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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스포츠2.0] 그 많던 복싱 챔피언들, 지금은 어디에 있나

기사입력 2013.04.17 20:51 / 기사수정 2013.04.19 20:03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지금은 류현진, 김연아, 박지성 등의 스포츠 아이콘이 대세지만 십수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만방에 떨친 이들은 '헝그리 파이터' 프로 복서였다. 홍수환, 장정구, 유명우, 유제두, 박찬희, 염동균, 김성준, 박종팔 등등. 지금 세대는 낯설겠으나 당시만 해도 전 국민이 이들이 뻗는 펀치에 열광하며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안타깝게도 1990년대로 접어들며 한국 프로복싱은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저변마저 좁아졌고 언론의 외면으로 프로복싱은 그야말로 고사 위기에 몰렸다. 근근히 이어오던 남자 세계 챔피언의 명맥은 2007년 7월 지인진이 WBC 페더급 타이틀을 반납하고 종합격투기 K-1에 진출하면서 아예 끊어져 버렸다. 냉정히 말해 프로복싱은 돈도 없고 인기도 없다. 심지어 선수마저 없다. 최근 복싱이 화제가 된 건 영화배우 이시영이 링에 오른 게 유일하며, 마지막이다.

관계자들의 한숨이 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종합격투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선수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홍수환 전 세계챔피언은 "프로 복서가 라운드당 10만원을 받는다. 10라운드를 뛰면 100만원인데 매니저, 트레이너 몫을 떼면 50만원 남는다"며 불편한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복싱 인기의 하락은 한국에만 있는 일이다. 종합격투기와 비교해 세계 복싱의 '파이트머니(대전료)'가 10배 정도 높다"며 복싱의 인기 하락, 저변 축소 등은 한국에만 해당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복싱계는 그동안 내홍을 겪었다. 국내 프로 복싱을 관장하는 한국권투위원회를 둘러싼 파문이 거셌다. 권투위 행정에 불만을 품고 일선 체육관장들이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프로 복싱 전 세계챔피언인 홍수환, 유명우 등이 앞장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권투위가 방만한 운영과 파벌 싸움 등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기는 커녕 기본 업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새 권투위 집행부를 세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서 현재는 권투위 집행부를 놓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복싱계 내홍은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다행히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은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복싱연맹은 지난 해 4월 회장 선출 과정에서 오류를 범해 국제복싱연맹으로부터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공석이었던 복싱연맹 회장에 최근 장윤석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선출됐다. 복싱연맹은 장 회장을 필두로 복싱개혁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등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아놀드 테일러를 꺾고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쳤던, 또 파나마에서는 엑토르 카라스키야를 상대로 '4전 5기'의 드라마를 썼던 홍수환. 13차 방어를 달성하며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IBHOF)에 입성했고 유독 승부욕이 남달랐던 곱슬머리 복서 '짱구' 장정구. 17차 방어를 달성하고 18차 일본 원정 방어에서 이오카 히로키에게 석연치 않게 판정패한 뒤 “챔피언 벨트를 되찾고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지킨 유명우. 과거의 한국 복싱은 이렇게 화려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소매치기에서 세계 챔피언으로 거듭났으며, 태국의 복싱 영웅 보라싱을 꺾었던 김성준. 중경량급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전했던 로얄 고바야시에게 타이틀을 빼앗고 홍수환과 우정 매치를 벌였던 염동균. 일본의 와지마 고지를 눕히고 타이틀을 확보한 유제두. 챔피언 중의 챔피언 미구엘 칸토를 침몰시키며 화려한 복싱 테크닉을 자랑했던 박찬희까지. 흘러간 인물들이지만 기성 세대의 뇌리에는 강하게 각인돼 있다. 이런 복서들을 꼭 한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홍수환 ⓒ 홍수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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