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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라이사첵, "나에게 김연아는 행운의 여신"

기사입력 2012.05.06 10:22 / 기사수정 2012.05.06 10:2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87cm의 장신 스케이터가 인터뷰 약속 장소로 걸어왔다. 피겨 스케이터에게 큰 키는 유리한 점도 있지만 짐이 될 요소도 많다. 큰 신장으로 빙판에서 뛰어오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에반 라이사첵(27, 미국)은 역대 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들 중 가장 신장이 큰 편에 속한다. 2009년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그는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피겨 황제' 예브게니 플루센코(29, 러시아)가 밴쿠버 올림픽에 도전할 의사를 밝혔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플루센코는 점프를 비롯한 기술은 물론 무대 장악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빙판 위의 황제'였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플루센코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라이사첵은 플루센코를 1.31점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4일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아이스링크에서 열리고 있는 'E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에 출연하고 있는 라이사첵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에서 내려준 것 같다. 열심히 한 결과도 있지만 행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며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 2년 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특히 김연아와 함께하는 아이스쇼는 지난 2008년 이후 4년 만인데 오랜 만에 한국 관중들을 만난 소감을 말씀해주시죠.

4일 열린 1회 공연에 출연했는데 무대를 즐겼습니다. 특히 (김)연아와 함께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이 매우 즐거웠어요.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만났는데 이 점도 매우 의미가 큽니다. 서울은 굉장히 열광적인 도시고 이곳에 오면 언제나 즐겁습니다.

-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와 함께 동반 금메달을 획득한 점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올림픽이 열리기 2년 전부터 각종 대회에서 연아와 함께 출전하면 공동으로 금메달을 딴 적이 많았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가 출전한 대회에 연아가 있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죠.(웃음) 연아가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저는 더욱 침착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김연아와 라이사첵은 지난 2009년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녀 싱글 정상의 자리에 등극했다. 또한 2009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Skate America'에서도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서로에게 행운을 주었던 이들의 인연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결실을 맺었다.


- 그러고 보니 김연아가 라이사첵 선수에게는 '행운의 여신'인 것 같군요. 그리고 라이사첵 역시 김연아에게 행운을 주는 수호신인 것 같습니다.(웃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웃음) 저에게 연아가 행운의 여신인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라이사첵은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경쟁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주로 아이스링크 밖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며 예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현역 부대 복귀를 선언하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최고의 목표를 이루셨는데 다시 경쟁대회에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시요.

제가 생각해도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준 것 같습니다. 행운이 많이 따른 것 같아요. 현역 복귀를 결심했지만 아직 어느 대회에 나갈지는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제 신분이 선수라는 점입니다. 하루 일과 중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그러나 이것을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한 다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입니다. 제가 올림픽에서 그냥 이겼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운이 많이 따른 것 같아요.

-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그동안 경쟁대회를 그리워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스케이터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묘미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저는 올림픽을 마친 뒤 여러 가지 활동을 펼쳤습니다. 주로 링크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죠.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경쟁무대에 다시 돌아오고 싶은 엔도르핀이 생겼습니다. 다른 선수와 경쟁하는 것이 많이 그리웠어요.

- 구체적으로 언제쯤 링크에 복귀할 예정인가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차기 시즌에 열리는 대회가 언제 열리는지 아직 결정 안됐기 때문이죠. 제가 출전할 그랑프리 시리즈 배정을 아직 받지 못해 확실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김연아는 지난 200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피겨 역사에 기념비적인 연기를 펼쳤다.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김연아는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하면서 71.95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로 당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라이사첵은 이번 아이스쇼에서 김연아로 친숙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했다.


- 이번 아이스쇼에서 김연아로 인해 친숙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했습니다. 김연아의 연기를 많이 지켜보셨을 텐데 그녀의 스케이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연아의 스케이팅을 무척 좋아해요. 예전에 LA에서 연아와 함께 몇 번 훈련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케이터들이 함께 훈련을 하면 서로에 대해 영향을 받게 되죠. 당시 김연아의 겸손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늘 꾸준한 성적을 올린 점도 칭찬하고 싶어요. 제가 생각할 때 진짜 뛰어난 선수는 기복이 없는 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데 연아는 늘 정상권에 있었어요. 이런 부분은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 라이사첵 선수의 롤 모델이 궁금하군요. 어떤 선수(피겨 외에 타 종목도 좋다고 말함)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말씀해주시죠.

저는 항상 최고의 레벨에 있는 선수들을 주시합니다. 운동을 할 때와 안할 때 그리고 미디어와의 관계 등을 살피고 있죠. 친구들 중 어떤 친구가 진짜 좋은 친구인지를 찾는 것처럼 정말 좋은 선수가 누구인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테니스에서는 로저 페더러(31, 스위스)를 보고 정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코비 브라이언트(33, 미국, LA 레이커스)의 리더십에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저는 실제로 농구를 한 경험이 있는데 시카고에 살적에는 마이클 조던(49세, 전 시카고 불스)에 영향을 많이 받았죠.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자신이 종사하는 종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수들을 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 올림픽 챔피언으로서 미래의 피겨 유망주들에게 한 말씀해주시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아주 간단합니다. 훈련을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거예요. 저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 자체를 즐기는 점도 필요하죠.

인터뷰 내내 라이사첵은 '겸손'과 '열정'을 강조했다. 피겨 선수로서 최고의 영광은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다. 올림픽을 위해 노력도 많이 했지만 행운도 많이 따랐다고 밝힌 라이사첵은 '제2의 피겨 인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 = 에반 라이사첵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권태완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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