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11-07 01:15
스포츠

'마라톤 올림픽 챔피언, 약쟁이였다니' 혈액 도핑 양성→5년 출전 정지 중징계…"검증 전까지 상금 지급 미뤄야" 분노 쏟아진다

기사입력 2026.11.02 23:59 / 기사수정 2026.11.03 11:02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세계 최정상급 마라토너들이 잇따라 도핑에 적발되면서 마라톤계가 충격에 빠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역 선수들 사이에서는 아예 도핑 검증 절차가 끝날 때까지 주요 마라톤 대회의 우승 상금 지급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매체 프런트오피스스포츠는 2일(한국시간) "프로 마라토너들이 스포츠계에 만연한 도핑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세계육상연맹 산하 육상윤리위원회(AIU)는 지난달 23일 케냐의 페레스 제프치르치르에게 5년간 잠정 출전정지 조치를 내렸다.

케냐에서 실시한 경기 외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EPO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EPO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높이는 물질이다. 인위적으로 투여할 경우 장거리 종목에서 지구력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어 대표적인 혈액 도핑 물질로 분류된다.

제프치르치르의 양성 샘플은 지난 8월 30일 시드니마라톤 우승 이전에 채취됐다. 그는 시드니에서 2시간18분31초를 기록하며 2위 이리네 체프타이를 3분 이상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제프치르치르는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이자 2025 도쿄 세계선수권 우승자다. 2021 뉴욕 마라톤, 2022 보스턴 마라톤, 2024 런던 마라톤에 이어 시드니 마라톤까지 제패한 세계적인 스타다.

AIU의 결정이 알려지면서 마라톤계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제프치르치르는 B샘플 분석을 요구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을 수 있으나 도핑이 확정될 경우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미 마라톤계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줄줄이 터지고 있다.

2019 도쿄 마라톤 우승자 루티 아가(에티오피아)는 지난달 6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 중국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서 금지된 글루코코르티코이드 계열 약물인 메틸프레드니솔론에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이 시작이었다.

아가는 무릎 부상 치료 과정에서 해당 약물을 처방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처방전을 제출했으나 조사 결과 해당 의료기관은 존재하지 않았고, 처방전을 작성했다는 의사는 실제 등록된 의사가 아닌 아가의 가족으로 드러났다.

AIU는 약물 양성에 2년, 조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한 조작 행위에 추가 4년을 적용해 총 6년 징계를 내렸다.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루스 체프네티치는 2024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9분56초라는 경이적인 세계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실시한 검사에서 금지 이뇨제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HCTZ)가 검출됐고 결국 3년 자격정지를 받았다. HCTZ는 다른 금지약물의 흔적을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물질이다.

다만 체프네티치의 세계기록은 양성 샘플이 채취되기 약 5개월 전에 작성됐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다.



도핑 파문이 계속되자 선수들 스스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2023년과 2025년 뉴욕 마라톤 여자부 우승자인 헬렌 오비리는 주요 대회가 선수들의 도핑 검증이 끝날 때까지 상금 지급을 보류하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비리는 뉴욕 마라톤을 앞두고 "대회에 참가하기 훨씬 전부터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핑 선수가 우승하거나 시상대에 올라간 뒤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나 기록이 박탈되면 깨끗하게 경쟁한 선수들은 상금뿐 아니라 광고 효과와 후원 계약에서까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 보스턴 마라톤에서는 원래 2위였던 부주네시 데바가 우승자 리타 젭투의 도핑 실격으로 뒤늦게 챔피언이 됐지만, 상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까지 무려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결국 보스턴 마라톤 측은 2024년 정책을 바꿔 과거 도핑 선수에게 밀렸던 약 80명의 선수들에게 미지급 상금을 보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세계챔피언 제프치르치르에게서마저 EPO 양성 결과가 나오면서 마라톤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프런트오피스스포츠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