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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키즈' Jr그랑프리서 성공한 3가지 원인

기사입력 2012.10.01 07:31 / 기사수정 2012.10.01 07:3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22, 고려대) 이후 한국 피겨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는 국내 스케이터는 단 한 명도 없다. 피겨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은 지속적으로 선수를 배출했다. 이와 비교해 여전히 열악한 한국 피겨는 김연아의 계보를 이를 스케이터들의 분전이 절실히 필요했다.

'97년생 쌍두마차' 쇼트프로그램 선전이 주효

김연아 이후 한국 피겨의 새로운 화두는 단연 '97년생 기대주'들이다. 현 국가대표인 김해진(15, 과천중), 박소연(15, 강일중), 이호정(15, 서문여중)은 모두 동갑내기 97년생들이다. 이들 중에서 김해진과 박소연은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았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지난 3년 동안 국내 정상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모두 김해진이 승리를 거두며 한국선수권 챔피언 자리를 3년 동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박소연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박소연은 지난 8월에 열린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자 싱글 1위에 올랐다. 그리고 1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ISU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연아 이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그러나 박소연의 성과는 1주일 만에 다시 바뀌었다. 김해진은 김연아 이후 7년 만에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시상대에 올라섰던 이유 중 하나는 쇼트프로그램의 선전이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모두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르면서 최상의 출발을 보였다. 그리고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실수를 하는 공통점도 남겼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얻은 득점으로 인해 좋은 성과를 남길 수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필수 요소를 소화해야하는 쇼트프로그램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기술 요소가 많고 시간이 긴 프리스케이팅도 중요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점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불리한 상황에 몰린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앞서 출전한 그랑프리 대회에서도 쇼트프로그램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을 클린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김해진은 "프리스케이팅을 더욱 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박소연도 "은메달을 획득해 기쁘지만 프리에서 나온 실수를 생각하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보완해야할 부분을 절실히 깨달았다.



모험을 시도하지 않고 안전하게 나간 점이 주효


김해진과 박소연은 모두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한다. 두 스케이터는 모두 트리플 토룹+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하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김해진은 트리플 플립이 들어간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뛸 수 있다. 박소연은 주니어대표 선발전에서 트리플 살코+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해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무리하게 모험을 강행하지 않았다. 스케이트 부츠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던 이들은 성공률이 높은 쪽을 선택했다. 김해진은 쇼트와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트리플 토룹+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다. 또한 한 쪽은 새 부츠와 나머지는 한 쪽은 헌 부츠를 신고 경기에 임한 박소연은 트리플 살코+더블 토룹을 시도했다.

김해진은 김연아 다음으로 국내 여자 싱글 선수들 중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킨 스케이터다. 이들의 뒤를 이은 이가 박소연이다. 점프의 성공률과 기술의 다양성은 김해진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자신의 약점인 스케이팅 스킬을 보완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표현력은 한층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소연의 장점은 점프의 비거리와 퀄리티 그리고 표현력 등이다.

일부 점프에서 언더로테 판정을 받은 김해진은 점프의 질을 높이는 점이 과제로 남았다. 박소연은 기술의 난이도를 더욱 높이고 경기를 할 때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이 보완점으로 다가왔다.

국제대회에서 얻은 경험이 '약'으로 작용

두 스케이터는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한 단계씩 성장했다. 2010년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자격을 얻은 김해진은 연습 도중 당한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니어 그랑프리를 시작한 그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벨라루스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8위에 올랐다.

꾸준하게 국제무대를 체험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또한 보완점은 물론 더욱 발전시켜야할 장점도 찾아냈다. 이러한 경험은 김해진에게 좋은 약이 됐고 금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1997년 10월24일생인 박소연은 김해진보다 1년 늦게 주니어 그랑프리에 입문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는 10월에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에 출전해 4위에 올랐다. 아쉽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상위권에 도약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주니어 그랑프리 4차 미국 레이크 플레시드 대회에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에 오르며 메달 권에 근접했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너지면서 5위로 추락했다. 박소연 역시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나타난 ‘악몽’을 반복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자극을 주며 이를 악 문 점도 좋은 결과를 낳았다. 박소연이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김해진은 불과 1주일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의의 라이벌들이 주고받는 좋은 자극은 값진 성적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운이 따른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에서 2승을 올린 엘레나 라디오노바(13, 러시아)는 김해진과 박소연이 메달을 획득한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라디오노바는 김해진이 5위를 차지한 3차 대회에서 182.86점의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은 물론 2018년 평창에서도 만날 가능성이 높은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6)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 이상 러시아)는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상태다.

소치와 평창 올림픽에서 뛸 러시아 유망주들의 강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국내 유망주들은 아직 도전하는 입장이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기동안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 점이다. '김연아 키즈'들의 기량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세계 피겨의 경쟁구도에 동참할 수 있다.



[사진 = 김해진, 박소연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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