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8:24
스포츠

[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박지성도 퍼거슨도 없다'…싹 바뀐 EPL 새로운 도전

기사입력 2013.08.16 12:15 / 기사수정 2013.08.16 12:15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열대야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지쳐 늘어졌던 축구팬들의 시간이 돌아왔다. 치킨과 맥주를 옆에 끼고 한껏 들떠 주말 새벽녘을 축구로 불태울 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3개월의 휴식기를 끝내고 오는 주말 2013-14시즌 대장정에 돌입한다. 언제나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던 EPL이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EPL, 이전과 180도 달라진 EPL,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EPL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사라지고 돌아오고 등장하고

이제껏 못보던 EPL, 그 중심에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EPL의 제왕 퍼거슨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무려 27년 만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큼 엄청난 시간이다. 1년이 다르게 빠르게 변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 속에 중년이던 퍼거슨은 노년이 되어 그라운드를 떠났다. 떠나는 순간까지 맨유에 EPL 우승컵을 안긴 노신사를 뒤로 하고 기대와 부담을 양어깨에 짊어진 이가 맨유에 등장했다. 지난 시즌까지 에버튼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모예스다. 퍼거슨의 추천에 맨유 이사회도 만장일치로 모예스를 맨유의 신임 감독으로 추대했다. 에버튼에서 한정된 자원과 자금으로 고생하던 모예스는 포지션별로 넘쳐나는 선수들과 누구든 데려올 수 있는 이적자금을 받아들고 맨유의 영광을 이어가려 고심 중이다. 출발은 좋다. 새 시즌을 알리는 커뮤니티실드에서 우승에 성공하며 모예스호 맨유는 성공적인 출항을 신고했다. 

맨유가 혼란스러운 여름을 보내는 사이 지역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도 감독 교체로 바쁜 여름을 보냈다. 퍼거슨과 신경전을 벌이며 44년 만에 EPL 우승을 달성했던 로베르토 만치니가 지난 시즌 무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의 후임은 칠레 출신의 지도력을 인정받은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다. 과거 비야레알과 레알 마드리드, 말라가 등 스페인 무대에서 패스와 점유율로 성과를 냈던 페예그리니의 합류로 맨시티는 만치니의 색깔을 벗고 스페인화에 가속도를 붙였다.

퍼거슨이 사라진 EPL에 모예스와 페예그리니가 새로이 등장했다면 왕의 귀환을 알린 감독도 있다. 과거 EPL을 지배했던 주제 무리뉴 감독이다. 2004년부터 3년간 첼시에 EPL 우승 2회, FA컵 우승 2회 등 총 6개의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홀연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떠났던 무리뉴가 6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현역 최고를 자부하는 무리뉴의 자신감의 원천은 첼시에서의 성공이었고 같은 자리로 돌아온 그는 '스페셜 원'을 넘어 '해피 원'이라는 말로 기쁨을 표했다.



굿바이 박지성! 아듀 EPL!

EPL이 국내 최고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경기력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환상적인 퍼포먼스도 아니었다. 오로지 박지성, 세계 최고 명문 맨유에서 자랑스럽게 주축으로 뛰는 산소탱크를 보기 위해 늦은 밤 TV 앞에 앉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시아 선수가 유럽 축구 성지에서 명성을 쌓아가는 모습에 팬들은 박지성과 함께 환호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만도 7년, 맨유는 어느새 국민 구단, 우리 팀이 되어 있었다. 강등권만 맴돌던 퀸즈파크 레인저스도 지난해 맨유와 맨시티를 능가하는 국내의 관심을 받을 만큼 박지성을 통해 EPL은 안방을 잠식했다. 박지성을 통해 유럽 축구에 발을 들여놨던 팬들은 어느새 EPL 각 팀의 지지자가 됐고, 나아가 맨유, 박지성만이 아닌 본연의 EPL을 즐기게 됐다. 그러는 사이 이제 박지성은 EPL과 작별하고 자신을 유럽으로 이끌었던 친정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박지성이 없는 생소한 EPL을 지키는 해외파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김보경(카디프시티), 지동원(선더랜드)이다. EPL 2년차가 된 기성용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떨쳐내기 위한 중요한 시즌을 맞이했다. 벌써 주전 경쟁이 시작됐다. 스완지가 올 여름 중앙 미드필더 자원을 다수 보강하면서 기성용은 험난한 2년차를 예고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다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은 지동원도 여전히 불확실한 팀 내 입지를 이겨내기 위한 싸움에 접어들었다. 천천히 2부리그부터 시작해 12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된 김보경은 이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시즌을 앞두고 있다. 현지 언론은 개막전 선발 출전은 물론 올 시즌 기대되는 선수로 선정하면서 김보경의 등장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라리가? 세리에A? EPL로 모여라

'19개 팀이 피 터지게 싸우고 맨유가 우승하는 리그' EPL을 설명하는 우스갯소리다. 그렇다고 이를 반박할 수 없다. 맨유는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2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EPL로 개편된 뒤 보여준 맨유의 모습은 빅4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올 시즌은 다르다. 이기는 방법, 우승하는 비법을 아는 퍼거슨의 퇴장으로 혼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룬다. 이에 발맞춰 경쟁팀들도 맨유 타도를 외치며 다른 리그에서 뛰는 알짜배기들을 데려왔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스페인 축구가 올 여름에도 EPL을 강타했다. 실바와 후안 마타(첼시), 미추(스완지) 등을 통해 스페인의 기술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탓이다. 맨시티가 가장 활발했다. 감독부터 스페인 잔뼈가 굵은 페예그리니를 선임했고 헤수스 나바스와 알바로 네그레도를 데려와 공격 선봉에 세웠다. 토트넘 훗스퍼는 발렌시아로부터 로베르토 솔다도를 데려오며 최전방을 강화했다.

세리에A에서 넘어온 선수도 굵직굵직하다. 맨시티는 피오렌티나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스테반 요베티치를 영입했다. 아스날과 영입 경쟁에서 이긴 맨시티는 카를로스 테베스가 세리에A로 떠난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세리에A 명문 AS로마의 골문을 지켰던 마르틴 스테켈렌부르크는 풀럼으로 이적하며 EPL 정상급 팀들의 맹공을 막을 준비를 끝냈다.

이밖에도 손흥민의 바이엘 레버쿠젠행의 발판이 된 안드레 쉬를레의 첼시 이적과 파울리뉴(토트넘)와 에티앙 카푸에(토트넘) 등 중소리그에서 실력을 입증했던 우량주까지 합세하며 EPL은 더욱 풍족해졌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무리뉴와 박지성 ⓒ 게티이미지 코리아, PSV 제공]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