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대이변이 속출한 프랑스오픈에서 안세영만은 굳건했다.
안세영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혀온 중국 왕즈이와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가 나란히 프랑스오픈 16강에서 탈락했다. 여기에 전 세계랭킹 1위이자 세계선수권 챔피언 출신 라차녹 인타논(태국)은 첫 경기부터 짐을 쌌다.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무너진 가운데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당당히 8강까지 올랐다.
안세영은 2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아레나 그랑 파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프랑스오픈(슈퍼750) 여자 단식 16강에서 인도의 17세 유망주 탄비 샤르마를 2-0(21-11 21-14)으로 제압했다.
스코어만 보면 완승이었지만 경기 초반에는 두 차례나 흔들렸다.
1게임 시작과 함께 샤르마에게 연속 공격을 허용해 0-4까지 밀렸고 1-5로 끌려갔다. 그러나 안세영은 당황하지 않았다. 곧바로 5점을 연속으로 가져가 6-5로 뒤집은 뒤 11-8로 인터벌에 들어갔다.
후반부터는 완전히 다른 경기였다. 11-9에서 연속 득점으로 14-9를 만들었고 15-11에서는 다시 6점을 몰아치며 순식간에 게임포인트를 잡았다. 결국 첫 게임을 10점 차로 끝냈다.
2게임도 출발은 비슷했다. 첫 3점을 내리 허용한 안세영은 5-9까지 뒤졌다. 샤르마가 빠른 공격으로 몰아붙이면서 자칫 경기가 길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안세영의 경기 운영 능력이 빛났다. 5점을 연속 획득하며 10-9로 역전했고 11-10으로 인터벌을 통과했다. 15-14로 한 점 앞선 상황에서는 철벽 수비로 샤르마의 공격을 잇따라 받아낸 뒤 연속 득점을 만들어냈고, 이후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두 게임 모두 초반에는 뒤졌지만 중반 이후 상대의 흐름을 읽은 뒤 완전히 뒤집었다. 불과 닷새 전 덴마크오픈 8강에서도 샤르마를 2-0으로 눌렀던 안세영은 짧은 기간 안에 다시 만난 상대에게 재차 완승을 거뒀다.
반면 다른 우승 후보들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 가운데 하나는 왕즈이의 탈락이다. 왕즈이는 일본의 아케치 히나에게 0-2(19-21 20-22)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왕즈이의 탈락은 안세영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왕즈이는 올해 안세영에게 공식전 유일한 패배를 안긴 선수다.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을 2-0(21-15 21-19)으로 꺾었다. 당시까지 안세영에게 10연패를 당하고 있었지만 전영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을 잡아내며 우승했다.
올 시즌 안세영의 압도적인 독주 속에서 '안세영을 실제로 이겨본 선수'라는 점 때문에 프랑스오픈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대항마 중 한 명으로 평가됐다.
출발도 좋았다. 왕즈이는 프랑스오픈 32강에서 대만의 황유쉰을 2-0(21-13 21-8)으로 가볍게 눌렀다. 상대에게 두 게임 합계 21점만 허용한 완승이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아케치는 앞선 32강에서 캐나다의 미셸 리를 2-0(21-14 21-10)으로 꺾은 데 이어 왕즈이까지 잡아냈다.
50분 넘게 이어진 접전에서 두 게임 모두 막판 집중력 싸움을 가져가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 가운데 하나를 만들었다.
왕즈이만 무너진 게 아니다. 일주일 전 덴마크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을 마지막까지 괴롭혔던 야마구치마저 탈락했다.
야마구치는 프랑스오픈 16강에서 세계랭킹 30위권인 인도의 아시미타 찰리하에게 0-2(19-21 18-21)로 충격패했다.
특히 1게임은 야마구치 입장에서는 뼈아팠다. 18-14까지 앞서며 그대로 게임을 가져가는 듯했지만 이후 찰리하에게 연속 4점을 내줘 18-18 동점을 허용했고, 흐름을 다시 가져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2게임에서도 찰리하는 물러서지 않았다. 강력한 공격과 깊숙한 클리어로 야마구치를 코트 뒤쪽으로 밀어낸 뒤 빈 공간을 공략했다. 긴 랠리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버텼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강한 스매시와 드롭샷을 섞었다.
찰리하는 정상급 선수를 상대로 경기 흐름을 끝까지 유지하며 생애 처음으로 세계 TOP 5급 선수를 잡아냈다.
불과 일주일 전 덴마크오픈 16강에서 똑같이 야마구치를 만났지만 당시에는 0-2(18-21 10-21)로 완패했던 찰리하의 완벽한 복수였다.
왕즈이와 야마구치보다 먼저 탈락한 스타도 있다. 태국 간판 라차녹 인타논이다.
2013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챔피언이자 과거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인타논은 이번 대회 첫 경기인 32강에서 한국의 심유진에게 0-2(15-21 18-21)로 패했다.
인타논은 올해도 정상급 경쟁력을 보여왔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 마스터스에서는 결승에서 중국 천위페이를 2-0(21-17 21-15)으로 꺾고 우승했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 대회에서는 첫 경기만에 탈락했다. 심유진이 첫 게임을 21-15로 잡아낸 뒤 두 번째 게임에서도 인타논의 추격을 18점에서 끊어내며 경기를 끝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연이어 탈락하면서 이번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대진은 크게 요동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안세영만은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상 우려가 있었던 선수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압도적이다.
첫 경기에서 세계랭킹 45위 아말리에 슐츠를 단 25분 만에 2-0(21-6 21-4)으로 제압했고, 샤르마에게도 완승을 거두면서 대회 두 경기 연속 무실게임 행진을 이어갔다.
안세영의 다음 상대는 중국 한웨다. 왕즈이와 야마구치가 예상보다 훨씬 일찍 탈락하면서 우승으로 가는 길의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졌다. 한웨를 넘는다면 안세영의 우승을 막을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오직 안세영만이 왜 자신이 세계랭킹 1위인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