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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든든하고 편안해요” '8년 믿음'이 만든 기적···최고령 김옥금과 '오빠' 박홍조, 벼랑 끝서 양궁 W1 혼성 2연패

기사입력 2026.10.22 00:00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일본 오카자키, 공동취재단) "이 선수와 같이해야 마음이 편안해요. 든든하고 믿음이 있으니까 잘되겠지 하는 마음이 항상 있죠."

한국 장애인 대표팀 최고령인 양궁 베테랑 김옥금(66·광주광역시청)은 파트너 박홍조(43·서울시청)를 향한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8년 넘게 함께 활을 쏘며 쌓은 신뢰는 가장 절박한 순간 빛을 발했다. 두 세트를 내리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고 금메달을 합작했다.

김옥금·박홍조는 21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양궁 W1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의 천멍칸·장샨신을 슛오프 끝에 5-4(36-34 34-36 33-34 37-36 17-15)로 꺾었다. 이들은 지난 대회에 이어 정상에 오르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날 한국 양궁은 남녀 복식에서 모두 메달을 따지 못했다. 김옥금은 여자복식에서 이은희와 출전해 중국에 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박홍조도 남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함태진과 나서 에 태국에 패했다.

김옥금과 박홍조에게 혼성 단체전은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박홍조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악재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까지 겪었다. 릴리스를 잡을 때 힘이 실리는 부위였지만, 그는 통증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경기를 준비했다.

결승에서도 위기는 거듭됐다. 첫 세트를 36-34로 따낸 한국은 2세트에서 34-36으로 패했고, 3세트마저 33-34로 내줬다. 세트 점수 2-4. 한 세트만 더 내주면 금메달은 중국에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4세트에서도 긴장감은 이어졌다. 김옥금과 박홍조의 첫 두 발 화살이 나란히 8점과 9점의 경계선에 걸렸다. 판독을 거쳤고, 두 발 모두 9점으로 인정되며 중국에 1점 차로 이겨 벼랑 끝에서 승부를 슛오프로 끌고 갔다. 

박홍조는 당시를 떠올리며 "평소에도 물리는 화살을 많이 쏘는데, 그림자를 보고 본능적으로 물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슛오프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옥금에게 마지막 화살을 특별한 승부처로 여기지 말고 평소처럼 쏘자고 거듭 당부했다. "마지막 한 발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평소에 쏘는 첫 발이라고 생각하자"고 했다.

정작 슛오프가 시작되자 박홍조도 긴장했다. 그는 "누나에게는 평소처럼 쏘자고 해놓고 내 몸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표적을 크게 보고 평소의 루틴을 지키려 했다. 김옥금은 "항저우에서도 금메달을 땄는데 일본에 와서도 반드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슛오프에서 중국이 6점과 9점을 기록한 사이 김옥금·박홍조는 9점과 8점을 쏴 합계 17-15로 승리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서로를 믿고 각자의 화살에 집중한 결과는 2연패였다. 

이들의 호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전 결성해 은메달을 딴 뒤 쌓아온 시간은 어느덧 8년 가까이 흘렀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다.

김옥금은 23살 어린 박홍조를 "든든한 오빠"라고 불렀다. 박홍조는 김옥금을 자신이 배워야 할 선수로 꼽았다. "누님은 운동할 때 가장 먼저 양궁장에 나오고 가장 늦게 들어가신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누님이 움직이시는데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박홍조가 실수를 했을 때도 두 사람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날 6점을 쏜 순간에도 김옥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에는 실수하면 미안하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말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신 ‘괜찮아, 내가 더 잘할게’라고 계속 얘기했다.

김옥금 역시 "잘 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항상 믿음이 있으니까"라며 파트너의 실수를 불안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한쪽이 흔들리면 다른 한쪽이 메우고, 서로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오랜 파트너십의 힘이었다.



한국 선수단 최고령인 김옥금은 ‘양궁을 즐기는 마음’이 나이를 잊게 한다고 했다. 김옥금은 "그냥 즐기면서 하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양궁하는 그 자체를 즐긴다"면서 "힘이 떨어져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경기를 마치고 나면 다시 마음이 편해져 조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옥금·박홍조는 남녀 복식에서 놓친 메달의 아쉬움을 혼성 단체전 금메달로 털어냈다. 8년간 쌓아온 믿음은 가장 큰 압박이 걸린 순간에도 끈끈하게 묶고 함께 버티게 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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