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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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박파문, 쉽게 마무리 지어서는 안 된다

기사입력 2008.12.26 10:06 / 기사수정 2008.12.26 10:06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말은 미국에서 보험가입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윤리적/법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행위를 나타내는 말로 확대됨과 동시에 법 또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거나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행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정치, 경제, 사회문화, 스포츠 등 제반 분야에서 부도덕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을 제기한다.

프로야구 선수로써 공인의 신분을 망각한 채 폭행사건을 일으킨 정수근, 팀을 무단이탈하여 임의탈퇴 신분이 된 김진우 등은 선수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선수를 포함하여 모든 선수들과 야구인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행위

품위를 최고로 여기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부도덕한 선수에 대해서는 인정사정없이 철퇴를 가한다. 팬들의 비난에 앞서 구단과 리그 차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징계를 내린다. 도박 사건으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피트 로즈(前 신시네티 레즈)를 비롯하여 성추행 사건으로 선수생활의 종지부를 찍은 데니 네이글(前 콜로라도 로키스), 코르크 배트 사건으로 품위에 큰 손상을 입은 새미 소사(前 시카고 컵스) 등이 그러했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명예를 목숨과 같이 여기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라는 말 자체가 통용되지 않는 나라다. 오죽하면 일본에서 가장 심한 욕이 “이 수치를 모르는 녀석아!” 라고 하니, 그들의 프라이드 또한 메이저리그 못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왜 부도덕함에 가차없는 채찍질을 하게 되었을까? 야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눈이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야구팬들을 그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무서워 할 줄 안다. 또한 야구를 바라보는 유망주들에게 전인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윤리교육이 따로 필요가 없는 샘이다.

도덕과 윤리는 야구판의 수준 자체를 떠나 프로스포츠의 근간이 되어야 할 문제다. ‘프로’라는 단어는 경기 수준과 더불어서 공인으로써의 도덕적 책임까지 수반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로스포츠의 선수 자리는 국민, 즉 팬들이 만들어 준 공간이다.

이 때문에 최근 프로야구판을 덮친 ‘도박사건’을 결코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메이저리그 수준을 목표로 한다면 더욱 엄격하게 처단해야 한다. 특히, 모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되어 버린 “아마추어처럼 왜 그래?” 라는 말을 듣기 싫다면 더욱 그렇다.

만약에 이번일을 두고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 넘어간다면 구단과 KBO에서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를 눈감아 준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도덕적 해이에는 회초리가 약이다

도박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행위 자체에 철퇴를 가해야 하는 것이다. 10명이건 3명이간 간에 관련자들의 명단을 모두 공개하고, 구단이나 KBO차원에서 과감하게 처벌해야지 그냥 쉬쉬해서는 안 된다. 프로야구판을 바라보는 야구 유망주들을 생각해서라도 처벌할 것은 처벌해야 한다.

또한 기업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 교육을 잘 시키겠다’는 다짐을 해야 마땅하다. 이미지 때문에 도박사건을 숨긴다는 것은 오히려 그 얼굴에 더 큰 먹칠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프로야구단을 움직이는 기업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1류 기업들이 아니던가. 1류라면 1류에 맞는 품위를 갖춤과 더불어서 책임을 묻는 부분에 대해서도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도박 파문이 마무리 되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 부끄러운 행위다. 그렇다고 해당 선수를 소리 없이 방출시킨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부끄러움이 없음을 부끄러워하면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옛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수준은 중국. 대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말로 국제사회에서 야구로 인정받으려면 프로로써의 자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야구팬들의 눈은 바보가 아니다. KBO와 8개 구단은 그 누구보다도 두려워하고 존경해야 할 대상이 야구팬임을 잊지 말고, 본 사건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바란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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