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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의 힘②] 설경구 "스태프들의 치열한 모습에 자극 받아" (인터뷰)

기사입력 2017.05.16 06:50 / 기사수정 2017.05.15 16:4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설경구가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렇게 작품을 하다가는 아웃(OUT)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 시간들이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이 설경구에게는 또 다른 포인트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서부전선', '루시드 드림' 등 최근 개봉했던 작품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을 스스로 언급하며 '불한당'이 그 전환점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불한당'에서 설경구는 오세안무역의 마약 밀수를 담당하는 실세로, 잔인한 승부 근성을 지닌 남자 재호를 연기했다.

지난 해 8월부터 12월까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한당'과 함께 했다. 설경구는 "진짜 모험이었어요. 그렇지만 믿고 싶었죠"라고 영화를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렸다.

설경구는 '불한당'을 현수(임시완 분)의 성장담이라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를 보면서 저는 (현수의) 멘토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현수가 나쁜 길로 빠지든 어떻게 되든, 현수의 성장담이라고 생각했어요.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라고 웃어보였다.

소년같은 모습에서 거친 남자로 변해가는 현수 못지않게, 영화 속 설경구의 강렬한 변신도 돋보인다. 단정하게 갖춰 입은 더블 버튼 수트는 물론, 포마드 헤어스타일 등 이제껏 보지 못한 설경구의 얼굴이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녹아났다. 자신에게 반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차없이 처단할 수 있는 잔인함 역시 설경구가 '불한당'을 통새 새롭게 보여 준 모습 중 하나다.

설경구는 "악역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별로 없더라고요. 제 주위분들도 제가 악역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루시드 드림'때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이 진짜 악역이죠"라고 설명했다.

"스태프들이 옷도 주고 시계도 채워주고 멋을 내주면서 외양을 만들어줬죠. 올백머리 스타일도 낯설어 적응하는데 한참 걸렸어요"라고 덧붙인 설경구는 '불한당' 속 스타일이 섹시했다는 이야기에는 "'역도산' 때는 남자들이 저한테 섹시하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평을 직접적으로 들은 건 없어요"라고 웃었다.

"올백으로 하니까 미치겠더라고요.(웃음) 낯설었지만 나중에는 제 눈에도 익숙해져서 수트 입은 대로 패션이 나오고, 오히려 머리카락이 풀려 있으면 또 이상한거에요. 눈썹도 잔털들을 손질을 하는데, 옛날 같으면 '하지마, 하지마' 했을텐데.(웃음) 이번에는 그냥 놔뒀죠."

'불한당' 현장에서는 이경영을 제외한 가장 고참이었다. 어느덧 데뷔 25년을 맞은 베테랑 배우이지만, 현장에서는 자신보다 어린 스태프들을 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자극을 얻었던 순간들이기도 했다.

"(작품에 대해) 후배감독이면 오히려 더 말 못해요. 괜히 신경쓸까봐요. 할말도 못하고 뒤에서 비겁하게 혼잣말인 것처럼 징징거리고 투덜거리고, 작정하고 말을 못하죠.(웃음) '불한당'에서는 젊은 친구들에게 또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변성현 감독부터 촬영감독, 미술감독, 분장팀과 의상팀 모두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 30대 중반이긴 하지만 이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 정말 무언가에 미쳐 있는 모습 있잖아요. 젊은 친구들의 치열한 모습에 자극 받았죠. 스태프들에게는 직접 말은 안했는데,(웃음) 그 친구들을 보며 분명히 느낀 점이 있어서 저 역시 많이 자극이 됐어요."

'불한당'이 먼저 관객을 만나게 됐지만, 설경구는 앞서 '루시드드림'과 개봉 전인 '살인자의 기억법'을 촬영하며 자신을 단단히 다잡았다.

"내가 이렇게 작품을 하다가는 아웃되겠구나 싶었어요. 작품의 결과를 떠나서, 촬영을 마치고 제 자신을 뒤돌아 봤을 때 얼굴이 벌개지면서 많이 창피해지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살인자의 기억법'을 찍고 있을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감독과 얘기하며 '늙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제가 직접 (얼굴을) 만들어보겠다고 했고, 그렇게 시도했죠. 아직 작품('살인자의 기억법')은 못 봤지만 그렇게 하고 나니 저에 대해서 최소한 창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한당'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작품에 임하는 태도, 연기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했던 날들이었다. 그만큼 '불한당'과 함께 한, 함께 할 순간들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불한당'이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설경구는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에 다시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그 즈음에는 영화제들을 많이 다니다 보니까 흔한 일로 생각해서 안 와닿았었죠. 그 이후 영화제에 가는 것이 10년 동안 뚝 끊겼고, '칸영화제에 가는 것이 쉬운 게 아니구나, 까다로운 곳이구나'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어요"라고 솔직하게 얘기한 설경구는 올해 밟게 될 칸의 레드카펫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전했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설경구는 "기시감이 있지만 다른 결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기존에 갔던 길이 아니고, 좀 틀어가는 그런 것이 있었어요. 오늘은 또 어떻게 틀어질까 촬영 현장 가는 게 재미있었거든요"라고 살짝 미소를 보이며 영화를 향한 기대와 관심을 함께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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