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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디지 "개코, 이센스 '디스' 웃어넘겨주면 어떨까"

기사입력 2013.08.23 20:00 / 기사수정 2013.08.26 08:28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힙합 뮤지션 겸 한국콘서바토리 교수 김디지(김원종·▲사진)가 이센스가 다이나믹듀오를 디스(음악을 통해 모욕함)한 상황에 대해 "대응하기가 난감한 상황일 것이다. 웃으면서 받아주면 어떨까"라면서 "서로의 음악적인 행보에 영향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김디지는 23일 오후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힙합 뮤지션으로서 이번 일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번 일에 대해 "힙합 뮤지션간의 일반적인 '랩게임'이라 본다"면서도 "하지만, 회사간의 계약 내용까지 던지는 것은 '랩게임'으로만 보기에는 사안이 다소 민감한 면이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번 일로 대중이 힙합이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또한 "이센스나 다이나믹듀오나 훌륭한 뮤지션이다. 하지만 이센스도 누릴 것은 누릴 가수고, 다이나믹 듀오 또한 힙합뮤지션인 동시에 유명한 대중가수 아니냐. 이번 일로 인해서 이분들이 내는 음악이나 추후 행보에 영향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센스

한편 이센스(강민호)는 23일 오전 'you can't control me'라는 곡을 공개하며, 아메바컬처와, 다이나믹듀오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you can't control me'를 통해 "회사는 발목을 자르고 목발을 줘. 내가 걷는 건 전부 지들 덕분이라고 턱 쳐들어 올리고 지껄여. 말 잘 들으면 휠체어 하나 준대. 니들이 팔려고 했던 내 인생", "10억을 달라고? 아메바 컬쳐. kiss my ass"라며 아메바컬처를 맹비난했다. 이어 "아무리 생각해도 난 다듀(다이나믹 듀오) 군대 땜빵". 한국 힙합 후배를 위해 걔네가 나한테 저지른 양아치 짓에 입 닫고 눈감은 여우의 피도 뜨거워질지 한 몸 다 바치듯 연기하며 사기를 치네"라며 다이나믹듀오를 언급한 뒤, 개코에게 "이거 듣고 나면 대답해. 개코. 지난 5년간 회사 안에서 날 대했던 것처럼"라며 도발했다.

힙합계는 이번 일은 '캔드릭 라마 대란'이이 국내에 옮겨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캔드릭 라마 대란'이란 미국 힙합계에서 주목 받는 신인 중 한명인 캔드릭 라마가 최근 빅션(Big Saean)과 합작해 만든 '컨트롤'이란 곡에서 에이셉, 타일러 등 대표적인 힙합 뮤지션들을 '디스'한 사건을 일컫는다. 이후 미국 뮤지션들이 '컨트롤'에 반응해 트위터에 글을 남기거나,'대응(response) 곡'을 내놓는 등 힙합계에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이런 '컨트롤'로 비롯된 디스와 그에 대한 대응곡 열풍은 국내로도 이어졌다. 스윙스는 지난 21일 유투브에 공개한 'King swings'를 통해 한국의 힙합 뮤지션들을 비판했고, 제이통이 이에 "스윙스 형들에게 갖고 있던 마지막 존중이 소멸했다"고 반응했다. 또한 야수의 '선배님 안녕하세요', 테이크원(TakeOne)의 'Recontrol', 어글리덕의 "Ctrl+Alt+Del *2" 등 대응곡도 이어졌다.

이센스는 앞서 웹진 '힙합LE'와의 팟캐스트 방송 인터뷰에서 "(캔드릭 라마와 같은 방식의) 곡을 낼 생각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라면서 사실상 캔드릭 라마와 같은 '디스' 곡을 낼 생각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음악 시장에서는 랩을 잘하든 적당히 하든 그 차이가 없다. 적당히 해도 멜론 차트 1위 되지 않나. 반면 엄청나게 잘해도 소규모 공연밖에 못한다. 래퍼들이 돈을 벌게 되는 이유는 '누가 더 잘하나'라며 랩 자체에 배틀의 느낌을 갖고 하기 때문이다. 누가 더 잘생기고 비디오에 많은 돈을 쓰느냐가 쟁점이 아니었다"고 힙합 뮤지션들이 초심을 잃어버렸음을 지적했다.



▲슈프림팀

이후 래퍼 스윙스가 쌈디를 디스한 곡 '황정민(King Swings Part 2)'을 공개하는 등 이번 일이 힙합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쌈디는 이센스와 슈프림팀으로 함께 활동했던 멤버로, 이센스가 아메바 컬쳐에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음에도 계속해서 아메바 컬처와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윙스는 이에 대해 "(이)센스가 쫓겨날 때 넌 다듀(다이나믹듀오)와 두 손 잡아 걔가 자고 있을 때 내용 증명서를 보내 그래놓고 TV 나와서 착한척 하며"라는 등의 가사로 이 상황을 비판했다.

다음은 김디지와 가진 인터뷰 전문

-이번 상황을 어떻게 보나?

사실 힙합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늘 간만에 힙합 광풍이 불어서 너무 좋다. 힙합 팬들은 싸움 구경을 하느라 굉장히 좋아할 것이라 본다.

-대중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생소할 것 같다

힙합 뮤지션들이 감정적으로 서로 대립하는 것을 '랩 게임'이라고 한다. 서로 디스하면서 배틀을 붙고 서로의 실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언급되기도 한다. 다만 회사 문제로 먼지면 이야기가 클 수는 있다. 만약에 큰 음반 기획사였다면 고소로도 번질 수 있는 싸움일 것이다. 이센스와 아메바컬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배경 지식은 없다. 하지만 힙합 하는 사람끼리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라 본다. 나도 과거 큰 디스를 겪었지만 무대응으로 넘어간 적이 있다. 보통 이렇게 디스를 해놓고도 사석에서 보면 서로 악수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낸다. 디스 상황이 일반 대중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다.

-이번 일로, 이센스외에도 다른 힙합 뮤지션들이 개입하는 등 상황이 커진 면이 있다

옛날에는 디스 문화가 좀 심각하게 과열되는 면이 있었다. 오히려 요즘 친구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디스를 거는 경우도 많다. 그러고 제대로 붙고, 무릎 꿇고 사과하기도 하고 그러더라. 이번 스윙스 같은 경우도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멋있다. 할 말 다했다'고 생각 할 거다. 이번 일에도 일종의 수혜자가 있을 것 같다. 가만히 있는 사람만 전혀 주목도 못 받고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웃음). 여담이지만 데프콘이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것 같다. 오늘 음원을 발매한 것 같은데, 예능까지 나가면서 이슈가 됐던 걸로 안다.

-이센스가 힙합이 상업화를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다이나믹듀오를 디스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정통적인 힙합에서는 너무 상업적으로 가자는 것을 경계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들 (이센스와 다이나믹듀오) 누린 건 누린 사람들이다. 또한 오랫동안 활동한 힙합 뮤지션 중에도 언더그라운드에서 힙합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모든 래퍼들이 변했다고 한꺼번에 매도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러면서 정작 앨범 낼 때는 다들 대중성을 무척 고려해서 앨범을 낸다. 어차피 대중의 눈앞에 서야 하는 사람인데, 그걸 잘못 됐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음악에서 어디까지나 대중성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들 무대에서 음악을 하기 원하지 골방에서 하기를 바라지 않지 않나. 변질 돼 있는 뮤지션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금이 힙합의 황금기라고 본다. 음원 사이트 50곡 중에 20곡 정도가 힙합곡이더라. 한 예로 Mnet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음악을 오래하는 사람들은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만큼 힙합의 영향력이 커진 게 아니냐"고 하더라. 그렇게 힙합이 대중성을 찾고 있는 부분을 오히려 즐길 필요도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다이나믹 듀오 멤버 개코

-이센스는 "사랑 노래나 하는 건 힙합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힙합 안에서만 보자면 설득력은 있다. 하지만 힙합 자체도 대중음악 범주에 든다. 과거 타이거JK 형이 발표했던 '몬스터'가 정통 힙합곡으로서, 음악 방송 인기 차트에 올라간 적이 있다. 대단한 일이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드물다. 여자 '꼬시는' 이야기, 화려한 경력 자랑 그런 것들이 힙합 음악에 녹아들 수 있다. 이센스 본인도 그런 대중적인 음악을 하면서 많은 걸 누렸던 사람 아닌가.

-이번 일이 크게 이슈가 됐다.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나

회사를 나오면서 이런저런 잡음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랩게임'처럼 던지는 음악으로 보기에는 사안이 다소 민감한 면이 있다. 회사와 계약 정리가 안 된 내용이나 그런 것도 있지 않나. 마치 서로 다시는 안 볼 것처럼 게임을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음악 하는 사람끼리 앞으로 서로 봐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대중들이 이번일로 인해 힙합에 대한 인식을 안 좋게 볼 수 있게 될 수도 있지 않겠나. 힙합이 더럽고 폭력적이고 헐뜯고 욕하는 것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다. 얼마 전부터 대학 강단에서 힙합 강의를 하고 있다. 이제 대학에도 힙합과가 정식으로 생기는 시대다. 힙합이 음악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막 생기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건이 힙합 자체에 대한 인식을 안 좋게 하는 계기가 되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힙합계의 반응은 어떤가?

오래 활동한 뮤지션들은 대부분 함구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매니지먼트 쪽 사람들은 난처한 분위기다. 음악과 별개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해야 하지 않나.

-이센스는 '디스'나 '랩 게임'에 대해 노래 수준을 강조했다. 이센스가 발표한 곡의 노래 수준은 어떻게 봤나?

퀄리티는 굉장히 좋다. 가사 전달도 백 프로 되지 않는가. 또한 인터넷에서 클릭이 이렇게 많이 될(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정도면 수만 명이 이번 일에 대한 글을 읽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이것도 대중음악이라고 본다. 밤에 녹음 하나 해서 툭 던진 것인데, 이 정도면 300~40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 홈페이지가 멎어버릴 정도일 것이다. 나는 음악적으로 이센스를 높게 평가한다. 그의 음악 중 '독'이라는 트랙을 인상적으로 들었다.

-이센스가 다이나믹듀오를 디스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음악에는 선후배가 없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10년이나 음악을 더했으니 이센스보다 더 잘나가고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것에 법칙이 없듯, 음악에도 성역이 없다.

-다이나믹 듀오가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나로서도 모르겠다. 법적 대응을 하기도 웃기고, 음악으로 대응을 한다면 본인의 클래스가 하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다이나믹 듀오는 훌륭한 힙합뮤지션인 동시에 유명한 대중 가수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잘했네"라면서 웃으면서 받아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또한 정말 싫어서 그렇게 한 것인지 서로 얘기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이분들이 내는 음악이나 추후 행보에 영향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김디지, 이센스, 슈프림팀, 다이나믹듀오 개코 ⓒ 김디지 제공, 쌈디 트위터, 아메바컬처, 엑스포츠뉴스DB]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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