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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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WBC] 왜 김인식 감독인가?

기사입력 2008.11.13 12:53 / 기사수정 2008.11.13 12:53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삼국지연의를 읽다 보면 중/후반부에 유비가 익주(益州)를 침공하는 내용이 있다.

종친의 땅인 익주를 힘으로 빼앗는 것을 꺼렸던 유비에게 모사 법정이 했던 이야기가 바로 ‘토끼도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것이었다. 익주 땅을 토끼에 비유하여 적절하게 유비를 설득했던 셈이다. 즉, 당시에 유비가 서둘러 익주를 점령하지 않으면 당시 군벌세력 중 하나가 차지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유비는 익주 땅을 평정하는 데에 3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서두르는 와중에서도 그 준비과정이 탄탄했음을 알 수 있다.

기다림의 미학

토끼도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고는 하지만, 그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각종 사냥도구가 필요하다. 또한, 토끼를 찾아 나서야 하는 끈기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국가대표 선발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지금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코칭스태프/선수 선발이라는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일 뿐이다. 서둘러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국가대표팀 인선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KBO 총재를 비롯하여 사무총장, 여러 기술위원의 고견(高見)을 바탕으로 하나의 통일된 기준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큰 줄기를 잡고 난 이후에는 세부 가지를 치는 일이 남아 있다. 이때부터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뒤따른다. 선수 코치 등 인선이 끝나면 시범경기를 통하여 전력을 정비해야 한다. 이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한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과정은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 2006 WBC에서 결의를 다지는 국가대표팀 야구선수들

왜 김인식인가?

따라서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기다릴 줄 아는 덕장(德將)이 되어야 한다. 용장(勇將) 스타일의 감독은 여러 구단에서 발탁된 검증된 선수들을 다루는 데에는 아무래도 많은 제한사항이 따른다. 실제로 야구에서 호성적을 기록했을 때의 감독들은 대부분 덕장에 가까웠다.

그래서 KBO가 선택한 카드가 바로 김인식 감독이었던 셈이다. 지장(智將)으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SK 와이번스)을 제외하면 국내 프로야구 노장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감독이며, 덕장으로서의 면모는 단연 국내 1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이 일찌감치 고사한 WBC 감독직에 KBO가 만장일치로 김인식 감독을 추대한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실력에 상관없이 하고자 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스타일이다. 1회 대회 당시, 참가를 고사했던 박한이, 박재홍 대신 자진 참가의사를 보였던 이진영, 박용택에게 기회를 준 것은 좋은 예다.

또한, 이번 대회에도 참가를 고사한 박찬호, 이승엽에 대해 김인식 감독은 '절대 다른 소리 하지 말고 두 사람을 가만 놔두라'고 했을 만큼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래서 김인식 감독의 야구스타일은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 내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었다. 즉, 김 감독은 참가 고사한 선수를 배제한 나머지 선수들 중 최고의 선수들만을 뽑아내는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어쨌든 야구는 '조직력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다만, 김 감독 본인이 고사하고자 했던 것은 "기자회견에 나 같은 늙은이가 발 절뚝거리며 나타나는 것도 보기 안좋잖아?" 라고 말했던 것처럼 건강문제가 아닌 국가 품위에 관련된 것이었다. 어찌 보면 KBO는 오히려 그러한 김 감독의 모습에 더욱 끌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김응룡 감독에 버금가는 '노장' 감독으로 이미 국민에게 이미지가 굳어버린 점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눈여겨보아야 할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장시간 동안 기다릴 줄 아는 감독이 바로 김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조계현, 조성민, 문동환 모두 김인식 감독의 끈기가 만들어 낸 작품들이다. 이들 모두 선수 말년을 불운하게 보낼 수 있었으나, 김 감독과의 만남을 통하여 한층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 2006 WBC 경기종료 후 환호하는 국가대표팀 선수들

또한, 각 구단의 감독들이 난색을 표하는 것에 김 감독이 성을 내는 것도 전략의 일부일 수도 있다. 국내 최고령 감독의 호통을 여타 감독들이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는 현역 감독들의 국가대표 합류가 필수적이다. 각 구단 감독들의 합류 여부에 따라 WBC 참가 고사 여부를 계산하는 선수들의 움직임도 가벼울 수 없기 때문이다.

11월 말까지는 해결되어야 할 코칭스태프 인선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감독들은 팬들의 성원을 돌려주고, 탈락한 감독들은 팬들에 대해 속죄의 장이 되는 곳이 WBC를 비롯한 국가대항전이다. 선동열, 김재박, 김시진, 조범현 감독이 절대 물러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소속팀 총괄자로서 감독은 어느 때나 있어야 하지만, 투수/타격코치를 비롯한 수석코치, 트레이너는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감독이 안 된다면, 팀 내 어느 코치든 데려가도 좋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손해 본다는 생각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각 구단 단장들은 소속구단의 선수 선발에 대해 숫자에 상관없이 무조건 협조하기로 했다. 아직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이 또한 선수 선발과 같은 선상에서 고려해 주기 바란다. 어쨌든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에는 국가대표 코칭스태프 인선이 끝나야 한다. 각 구단의 협조를 받은 선수 선발은 그 다음 문제다.

[사진(C)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공식 홈페이지]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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