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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해도 좋으니까 즐겨!"…韓 최초 역사 썼던 이 선수, 이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AG 현장]

기사입력 2026.09.28 03:58 / 기사수정 2026.09.28 03:58



(엑스포츠뉴스 일본 나고야, 유준상 기자) 올해 부상과 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스마일 점퍼' 우상혁(용인시청)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웃었다.

우상혁은 27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22를 기록, 최종 3위에 오르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금메달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안게임 3개 대회 연속 입상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우상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2 항저우 대회(2023년 개최)에서 잇달아 은메달을 획득했다.



우상혁은 지난해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육상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2회 입상이라는 역사를 썼다. 자연스럽게 올해 아시안게임을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우상혁은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세이코 골든 그랑프리 경기 도중 왼쪽 스파이크가 찢어지면서 왼발을 다쳤고, 결국 경기를 기권했다.

당초 우상혁의 부상은 찰과상 정도로 알려졌지만 실제 상태는 훨씬 심각했다. 왼쪽 리스프랑(발등 인대)이 파열됐다. 하지만 우상혁은 충분한 회복 기간을 갖지 못한 채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우상혁은 "그랑프리가 끝나고 열흘 만에 복귀했다. 원래 깁스를 2~3개월 정도 했어야 했는데, 의지의 차이 아니겠나"라며 "한국 육상에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었고,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 부상 이후 남은 기간이 100일 정도였는데 어떻게든 감독님을 믿으면서 꾸역꾸역 해온 것 같다. 100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부상의 여파는 경기력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는 지난달 22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진행된 2026 세계육상연맹 실레시아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에서 첫 시도 높이였던 2m16을 넘지 못해 공식 기록 없이 대회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하일브론 시청 앞 특설 경기장에서 펼쳐진 하일브론 국제 높이뛰기 대회에서도 2m14에 그쳐 출전 선수 12명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꾸준히 경쟁했던 우상혁에게는 낯선 결과였다.

우상혁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날 경기 도중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목이 쉴 정도였다. 우상혁은 "그냥 한 번 부딪히자는 생각이었다. 방어적으로 뛰면 안 되니까 계속 혼잣말을 하다 보니 목이 쉰 것 같다"며 "트라우마를 극복한 경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단번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우상혁은 "나도 많이 슬펐다. 원래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늘 그냥 털어버리고 내일 훈련하는 스타일인데, 자고 일어나도 후유증이 나이지지 않았다"며 "부상 이후 (대회 출전을) 강행하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는데, 그 대회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이렇게 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우상혁에게 가장 큰 힘을 불어넣은 사람은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이었다. 우상혁은 "연맹에서도 많이 응원해 주셨다. 그리고 감독님이 나를 많이 지지해 주셨다. '상혁아, 네가 진짜 좋아하고 사랑하는 높이뛰기를 은퇴할 때까지 즐겨라. 꼴지를 해도 좋으니까'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결과에 대한 부담보다 높이뛰기 자체를 즐기라는 스승의 한마디는 우상혁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줬다. 우상혁은 "앞선 두 대회에서 꼴찌를 하지 않았나. '인생에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으면 지금 여기에서도 꼴찌를 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메달 색깔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상혁은 마지막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는 "내가 해야 할 몫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발목이 부서지도록 뛴 것 같다. 결과는 너무 아쉽지만 대등한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한 달만 더 있었다면..."이라며 "오늘 결과는 여기서 만족하고 내일부터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2028년 LA 올림픽을 위해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진=일본 나고야, 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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