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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문성민이 독일에 진출해야할 세 가지 이유

기사입력 2008.08.27 16:52 / 기사수정 2008.08.27 16:5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27일 오후, 한국남자배구의 '주포'인 문성민(22, 경기대)이 독일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성민은 서울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일배구 분데스리가 팀인 프리드리히 샤펜 팀에 입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표명했습니다.

문성민은 프리드리히 샤펜과의 계약 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공개했습니다. 프리드리히와 계약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1억 5000만원에 2년간의 총 연봉은 3억 4000만원에 이릅니다.

그리고 항공료와 문성민이 머물 아파트, 그리고 자동차까지 구단에서 제공하고 영어 및 독일어 개인교습도 구단에서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연봉 건만 놓고 보면 국내와 비교해 그리 많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계약금 없이 연봉 1억원이란 한도 내에서 계약해야 하는 국내프로리그의 사정과 비교한다면 훨씬 좋은 조건입니다.

문성민이 독일 행을 선택한 것은 프로배구 최고의 리그인 이탈리아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최근 러시아의 프로리그의 물량공세에 밀려서 주춤거리고 있지만 가장 오래되고 전통 있는 배구리그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제 문성민이 독일 진출을 위한 걸림돌은 단 하나만이 남았습니다. 바로 대한배구협회에서 발급해줘야 할 '이적동의서' 입니다. FIVB(국제배구연맹)의 규정에 따르면 이적을 하려는 선수가 소속된 구단이나 학교에서 이적에 동의하면 그 선수가 소속된 협회에서 이적동의서를 써주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규정상으로 볼 때, 문성민의 소속 팀인 경기대 측에서 이미 문성민의 이적에 동의하고 휴학계를 쓴 상태이니 대한배구협회에서 이적동의서를 쓰는 것은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문성민을 1순위로 지명하고 준 프로로 V리그에 참가하려고 하는 한국 전력의 문제가 있고 국내 리그의 흥행을 위해서 문성민을 필요로 하는 KOVO(한국배구연맹)와의 이해관계도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선수의 입장으로 돌아간다면 문성민은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아야 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불리하게 정해져있는 국내프로배구의 규정을 봐도 해외의 진출이 눈앞에 있다면 당연히 그곳을 선택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문성민의 성장 원인은 국제대회의 경험으로 축적됐다

문성민은 올해 벌어진 올림픽예선전과 2008 월드리그를 통해 명실상부한 한국남자배구의 '주포'로 급부상했습니다. 특히, 월드리그에서는 공격부분에서 득점 1위와 서브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공격수로 부상했습니다. 문성민이 국제무대에서 이토록 통할 수 있었던 점은 한국의 주전세터인 최태웅(32, 삼성화재)과 국제배구에 대비하기 위한 호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문성민만이 가진 빠른 스피드와 타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현 남자배구 팀의 감독인 신치용 감독도 문성민이 한 타이밍 빠른 스윙과 민첩한 스피드를 가졌기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통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독일에서 어느 세터와 호흡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문성민에 대한 평가가 다시 나올 수 있겠지만 문성민만이 가진 빠른 스윙과 민첩성이 뛰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문성민은 경기대 2학년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월드리그와 월드컵, 그리고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자신의 실력을 국제무대의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며 다져나갔습니다.

한국보다 높이와 힘, 그리고 공격과 블로킹 등이 뛰어난 독일무대에서 문성민이 활약을 하면 국내에서 경쟁했던 것과는 달리 문성민에게 더욱 뛰어난 경쟁력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 그리고 남미 선수들에 비해 문성민의 점프력과 타점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빠른 스윙과 민첩성으로 커버한 문성민이 보다 다양한 공격루트를 몸에 익히고 파워마저 갖춘다면 국내에서 뛰는 것보다 더욱 위력적인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해외진출이 쉽지 않은 종목인 배구, 이제 벽을 넘어서야 할 때

동양권 선수들이 배구로 유럽리그에 진출하려면 리베로나 세터 외에 공격수로서 활약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문성민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유럽리그에서 인정받은 공격수이며 실로 오랜만에 온 이 기회를 살리는 것이 문성민 개인과 앞으로 성장하는 유망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만약, 문성민이 독일로 진출해서 나름대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한국선수에 대한 유럽리그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다 넓은 시각을 생각해서라도 문성민은 독일에 진출해야하고 여기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는다면 2년 후에는 세계최고리그인 이탈리아나 러시아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년 월드리그를 통해서 세계의 강호들과 접전을 벌이는 한국배구가 더욱 성장하려면 국가대항전 외에도 선수들의 해외진출까지 열린 태도를 보여야할 것입니다. 자꾸 ‘국내리그의 활성화’만을 외치며 선수들을 좁은 국내리그에만 국한시키려한다면 이것 또한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프로구단들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을 '주공격수'로 쓰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예선전과 월드리그에서도 '해결사'의 부재로 곤혹을 치른 한국배구는 문성민을 보다 경쟁력 있고 위력적인 공격수로 키우고자 한다면 문성민을 국내의 블로커들이 아닌, 유럽의 높은 장신 벽과 싸워서 더욱 뛰어난 선수로 클 기회를 제공해줘야 할 것입니다.

문성민의 해외진출을 계기로 한국프로배구도 선수에 대한 대우가 변해야 한다

지난 2007~2008 V리그 1순위 1지명으로 LIG 손해보험에 입단한 김요한은 신인배구선수에 대한 대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한동안 입단을 거부했습니다. 물론 훈련을 고사하고 한동안 팀에 합류하지 않은 김요한에게도 문제는 있었지만 대학졸업생이나 예정자는 원칙적으로 무조건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야하고 이를 어겼을 시에는 5년간 KOVO에서 개최하는 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은 선수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규정입니다.

이번에 준회원 자격으로 2008~2009 V리그에 참가하는 한국 전력은 신인드래프트에서 문성민이 안 나와도 무조건 1순위로 지명할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지난 올림픽 예선전에서 남녀 팀이 모두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는 참변이 일어났을 때, 배구 계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시적으로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배구협회와 연맹, 그리고 각 구단간의 이기심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모든 단체와 구단들이 한국배구와 선수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었다면 좀더 협력적인 태도를 보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최고의 유망주 한 명이 해외에 진출하겠다고 하자, 배구 계가 들썩이며 서로 자기만의 입장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성민의 이적에 동의를 한 경기대의 선택이 있었지만 ‘이적동의서’에 대해서 대한배구협회와 연맹, 그리고 한국전력 등은 서로 간의 입장을 조율해야할 상황입니다.

문성민은 9월 4일 메디컬테스트를 받으러 독일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다음달 9일에 소집될 남자국가대표 팀에 합류도 눈앞에 두고 있는 문성민에게 과연 어떤 결정 안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대한배구협회는 다음달 2일에 있을 상무이사회에서 문성민의 이적동의서에 대해 최종결론을 내릴 예정입니다.


[사진 = 문성민 (C) 김금석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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