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7:42
스포츠

[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 브라질월드컵 H조, 운명의 수레바퀴

기사입력 2013.12.12 20:19 / 기사수정 2013.12.12 20:21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한국축구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 H조에 배정돼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함께 2장의 16강행 티켓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을 비롯한 H조의 4나라가 모두 '최상의 조'라며 16강행을 자신했지만 이 가운데 둘은 웃고 둘은 울어야 한다. 벌써부터 정보전이 치열하다. 앞으로 6개월 간 서로를 향한 견제 작업도 격렬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는 대체 어떤 축구 운명을 타고 났기에 한국과 조우하게 된 걸까.

'한국과 인연' 벨기에의 맨 파워

먼저 벨기에는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과 격돌한다. 벨기에는 한국 전쟁 참전국으로 노년층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20~30대 이상의 축구 팬들에게는 이임생의 붕대 투혼이 빛났던 1998 프랑스월드컵 최종전 상대로 기억되고 있다. 아마도 10대들에게는 축구 게임 속 능력치 좋은 선수들이 많은 나라로 유명하지 않을까.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의 공격스 케빈 오리스가 벨기에 출신이다. 또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 설기현이 벨기에 주필러리그 앤트워프에서 첫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해외파라는 개념이 생소했으나 국내 팬들에게 벨기에 축구는 분명 친근하다.

벨기에는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2002 한일월드컵이다. 지난 12년간 암흑기를 걸었던 벨기에는 잠재력 있던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면서 강호로 우뚝 섰다. 벨기에는 브라질월드컵 유럽 예선을 8승 2무의 성적으로 가볍게 통과했다. 베팅업체들은 벨기에의 월드컵 성적을 프랑스, 포르투갈 보다 높은 6위권으로 내다보고 있다.

벨기에 축구가 재도약한 첫 걸음은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이다. 에당 아자르, 로멜루 루카쿠, 티보 쿠르트, 나세르 샤들리 같은 젊은 선수들이 등장하며 벨기에의 4강행을 견인했다. 이밖에 빈센트 콤파니, 토마스 베르마엘렌, 얀 베르통헌, 마르코 반 바이텐 등 포지션별로 '공 좀 찬다'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이들이 모두 20대 중반에 불과하며 현시점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본선진출국 가운데 베스트11만 놓고 보면 벨기에의 전력이 우승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표팀과 달리 소속 리그는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주필러리그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소집된 대표팀에서 로랑 시만, 기욤 질레, 티미 시몬스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해외파일 정도로 자국리그 비중은 낮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H조에서 벨기에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스타군단' 벨기에의 '맨파워'는 러시아, 알제리, 한국을 뛰어넘는다. 1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서 다시 만나는 벨기에. 이번에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남길 지 기대된다.



러시아, 한국과 '닮은 꼴' 평행이론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첫 상대는 러시아다. 과거 구 소련 시절 부터 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세계적인 선수들을 적지않이 배출했다. 13년 무패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레슬링의 알렉산드르 카렐링부터 체조, 농구를 비롯해 각종 동계 스포츠 종목에서도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심었다. 

그렇다면 러시아 축구는 어떨까. 막강한 올림픽 성적과 견줘 다소간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구 소련시절에는 월드컵 4강(1966), 유로 우승(1960)을 달성했지만 체제 붕괴 이후 성적은 신통치 않다. 러시아는 두꺼운 선수층과 거대 자본력에도 월드컵 본선 3회 출전(1994,2002,2014)이 전부다. 러시아 대표팀이 구 소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냉정히 얘기해 러시아라는 이름으로는 월드컵 2라운드에 진출해 본 역사가 없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앞세워 유로 2008 4강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분위기는 2002년 한국과 비슷했다.

한국과 러시아 감독의 평행이론이 흥미롭다. 한국은 2002, 2006년 각각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러시아는 2008, 2012년 유로에서 같은 체제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두 감독을 중심으로 한국과 러시아의 정보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를 이끌던 유로2008 당시 적극적인 세대 교체를 단행했던 바 있고 당시 주축 선수들이 현재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 히딩크 감독은 안지 마하치칼라를 지휘했던 바 있어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꿰뚫고 있다. 

한편 러시아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A매치 최다 골을 경신할 지 관심을 모은다. 기존 기록은 26골을 기록한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 그러나 현 대표팀 공격수 알렉산더 케르자코프가 23골로 맹추격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10년 넘게 묵은 대표팀 통산 득점 1위가 곧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으로 인해 '닮은 꼴'로 평가받는 한국과 러시아가 브라질월드컵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귀축가 주목된다.



알제리, '히혼 불가침 조약'에 흘린 눈물

홍명보호와 함께 브라질월드컵 H조에 편성된 알제리는 그동안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다. 현재까지 월드컵 본선 3회 출전이 전부다. 그러나 지난 남아공월드컵과 이번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최근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존 아프리카의 강호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축구 약소국 이미지가 강하다.

알제리는 짧은 월드컵 본선사에도 FIFA가 대회 규정을 바꾸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던 주인공이다. 알제리는 1982 스페인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출전해 서독, 오스트리아, 칠레와 한 조에 포함됐다. 알제리는 예선 3경기서 2승 1패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도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당시만 해도 조별예선 최종전이 동시간대 열리지 않았다. 알제리가 예선 3경기를 모두 마친 가운데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됐다. 득실차를 따져, 서독이 2점 차 이내로 오스트리아를 꺾는다면 알제리가 떨어지고 두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 무언의 합의가 이뤄졌는지 두 팀은 볼만 돌리며 90분 경기를 끝냈고 결국 알제리가 희생양이 됐다. 

당시 세계 언론은 이 경기를 빗대 ‘히혼 불가침 조약’, ‘히혼의 수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서독과 오스트리아 언론도 자국 대표팀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두 나라의 해설자들도 '부끄러운 경기'라며 'TV를 끄는게 낫다'고 발언했다. 당시 서독 팀 스태프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해 더욱 큰 비난을 받아야 했다. 아직까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경험이 없는 독일 축구사 가운데 가장 부끄러운 장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알제리가 공식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FIFA는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동시간대에 진행하도록 규정에 손을 댔고 이는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그렇지만 알제리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팀의 2라운드 진출 기회를 놓쳤야 했다. 알제리는 1986 멕시코월드컵(스페인, 브라질, 북아일랜드와 한 조), 2010 남아공월드컵(미국, 잉글랜드, 슬로베니아와 한 조)에서 모두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Fact File) 1982 스페인월드컵 '히혼 불가침 조약'



서영원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기성용, 아자르, 아르샤빈 ⓒ 엑스포츠뉴스DB, 첼시-아스날 홈페이지]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