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7:29
스포츠

[V-리그] 황금기의 종말, 한 시대의 퇴장.

기사입력 2007.12.14 21:07 / 기사수정 2007.12.14 21:07

조훈희 기자

    


<시드니올림픽 대표시절 김세진과 신진식, 한국배구의 마지막 중흥기를 이끈 그들의 퇴장은 곧 한시대의 종언을 고한 것이다.>

[엑스포츠뉴스=조훈희 기자] 신진식,김상우,방지섭의 은퇴는 단순한 배구계의 스타가 떠나는 것이 아닌, 한국배구의 마지막 황금기이자 패러다임의 중심이 떠나감을 의미한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했고, 아시아배구의 맹주지위를 가능하게 했던 성균관대식 조직배구의 최전성기에 활약한 그들의 은퇴가 곧,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의미가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대학 배구팀을 꼽자면 80년대 최전성기를 구가한 라이벌 경기대와 인하대시절에 이어, 91년 하종화,윤종일을 중심으로 슈퍼리그 우승일 일궈낸 한양대학교에 다음 가는 슈퍼리그 2회 3위팀의 성균관대학교일 것이다. 

92년 임도헌,박종찬을 앞세워 강호로 자리매김했던 성균관대학교는 김남성 現 명지대학교 감독의 지도하에 신진식,김상우,방지섭과 아직까지 현역인 장병철을 중심으로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배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95년의 성균관대를 다른 배구팀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서브. 당시 장윤창이나 러시아의 포민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개인기로만 취급돼왔던 스파이크 서브를 하나의 팀 전술로 만들어내며, 한국배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원조 역할을 한 팀이 바로 95년의 성균관대이다. 

'스파이크 서브 군단'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신진식,김기중,장병철이 보여준 스파이크 서브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96년 고려증권을 통해 완전한 완성을 이뤄내며, 이제 스파이크 서브 없는 배구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일반화된 전술의 태동을 만들어냈다.

또한 성균관대는 2미터 장신 선수가 즐비했던 라이벌 한양대와는 달리, 故 김병선 선수외에 이렇다할 장신 선수가 없었지만, 진창욱,방지섭으로 이어지는 장신 세터의 활용, 전선수의 올라운드 플레이어화로 서브,블로킹,수비에 모두가 나서는 토탈 발리볼을 구사하며 프로에게도 위협적이었던 성균관대의 단단한 조직력과 안정된 운영을 완성형으로 만들었다. 

이는 성균관대학교의 중심멤버들을 거의 그대로 이식한 삼성화재에서 이어지며, 슈퍼리그의 최전성기를 이끌어낸, 가장 한국적인 배구의 모습으로 한 시대의 중심에 섰던 배구였다.

최근 한국배구는 탤런트 부족뿐 아닌, 일류 대학 선수들조차 프로무대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심각한 기본기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선수들의 신장과 힘은 지난 10년동안 꾸준히 성장해왔고 좋은 선수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지만 내실은 10년전에 비해 좋아지지 못했다. 

그런 기본기에 대해서는 배구역사 상 어느팀에도 뒤지지 않던 90년대 성균관대학교의 꽉 짜여진 조직력배구는 이미 세계무대에서 최고의 자리를 수성하는 브라질 배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세계배구의 흐름은 공격과 조직력의 조화를 추구하는 배구, 그런 세계의 흐름을 한발 앞서 이끌었던 신진식,김상우,방지섭의 은퇴가, 월드컵의 참패와 올림픽 참가에 대한 불확실한 가능성을 우려하는 배구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가슴 쓰린 소식이 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조훈희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