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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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웅 "악역, 당분간은 은퇴해야죠" (인터뷰)

기사입력 2015.03.25 13:29 / 기사수정 2015.03.25 13:29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배우 박성웅은 영화 속의 모습과 같으면서 다르다. 묵직한 카리스마가 깔려있지만 은근히 유머 욕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외화의 강세 속에서 유일하게 한국 영화의 체면을 차린 영화가 '살인의뢰'였다. '살인의뢰'에서 박성웅은 쾌락형 연쇄살인마 조강천을 맡아 절대 악(惡)이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성웅은 극단의 살인마의 그늘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해 보였다.

이번 영화에서 박성웅이 연기한 조강천은 연쇄살인마 중에서도 가장 악질이라 할 만하다. "살려는 드릴게"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그이지만 이번에는 도통 살려주지 않는다. 어디에 묻었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그런 일련의 일들이 모두 조강천에게는 유희거리다.

조강천에게는 불우한 가정환경같은 동정의 여지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박성웅 또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용호 감독에게 조강천의 핍박받거나 암울했던 어린 시절을 그려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그런 것 없이 더욱 극악무도해 보이길 바란게 손 감독의 바람이었다. 영화를 보며 박성웅은 감독의 의도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됐지만 조강천이 된 그는 더욱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박성웅은 "처음 영화를 보는데 감정 이입이 피해자 가족으로 되더라. 김성균이 울부짖을 때 나도 그 쪽에 감정이입이 되었다"며 "내가 죽여놓고 내가 그 쪽에 이입이 되더라"며 그 역시도 이번 역할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들과 아름다운 아내가 있는 그에게 조강천역은 꽤 혹독한 역할이었다.

살해장면을 찍고 난 뒤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손용호 감독은 그런 박성웅을 "소녀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박성웅은 소녀심은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며 "일반인이어도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인조피부 등 특수분장을 한 곳에 내가 상처를 내는데 인공피부 아래의 그 촉감이 느껴진다. 여러 차례 촬영을 하다보면 피폐해지는 기분"이라며 "내가 강해보이는 역할을 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적으로는 뭐든 할 수 있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다. 외모랑 체격이 그래서 강한 역할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는 "소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배우니까 가능하면 때묻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래보다 젊게 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사실 고등학생때도 이 얼굴이라 늙어보인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런 얼굴들이 40이 넘으면 동안이 된다. 김상경도 그렇지 않냐"며 함께 호흡을 맞춘 김상경을 언급하면서 유머러스하게 마무리 지었다.



'살인의뢰'에서 박성웅이 펼치는 소름끼치는 연기 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전라로 펼친 액션신이다. 샤워장에서 처음 액션을 해보는 김의성과 호흡을 맞춰 그려낸 장면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박성웅은 "촬영만 열여덟시간이 걸렸다. 몸을 만드느라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그 전날부터 못 먹었다. 42시간동안 물을 섭취하지 못하고 액션을 하니 목이 말랐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촬영 중간 앵글을 바꾸면서 쉬는 시간이 있지만 나는 쉴 수가 없었다. 몸을 계속 유지해야했다"고 설명했다.

김성균이 그의 엉덩이를 극찬했다는 이야기에 "김성균은 내 엉덩이를 보지도 못했다"며 "내 힙이 작은 편이지만 업은 많이 되어있어 자신있게 엉덩이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엔딩 장면에 대해서도 박성웅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음을 드러냈다. 대본에는 상황만 설명 되어있었지만 박성웅은 더 큰 임팩트를 주고 싶었다. 공권력의 상징인 태수(김상경 분)가 결국 연쇄살인마인 강천에게 진 거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박성웅은 관객들에게 조강천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하도록 대사 한마디 없이도 특유의 표정연기만으로 이 모든 것을 그려냈다. 그의 의도대로 관객들은 강천의 마지막 모습과 핏빛 미소를 온전히 기억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던져 연기했기 때문일까. 박성웅은 당분간은 악(惡)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듯했다. 그는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도전이라는 걸 갖고 간다"며 "이전에는 센 역할들을 많이 했지만 살인마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극한을 찍어보고 싶었다. 이제 악역을 잠시 은퇴하는 걸로 하고 싶다.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몇 년 뒤쯤 다시 해보고 싶다. 지금은 천천히 밝은 면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배우로서 다양한 면을 보이고 싶은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살인의뢰'의 조강천으로 그만의 선 굵고 강렬한 연기의 정점을 찍은 듯한 박성웅은 '우와한 녀'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그는 tvN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로 극단적인 악역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과 마주할 예정이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박성웅ⓒ권태완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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