있는 내용은 그야말로 최고 에이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시즌 개막 두 달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 기록하고 있는 1점대 방어율도 경이적이지만, 무엇보다 배영수의 ‘어깨‘에 가장 후한 점수를 내리고 싶은 것은 이닝 수이다.

배영수는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 8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78과 2/3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평균 7. 1이닝 이상을 던진다는 얘기다. 에이스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인 투구 이닝에서 배영수는 이름에 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즌 두 번째 등판인 4월 8일 현대와의 경기에서는 상대 캘러웨이-조용준의 계투에 맞서 9이닝을 3안타 2실점으로 완투패 하면서 에이스의 역할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기도 했다.

이런 추세로 사자군단의 마운드를 지켜 준다면 개인적으로도 데뷔 이후 최초로 시즌 200이닝 소화라는 기념비적인 기록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배영수가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게 된다면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등의 부수적인 타이틀마저 얻게 될 것이다. 2000년을 넘어 오면서 시들해졌던 우리 프로야구의 인기 회복을 위해서 꼭 필요했던 ‘리그를 지배 할 에이스’. 배영수가 그 선두에 서있다.

▲ 박명환(두산)
ⓒ2005 KBO

◆ 아픔 딛고 더 성숙하게, 두산 박명환

국내에서 가장 꾸준하게 150km를 뿌릴 수 있는 강속구 투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박명환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엄정욱, 권혁, 서승화 등 150km 중반을 넘나드는 공을 뿌리는 투수들은 여럿 있지만 9이닝 동안 꾸준히 이런 공을 던질 수 있는 어깨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직구 하나만을 가지고 얘기한다면 선동렬(현 삼성 감독)이나, 최동원(한화 재활군 코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박명환 올 시즌 기록

경기 방어율 승리 패전 이닝 피안타 4구 삼진 실점 자책점
9 2.61 7 0 51,2/3 35 26 53 15 15


무패질주. 현재 박명환은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무패 행진을 8로 늘리며 질주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올 시즌 7승 무패로 승률 공동 1위, 다승 2위, 방어율 2위. 지난해 병풍 파동을 겪으면서 훈련에 충실치 못해, 정상적인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위의 예상을 뒤엎고 쾌속 질주중인 박명환이다. 주변의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에이스로서의 몫을 충분히 다 해내고 있는 박명환이야말로 팀에서 원하는 진정한 에이스이다.

9경기에 등판해 51과 2/3이란 이닝 수는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박명환의 선발 등판 때마다 팀 타선이 화끈하게 터져 많은 이닝을 소화 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것보다는 투수가 가지고 있는 결정구의 유무와 구질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평가해주는 탈삼진 부분에서 박명환은 이닝 당 1개가 넘는 삼진을 잡고 있어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지난해, 탈삼진과 방어율 2관왕을 달성하고도 최고 투수의 영예를 가지지 못했던 박명환이 올 시즌 철지 부심한 각오와 함께 팀과 자신에게 가장 빛나는 한해를 만들 수 있을지 박명환의 황금 어깨가 주목된다.

▲ 손민한(롯데)
ⓒ2005 KBO

◆ 아마시절의 명성을 되찾은 에이스, 롯데 손민한

벌써 프로데뷔 9년차를 맞고 있는 손민한. 그가 지난 97년 롯데 입단했을 당시만 해도 부산은 열광했었다. 동기들을 넘어 1년 선배들인 조성민, 임선동, 박찬호와 비교(?) 당하면서 명성을 날렸고, 박찬호가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불기 시작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한국 유망주 스카웃의 표적은 단연 손민한이었다. 실제로 보스턴과 다저스 등이 입질을 시도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던 국내 에이전트 시스템 등의 악재로 해외 진출은 결렬되었다. 하지만 그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투수가 바로 손민한이었다.


▶손민한 올 시즌 기록

경기 방어율 승리 패전 이닝 피안타 4구 삼진 실점 자책점
10 2.19 8 1 70 49 13 46 18 17

프로 9년차를 맞은 손민한은 이번 시즌, 예전보다 더 화려하게 꽃 핀 팔색조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그래그 매덕스라는 별명이 무색치 않게 구석구석을 찌르는 코너웍과 변화구를 앞세워 타자들의 호흡마저 빼앗아 버리고는 상대를 제압한다.

경기당 평균 7 이닝을 책임지는 투구 능력도 칭찬 받을만 하지만 손민한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단연 팀을 연패에서 구해내는 에이스의 힘이다. 특히 지난 5월 5일에는 대 삼성전 13연패와 올 시즌 4연패의 사슬을 끊는 5:0의 완봉을 이끌어내는 등 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내는 에이스로서의 진면목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네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기교파 투수로 자리 잡은 손민한의 볼 하나하나에 부산팬들의 함성이 그리고 올 시즌 롯데의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로소 날개를 편 손민한의 비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불운을 딛고 일어선 또 한 명의 에이스에게 이번 시즌을 맡겨도 좋을 듯하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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