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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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현재 진행형 철권 전설, '무릎' 배재민

기사입력 2015.09.15 07:24 / 기사수정 2015.09.15 13:58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처럼 스트리트 파이터 이후 많은 격투 게임이 아케이드와 콘솔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남코에서 개발 및 서비스 중인 철권 역시 1편부터 최신작인 철권 7편까지 최고 격투 게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철권 e스포츠 대회인 '테켄 크래시' 역시 인기리에 진행됐다. 2009년 MBC 게임에서 시작된 철권 리그인 테켄 크래시는 아케이드 기반 게임이라고 믿을 수 없는 인기를 끌며 그야말로 대흥행한 리그가 되었다.

그러나 테켄 크래시 역시 시대의 파도를 피할 수 없었다. MBC 게임의 폐국과 함께 테켄 크래시도 함께 그 막을 내렸고, 이후 다른 방송사에서 철권 리그를 진행했지만 테켄 크래시의 독특하고 뜨거운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2015년 여름, 테켄 크래시는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다시 부활했다. 매 경기마다 경기장에는 관객들의 함성이 가득했고, 오랜 기간 실력을 갈고닦은 선수들은 매 경기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테켄 크래시 시즌 4와 6을 우승했던 '무릎' 배재민의 '조프레시 Resurrection'가 우승하자 현장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4년만에 돌아온 테켄 크래시 시즌9의 분위기가 식을 무렵 배재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 전설로 불리기에 부족하다며 겸손함을 감추지 않은 현재 진행형 전설은 어떤 이야기를 써가고 있을까.

철권을 처음에 어떻게 접했나.

어렸을 때 PC방이 없던 시절 친구들과 같이 오락실을 다녔다. 오락실에서 이런저런 게임을 즐겼는데, 나는 격투 게임이 제일 재미있었다. 꾸준히 다양한 격투 게임을 하다 보니 남은 게 철권 하나더라. 그래서 철권을 열심히 했다.

철권1과 철권2는 초등학교 때 접해서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뒤에서 구경만 했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한 건 철권5 부터다. 그러던 중 열아홉 살 때 대구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형들과 첫 대회를 나갔다. 사람들에게 내 이름을 처음 알린 건 코엑스에서 열렸던 철권 5 대회였다.

'무릎'이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정했나?

철권 태그 토너먼트 시절 브라이언과 브루스를 주로 했는데 둘 다 무릎을 사용하는 기술이 많았다. 철권 커뮤니티에 글을 쓰려면 닉네임을 정해야 했는데 한참 고민하고 있으니 친구가 내가 사용하는 캐릭터들이 무릎을많이 쓴다고 이야기 해서 무릎이라는 닉네임을 활동을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철권을 처음 했을 때 플레이한 캐릭터와 이후 브라이언을 주력으로 삼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 철권을 접했을 때는 이상한 폴리곤 덩어리들이 서로 싸우더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보다 보니 2D 격투게임보다 3D 격투 게임에 더 관심이 갔고, 그래서 철권을 플레이하게 됐다. 처음에는 호랑이 마스크를 쓴 모습이 강해 보이는 킹을 골랐다.

내가 사는 곳은 대구에서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브라이언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플레이 한 적도 없었다. 한 번은 기회가 되어 대구 시내로 나가서 철권을 했는데, 브라이언을 하는 사람이 있더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콤보도 멋있었고 마무리 펀치에 완전 매료돼서 브라이언에 관심이 갔다. 다른 캐릭터보다 더 강한 거 같고 시원시원한 모습이 마음에 들어 브라이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이언의 도발기를 잘 사용하는 거로 유명했다.

원래 브라이언의 도발은 도발 그 자체의 의미로 사용했다. 그런데 철권4 이후부터 브라이언 도발에 타격 판정이 생기고, 대미지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방어가 풀리는 효과가 있어 그 이후 기술을 사용하면 막을 수 없다. 그걸 알고 나서 도발로 상대 방어를 무너뜨렸다.

롤 프로게이머로 유명한 '썬칩' 최선휘도 브라이언 유저로 유명했는데.

썬칩은 나와 같은 브라이언 유저였지만 나와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다. 도발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심리전에 강했다. 다들 경기 전에는 별 특징 없는 선수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가 지고 나와서는 일방적인 타이밍이 아닌 이상한 타이밍에 기술이 나와서 말려 들어갔다고 하더라.

테켄 크래시는 어떻게 출전하게 됐나.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철권6이 나오고 테켄 크래시라는 방송 리그가 생겼다고 했다. 내가 알던 대회와는 완전히 다른 방송 무대였다. 사실 전역 이후에는 철권을 안 하려 했는데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고, 방송 무대에 서 보고 싶었다.

테켄 크래시에 나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니 데려가려고 하는 팀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제의가 들어오니 자신이 없어서 시즌3은 쉬었고 시즌4에 첫 출전을 하게 됐다. 같이 팀을 이룬 '통발러브'는 같은 대구 사람이라 예전부터 알고 지냈고, '홀맨' 형은 내가 전역할 때 즈음 연락해서 같이 팀을 이뤄 테켄 크래시에 나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홀맨 형은 성적도 좋았는데 나와 같이 나가기로 했고, 실력은 좋은데 우승권에서 아쉽게 미끄러진 소년가장 이미지의 통발러브까지 함께 팀을 결성하게 됐다.

테켄크래시 시즌4에 처음 나가서 우승했는데,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 입대 전 실력은 온데간데없고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굴욕적인 패배도 많이 당했다. 그래도 예전의 내 명성을 찾고 싶어서 엄청나게 연습했다. 당시 한 게임에 200원 하던 시절이었는데 하루에 만 원 이상을 연습에 사용했다. 그래도 우승하니 좋더라.

개인 리그인 로얄 럼블에서도 우승했는데, 당시 최고 기량의 선수인 '레인'을 꼭 꺾고 싶었다. 최고 자리에 있는 선수를 꺾으면 예전의 내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MBC 게임이 폐국하며 테켄 크래시도 같이 사라졌다.

MBC 게임 관계자나 철권 유저들이나 모두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당시에 테켄 크래시는 정말 인기 있던 리그 중 하나였고, 철권을 하는 사람이라면 테켄 크래시 무대에 오르는 게 꿈일 정도로 번창하던 리그였다. 그런데 그런 리그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다니 허무했다.

온게임넷(현 OGN)이나 나이스게임 티비에서 열리던 철권 리그에도 참여했지만 주로 해외에서 활동했다. 그 와중 개인 방송도 하며 지냈지만 허전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테켄 크래시를 다시 연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게, AOS 장르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가 유행했지, 격투 게임인 철권은 이미 한물갔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렸다. 나조차 테켄 크래시가 다시 열릴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꼭 다시 열려서 마지막으로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었다. 대회를 연다는 공지를 보니 정말 절실했던 소원이 이뤄지나 하는 기분이었다.

이번 시즌 '나락호프' 주정중, '샤넬' 강성호와 팀을 이뤄 나왔는데.

나락호프는 나와 동갑으로 철권5 시절부터 10년 정도 알고 지냈고, 샤넬 역시 테켄 크래시 시즌5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 있던 선수였다. 그리고 예전에 팀을 이룬 홀맨 형이나 통발러브는 이미 철권을 거의 그만둔 상태였다. 처음 스포티비 게임즈 테켄 크래시 발표가 났을 때 누군가 연락을 줄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도 안 주길래 내가 직접 연습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그게 저 두 사람이었다.

대회 발표 당시 둘 다 최고의 기량은 아니었지만, 우승 경험이 있었다. 경험이 있는 선수는 무대에서 어떻게 하고 연습을 어떻게 할지 알고 있기에 내가 조금만 이끌어주면 잘할 거라 믿었다.

이번 시즌 브라이언이 아닌 샤힌으로 출전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샤넬만 여성 캐릭터인 알리샤를 한 이유도 궁금하다.

브라이언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하지만 샤넬이나 다른 사람들이 샤힌을 추천했다. 강하기도 하고 안전한 운영도 가능해서 한 번 해봤는데 괜찮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번 시즌은 샤힌으로 출전했다.

샤넬은 철권4 시절부터 리리를 계속하다가 철권 6에서 리리가 엄청난 너프를 당하자 알리샤로 바꿨다. 말만 그렇지 남성 캐릭터로 바꿀까 했는데 실수로 카드에 알리샤가 입력되서 그냥 하다가 주력 캐릭터가 됐다고 하더라.


16강 첫 경기에서 '모드나인 Indigos'에게 패했다.

예선에서 게임이 잘 돼서 무난히 본선에 올랐다. 본선 무대에 오니 관객들도 많고, 예전 등장 음악을 듣는 순간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인지 엄청 긴장됐고 결국 첫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16강은 안전한 운영을 하기로 했는데 과감한 플레이 성향을 가진 '랑추'에게 3패를 당했다.

몇 년 만의 리그인데 16강에서 떨어지기 싫었다. 그래서 다른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대기실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어떻게 해야 이길지만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쉽지 않았지만, 결국 패자전과 최종전을 뚫고 8강에 올랐다.

8강은 또 수월하게 통과했다. 16강에서 제대로 실력을 내지 못한 나락호프가 엄청나게 준비해서 나왔고, 결국 4강에 올랐는데 이번에 또 나락호프가 자만하다가 위기를 맞았다. 16강에서 자만하다 8강에서 잘한 뒤 4강에서 또 흔들렸다. 격주로 잘해서 다행히 결승에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결승에서 모드나인 Indigos을 다시 만날 걸 예상했나.

4강 경기를 보니 결승에서 만날 거 같았다. 풍신류 캐릭터가 세 명이면 상대하는 입장에서 대처하기 편한데 모드나인은 다 다른 성향에다가 비주류 캐릭터를 사용했다. 그들의 4강 상대인 '삼대' 팀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모드나인이 결승에 올랐다.

16강에서 우리가 졌으니 결승에서 우리가 모드나인을 따라가는 그림이었다. 이런 그림에서는 추격하는 팀의 기세가 더 무섭다고 생각했고 더 열심히 준비했다. 막상 결승에서는 우리가 6대 3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는 정말 우승하고 싶던 대회였고, 절실함이 다른 대회와는 달랐다. 대회 중 극적인 승부도 많았고, 준비하면서도 준우승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우승을 차지하니 기분이 남달랐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우승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니 정말 기뻤다.

WCG 우승처럼 좋았던 순간도 있지만 테켄 크래시가 사라진 이후부터 힘든 순간이 말았다. 주위에서 '언제까지 철권을 할 거냐, 너도 AOS 게임을 하는게 어떻냐'는 질문을 받을 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놓을 수 없었고, 이번 우승으로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한 거 같았다.

주위 반응도 남달랐다. 예전에 우승하면 다들 '잘했다' 정도로 이야기해줬는데 이번 시즌 우승하니 사람들이 전설이니 월드 챔피언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니 정말 부담스러웠다. 그런 칭호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고서나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이제 웬만한 대회에서 우승을 해봤고, 마지막으로 철권 제작사인 남코에서 연말에 여는 세계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


선수 생활을 하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 많다(웃음). 철권을 처음 가르쳐 준 친구와 제대로 게임을 알려준 홀맨 형이 기억난다. 같이 대회를 치른 샤넬도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알려줬다.

그리고 철권7이 나온 이후 기기를 협찬해준 KM박스도 감사하다. 개인 방송을 하면 약 2천 명 정도 보는데 사람들에게 철권을 알려달라며 기기를 제공해줬는데, 덕분에 연습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다른 e스포츠 종목 이상으로 테켄 크래시 현장 열기가 뜨거운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구경 중에 제일 재미있는 게 불구경하고 싸움 구경 아닌가(웃음). 게다가 철권 7에는 슬로 모션도 있고, 한 방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레이지 모드도 있다. 그리고 다른 게임에 비해 직관성이 좋은 거도 한몫한 거 같다.

인터뷰를 마치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번 시즌 모든 경기마다 호응이 좋았지만, 특히 우리 팀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다른 팀들도 느낄 정도로 우리 경기를 지켜보러 많이 오시고 응원 목소리도 남달랐다. 이렇게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같이 연습한 샤넬과 나락호프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리그가 없던 와중에도 꾸준히 개인방송을 보시며 힘내라고 전해준 시청자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고, 선수 생활 마지막 꿈을 이루게 해 준 스포티비 게임즈, 그리고 대회가 열릴 수 있게 노력해준 모든 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vallen@xportsnews.com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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