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미야자키, 김근한 기자) 두산 베어스 박지훈이 2020년 입단 이후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114경기 출전에 타율 0.270, 67안타, 2홈런, 26타점, 26볼넷. 단 한 차례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지난 4일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박지훈은 "이렇게까지 올해 2군 한 번도 안 내려갈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시즌 초부터 그냥 살아남자 했던 게 끝까지 잘 이어져 왔던 것 같다. 정말 많은 경험을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올스타전 팬 투표 2위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박지훈은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인데 올스타 선정은 안 돼도 그렇게 투표를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이나 앞으로 이어지는 시즌에 한 번 더 왔으면 좋겠다. 투표 홍보 영상도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할 것"이라고 웃었다.
두산 김원형 감독은 시즌 내내 박지훈의 타격 방향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삼진보다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접근법, 끈질긴 볼넷 출루, 투구 수를 소비하는 능력이 평가를 받았다.
박지훈은 "1군에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삼진보다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세를 낮추고 타격 포인트도 뒤로 가져가서 최대한 공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하드 히트 타구는 안 나오지만, 여러 상황이 많이 나올 때 끈질기게 볼넷 나가려 하고 투구 수도 많이 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이글스 아시아쿼터 투수 왕옌청의 2027시즌 재계약 소식은 박지훈에게 반가운 뉴스였다. 박지훈은 올 시즌 왕옌청을 상대로 무려 타율 0.636(11타수 7안타)로 압도적인 천적 면모를 보였다.
그는 "사실 왕옌청 선수의 재계약을 정말 원하고 있었다. 재계약 기사 뜨자마자 너무 좋아했다(웃음)"고 농담을 던졌다.
왕옌청을 상대로 유독 잘 맞는 이유도 있다. 박지훈은 "왕옌청 선수가 나를 상대하면 더 잡으려고 들어오기 때문에 공이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 나로서는 왕옌청 선수 나올 때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좋아한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내외야 유틸리티 역할에 대한 자부심도 분명했다. 김원형 감독은 박지훈을 두고 LA 다저스 유틸리티 플레이어 키케 에르난데스와 같은 역할을 맡아주길 원했다. 박지훈은 올 시즌 외야에서 60이닝 정도를 소화했고, 내야 3루와 1루에서도 꾸준히 기용됐다.
박지훈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장점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팀에서 없어선 안 된다는 말이 너무 좋기 때문에 언제든 빈자리가 나면 메꾸고 1군에 계속 있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포수 포지션 소화 가능성도 묻자 "그 상황이 온다면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마무리캠프에서는 손지환 수비코치와 야간 실내 수비 훈련까지 열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팀 선배 박찬호의 뒤를 받히기 위해 유격수 수비를 집중적으로 갈고 닦는 중이다. 박지훈은 "(박)찬호 형이 한 해 한 해 지나갈수록 나이도 차시기 때문에 내가 그 뒤를 꼭 받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가 가능해야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유격수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기와 후반기의 차이도 솔직하게 짚었다. 박지훈은 "전반기는 살아남으려고 포인트를 뒤에 두는 타격을 했는데 후반기에 기회가 어느 정도 주어져서 큰 스윙도 해봤다. 내년에는 장타도 만드는 까다로운 타자가 되는 방향성으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비 실책 9개는 반드시 줄여야 할 숙제라고 다짐했다.
내년 목표는 출전 경기 수다. 박지훈은 "올해 목표가 100경기 출장이었는데 114경기를 뛰었다. 내년에는 120경기 정도로 잡고 있다. 그러면 타석 수도 수비이닝도 모든 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마지막으로 박지훈은 "두산 팬들께서 너무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올해를 기반으로 정말 증명이 되는 선수, 진짜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많이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미야자키, 김근한 기자 / 두산 베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