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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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4' 랩하는 음유시인을 보고 싶다

기사입력 2015.07.24 16:51 / 기사수정 2015.07.24 16:53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숱한 논란에 허덕였던 Mnet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가 이번 시즌에도 참가자들의 수위 높은 가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간 '쇼미더머니'는 참가자들의 과거 이력, 악마의 편집, 그리고 다소 이해할 수 없었던 심사 기준으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때마다 발휘되는 참가자들의 실력은 어느새 차디찬 기운을 누그러 뜨리며 '쇼미더머니'의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매 시즌마다 꺼림칙하게 따라붙는 숱한 가사 논란과 욕설의 잦은 사용은 '쇼미더머니'의 발목을 잡곤 했다. 제작진은 래퍼들의 거친 래핑을 필터링하며 그대로 담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비방송용 언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모든 래퍼가 이러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 욕설의 과다 사용은 미간을 찌푸리게 한 원인이 된 것이 사실이다. 

힙합은 여타 장르와 비교해 더욱 거친 측면이 있다. 체제에 대한 저항, 그리고 사회에 대한 분노 표출이 저변에 자주 깔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욱한 심정으로 욕설을 삽입해 분노의 강도를 높이기도 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이것은 힙합 특유의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욕설은 힙합 가사에 충분히 묻어날 수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될 수 있는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진솔한 속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한에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적 비하나 패륜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욕설이 나오면 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욕설이 가사 표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고, 잘 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를 보면 '쇼미더머니'는 안타깝게도 후자에 가깝다. 욕설의 과다 삽입으로 제작진은 필터링을 해야했고, 심의 규정상 본 방송에서 그들의 무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즐기기도 어려웠다. 

'쇼미더머니'는 브라운관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힙합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힙합에 관심 없는 친구들도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인다. 이제는 '쇼미더머니'가 모두가 즐기는 예능이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TV의 파급력은 이런 식으로 순기능으로 역할을 다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좋지만은 않았다. 래퍼들의 무대가 잡음에 시달린 적이 비일비재했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논란을 배가했다. '힙합을 하면 꼭 욕설을 해야하나'라는 지적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시즌에도 일부 래퍼들이 구사하는 욕설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여전하다. 정덕현 씨는 "예전부터 쭉 거론돼 왔으며, 힙합의 본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던 사항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위너 송민호의 가사는 더 큰 파장을 낳았다. 송민호는 3차 오디션에서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를 읊조렸고, 원색적인 가사가 불편했다는 비판의 화살이 그를 겨냥했다. 결국 이를 여과 없이 내보낸 제작진과 당사자인 송민호는 공식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성상 래퍼들은 과도한 경쟁선에 놓여진다. 생존의 부담감은 더욱 자극적인 조미료를 뿌리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송민호는 "경쟁자들보다 더 자극적인 단어 선택과 가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거 같다"고 밝혔다. 무조건 살아 남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참가자들을 짓누른다는 것을 방증한다.   

비판과 비하를 가리지 못한 송민호의 가사는 힙합의 본질에 더욱 의문을 갖게 했다. 게다가 블랙넛이 죽부인을 이용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펼친 사실이 알려졌고, 제작진과 프로듀서들이 후폭풍을 미리 감지하고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두고 장시간 논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래퍼들의 표현은 논란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성을 간과하면서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가사는 '쇼미더머니' 속 힙합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과격한 표현이 주를 이루는 '쇼미더머니'는 분명 우려스럽다. 수위를 높여 경쟁자를 누르는 일방통행은 이제는 피로감을 부른다. 이미 스눕독과 에미넴 등 세계적인 래퍼들은 여성 비하와 관련한 가사에 사과하며 쇄신을 약속하기도 했다. 머리를 식히고 다른 길을 택해 색다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가사 하나로 번뜩였던 '쇼미더머니3'의 참가자 정상수를 재조명해 볼 만하다. 비록 당시 음주 후 과도한 주사에 이은 잠적으로 중도 탈락했지만, 오디션 과정에서 선보인 서정적인 가사는 인상적이었고, 그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 섞인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시즌4로 다시 돌아온 그는 로꼬에게 "쓰셨던 기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극찬을 받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욕설과 자극적인 가사가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정상수와 같은 이가 프로그램의 희소가치가 되는 것은 표현의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물론 모든 참가자들을 같은 연장선에 두고 생각할 순 없지만, 힙합이 욕설과 비방, 비하로 가득하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힙합도 아름답다'는 명제를 증명할 음유시인의 등장은 반가울 것이다. 제작진이 바라는 긍정적인 논란을 통한 대중화가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drogba@xportsnews.com / 사진= Mnet 방송화면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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