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이정후(28)와 한솥밥을 먹었던 우완 투수 트리스탄 벡(30)의 LG 트윈스 이적을 두고 미국 현지에서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단순히 빅리그에서 입지를 잃은 선수의 한국행이 아니라,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노사 갈등과 직장폐쇄 가능성이 선수들의 아시아 진출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지에서는 벡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잔류가 불확실한 선수들이 안정적인 계약을 보장받을 수 있는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 '알 배트'는 지난 6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를 뒤흔드는 노사 갈등이 벌써 첫 번째 희생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우완 투수 벡은 메이저리그를 떠나 LG와 1년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소식은 메이저리그 노사단체협약(CBA) 만료가 임박하고 샐러리캡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해졌다"며 "이는 메이저리그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벡은 지난 5일 LG와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57만8000달러 등 총액 87만8000달러(약 12억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MLB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지명을 받은 벡은 2019년 트레이드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했다. 이후 2023년 빅리그에 데뷔하며 메이저리그 투수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2024년 오른팔 동맥류 부상으로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2026시즌에는 메이저리그 14경기에 등판해 19이닝을 소화하며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5.2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트리플A에서도 28경기에서 39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의 40인 로스터 정리 과정에서 팀을 떠나게 됐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
알바트는 "벡 측은 마이너리그 계약에 묶이는 상황을 피하고 아시아에서 안정적인 기회를 찾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조건 없는 방출을 요청했다"며 "이번 결정은 벡 개인에게 현명한 선택일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선수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불안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벡과 같은 선수들은 미국에 남아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하는 대신 보장 계약과 경제적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KBO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서 안정적인 계약을 확보하는 것이 마이너리그에 머물거나 직장폐쇄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오는 12월 기존 노사단체협약 만료를 앞두고 샐러리캡 도입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제시한 구상에는 2028년부터 구단별 선수단 연봉 총액 상한선을 2억5820만 달러(약 3522억원), 하한선을 1억8020만 달러(약 2458억원)로 설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일부 구단은 선수단 연봉을 대폭 줄여야 하는 반면, 다른 구단들은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알바트는 "이러한 불확실성은 벡과 같은 선수들이 미국 밖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만들고 있다"며 "벡의 이적은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선수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흐름의 시작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LG 역시 벡의 영입을 통해 선발진 강화라는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2025시즌 정상에 올랐던 LG는 2026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7시즌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매체는 "LG는 포스트시즌 탈락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경험을 갖춘 벡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며 "벡에게도 선발투수로 활약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구단들은 메이저리그의 불확실성을 활용해 보장 계약과 핵심 선수로서의 역할을 제시하며 외국인 선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매체는 "벡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며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있다. 빅리그의 꿈을 뒤로하더라도 보장된 계약과 안정성을 선택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벡처럼 한국과 일본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선수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잔류 대신 LG 유니폼을 선택한 벡의 결정이 개인의 새로운 도전으로 끝날지, 아니면 빅리그 선수들의 아시아행을 가속화하는 출발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LG 트윈스 / 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