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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金획득 김해진 "연아 언니, 전혀 녹슬지 않았어요"

기사입력 2012.10.10 01:33 / 기사수정 2012.10.10 11:4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그 때는 정말 몰랐었는데 막상 우승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믿기지 않았죠.(웃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를 들어서 너무 좋았고 감사를 드려야할 분들이 생각났어요. 저를 바로 잡아주신 신혜숙 코치님께 감사드리고 제 몸 상태를 점검해주신 트레이너 선생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언제나 저를 지원해주는 가족들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김)연아 언니도 빼놓을 수 없어요.(웃음)"

4년 전인 2008년 가을.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어린 유망주들이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 모였다. 당시 꿈나부대회 여자 싱글 5급에 홀로 출전했던 11세의 김해진(15, 과천중)은 부담 없이 링크를 질주했다. 가장 치열했던 4급은 '97년생 유망주'들이 대거 몰려있었다. 여자 싱글 4급 정상에 오른 박소연(15, 강일중)과 김해진은 4년 후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에서 1주 간격으로 메달을 획득했다.

그 중에서도 김해진은 김연아(22, 고려대) 이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주관하는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연아가 2005년 주니어 그랑프리 정상에 오른 뒤 7년 만에 '금맥'의 계보를 이었다.

"어릴 때는 그저 재미있게 스케이트를 탔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올리다보니 책임감도 생겼죠. 또한 많은 분들의 관심도 받기 때문에 더욱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신혜숙 코치님이 말씀하신대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제게 주어진 것을 다하면 좋은 점수와 결과가 따라오니까요."

공주풍의 연기? 아직은 낯설어

올 시즌 김해진은 두 번에 걸쳐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달 12일부터 16일까지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3차대회에 출전한 그는 141.29점의 점수로 여자 싱글 5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54.46점의 점수를 받으며 개인 최고 점수를 달성했다. 기분 좋게 3위로 쇼트프로그램을 마쳤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반복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올 시즌 첫 국제대회라 그런지 긴장을 많이 했어요. 3차대회를 1주 정도 앞두고 스케이트를 교체했는데 이 문제로 이틀 정도는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롱프로그램 곡은 공주풍의 분위기인데 이런 연기는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은 어려웠어요.(웃음) 그동안 발랄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주로 연기했었죠.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지만 처음에는 낯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김해진의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라보엠)과 프리스케이팅(잠자는 숲 속의 공주)은 모두 데이비드 윌슨의 작품이다. 윌슨은 김해진에게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작품을 권유했다. 김해진은 "윌슨이 새로운 곡을 가지고 왔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좋았다. 하지만 공주풍의 컨셉인 줄을 몰랐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트리플 플립이 들어간 3+3 콤비네이션 점프 대신 트리플 토룹+트리플 토룹을 구사한 점도 주효했다. 비록 5차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회전 수 부족으로 언더로테 판정을 받았지만 안정적으로 나간 전략이 주효했다.

"금메달을 획득한 5차대회 연습 때는 트리플 토룹+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가 잘 떨어졌어요. 경기를 할 때는 언더로테인지 몰랐는데 다음에는 이 기술을 깨끗하게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김해진은 지난달 30일 슬로베니아 브레드 막을 내린 주니어 그랑프리 5차대회에서 147.3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주 전 박소연이 4차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1주일 만에 이어진 쾌거였다.

"(박)소연이가 은메달을 획득해서 자극을 받았을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전 솔직히 부담감이 없었어요. 소연이가 먼저 우리나라에 메달을 안겨줬기 때문에 저는 정말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돌아온 뒤 소연이도 축하를 해줬어요. 사실 97년생 친구들은 모두 착해요.(웃음)"

김해진과 박소연은 선의의 경쟁을 하며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서로의 발전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있다.



언제나 봐도 대단한 스케이터 김연아


연습을 안 할 때 김해진이 가장 즐기는 것은 모바일 게임 '애니팡'이다. 태릉실내링크에서 연습을 나친 선수들은 무료한 시간동안 이 게임을 하며 보내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 대부분이 이 게임에 빠져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잘하는 고수는 김해진이다.

"제가 애니팡을 좀 잘해요(웃음) 스케이트를 타지 않는 시간에는 드라마도 즐겨보고 있죠. 또한 가수는 JYJ를 좋아하는데 이 그룹의 멤버인 시아준수 씨에게 축하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때의 기분은 정말 최고였죠.(웃음)"

지난 3년 동안 김해진은 전국종합선수권대회 정상을 지켜왔다. 한국 챔피언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지만 4년 연속 우승은 불투명한 상태가 자신의 우상인 김연아가 내년 1월에 열리는 이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현역 복귀를 선언한 김연아는 후배들과 함께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땀을 쏟고 있다. 연습 도중 옆에서 김연아를 지켜본 김해진은 "연아 언니는 여전히 최고"라고 손을 치켜세웠다.

"요즘도 느끼지만 연아 언니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연아 언니가 하는 것을 모두 배우고 싶어요. 점프면 점프 스핀이면 스핀 안무면 안무 모든 것을 잘하기 때문이죠. 연아 언니는 여전히 스케이트를 너무 잘 타고 전혀 녹슬지 않았어요."

김연아는 지난 8월 2014년 소치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혔다. 그 후 자신에게 주어진 두 타임의 연습 시간을 꽉 채워서 훈련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김연아가 예전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철저한 보안 속에서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은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복귀 선언 전부터 피겨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김연아의 기량이 예전 그대로라고 전해졌다. 경쟁 무대로 돌아온 그는 스케이트 끈을 단단히 매고 있다.

김해진은 한국 피겨 역사상 김연아 이후 주니어 그랑프리 정상에 오른 스케이터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곧 열릴 예정인 전국랭킹전에서 좋은 성과를 얻어서 4대륙선수권에 출전하고 싶습니다. 만약 이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제 첫 시니어 국제대회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주니어세계선수권에 출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돌아왔으면 합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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