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실책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비추는 문화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의 치명적인 실책 이후 중계 카메라가 그를 반복해서 비추자 정우영 캐스터가 내놓은 발언이다.
실책한 선수를 지나치게 오래 비추는 국내 스포츠 중계의 관행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에 가까웠는데 해당 발언이 경기를 중계하던 방송사를 저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정 캐스터가 해명을 내놨다.
삼성은 30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KIA 타이거즈에 2-4로 역전패했다.
삼성으로서는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서 놓친 뼈아픈 패배였다.
삼성은 1-1로 맞선 6회초 최형우가 솔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2-1로 앞서갔다. 최형우는 이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까지 새로 썼다.
시리즈 전적에서도 삼성은 2승1패로 앞서 있었다. 한 점의 리드만 지켜내면 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끝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까지 이틀의 휴식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7회말 단 하나의 수비 실수가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IA 김도영이 3루 쪽으로 평범한 땅볼을 쳤다. 3루수 김영웅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 보이는 타구였다. 하지만 공이 김영웅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갔다.
김영웅의 실책이었다. 김도영은 그대로 2루까지 진루했고, 경기 양상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해럴드 카스트로가 적시타를 터뜨리며 2-2 동점을 만들었고, 김선빈의 안타가 이어졌다. 한준수와 하주석까지 연속 적시타를 때리면서 KIA가 4-2로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으로서는 김영웅의 실책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연쇄 실점으로 이어진 상황이었다.
KIA는 이후 마무리 전상현을 투입해 두 점 차 리드를 지켰고, 결국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갔다.
문제는 중계 카메라는 실책 이후 김영웅의 표정을 계속해서 화면에 담았다는 점이다.
KIA 타자들이 연이어 안타와 적시타를 기록할 때마다 화면에는 김영웅의 모습이 반복해서 송출됐다. 특히 벤치에서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는 모습은 물론, 눈물이 맺힌 듯한 김영웅의 얼굴까지 정면에서 잡혔다.
그러자 정우영 캐스터는 "실책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비추는 문화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실수를 하면서 선수가 성장하는 건데 보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날 플레이오프 4차전은 케이블 5개 채널에서 생중계됐는데 한 방송사가 현장 화면을 제작하고, 다른 중계 방송사들이 해당 영상을 받아 각자의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우영 캐스터는 이날 화면을 직접 제작한 방송사 소속이 아니었다. 때문에 해당 발언을 두고 '생방송에서 타 방송사의 화면 연출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실책이 이날 승부의 결정적인 장면이었던 만큼, 김영웅을 화면에 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한 선수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정 캐스터는 바로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적한 건데, 팬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결국 정 캐스터는 31일 SNS를 통해 "특정 방송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저희 회사도 포함되는 말"이라고 해명하면서 "내가 고결한 존재라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거다. 실책의 경우 화면의 강요보다 시청자의 생각에 맡기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 캐스터의 발언이 스포츠 중계의 오래된 관행을 바꾸게 될지, 타 방송사 저격 논란으로 더욱 불붙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 중계화면 캡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