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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홀린 이창동의 질문…'가능한 사랑', 욕망과 관계를 마주하다 [종합]

기사입력 2026.09.21 14:58 / 기사수정 2026.09.21 14:58

'가능한 사랑' 조인성, 조여정, 전도연, 설경구
'가능한 사랑' 조인성, 조여정, 전도연, 설경구


(엑스포츠뉴스 용산, 윤현지 기자) 이창동 감독이 두 부부의 삶과 욕망을 통해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창작자의 윤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했다. 전도연은 화상으로 간담회에 참석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이날 이창동 감독은 '가능한 사랑'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우리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세계가 단순하지 않고 여러 복잡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데, 그것들을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작품은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계급 간의 갈등 같기도 하다. 또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나 태도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며 "그런 여러 층위를 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느끼고 생각하면서 질문을 나누고 싶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상보다는 이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가 관객과 만나는 자리가 베니스영화제였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훨씬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영화가 쉽고 자극적인 작품이 아님에도 관객들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잘 느껴주시고 반응해주셨다"며 "그것을 관객들의 표정이나 저를 대하는 태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었고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능한 사랑' 스틸
'가능한 사랑' 스틸

'가능한 사랑' 스틸
'가능한 사랑' 스틸


이 감독은 두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는 '가능한 사랑'의 구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는 해고 노동자 부부와 그들의 삶을 찍으려는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나오고, 두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며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순히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의 시선만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예지가 담으려고 하는 내용,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그 내용 자체도 영화 안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형식적으로 두 가지가 결합돼 있는 게 아니라, 내용 안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는 사람의 시선과 그가 찍고자 하는 대상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극 중 인터뷰와 심리치료 장면 등을 비교적 긴 호흡으로 담은 이유도 이에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예를 들어 해고 노동자 가족이 이야기하는 심리치료 장면도 단순히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호석이가 처음 심리치료를 받으려 한다는 상황만 보여주려면 그 장면이 그렇게 길 필요는 없다"며 인물의 삶과 이야기를 단순한 극적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그 자체로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가능한 사랑' 스틸
'가능한 사랑' 스틸


또한 타인의 삶을 영화로 담는 창작자로서 느끼는 윤리적인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제 자신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는 제 이야기를 함께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저의 윤리적인 문제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의 삶을 그리는 저 같은 창작자에게는 언제나 본질적인 고민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그들 자신의 이야기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들의 삶을 소비하거나 대화를 위한 재료로만 사용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평생 해온 질문이고, 지금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가능한 사랑' 포스터
'가능한 사랑' 포스터


'가능한 사랑'은 십계명의 열 번째 계명인 '탐하지 말 것'을 주요한 주제로 삼는다. 이날 배우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인물이 무엇을 탐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먼저 해고 노동자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감독 예지 역의 조여정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남의 인생을 탐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지의 남편이자 부유한 집에서 나고 자란 상우 역의 조인성은 "더 가지려는 욕심인 것 같다"며 "그것이 상의 균열을 만들었고, 가지려고 하는 욕망이 결국 탐하지 말아야 할 것을 탐하게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고 노동자이자 총파업 강제 진압 현장에서 겪은 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호석 역의 설경구는 "호석은 자신이 빼앗겼다고만 생각했는데, 상우를 통해 느끼는 열등감이 호석이 탐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호석의 아내이자 총파업이 가족에게 남긴 후유증 속에서도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미옥 역의 전도연은 자신이 맡은 인물이 탐한 것으로 "자유"를 꼽았다.

그는 "생각만 하고 욕망처럼 품고 있었던 것이 상우를 통해 자유에 대한 욕망으로 드러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넷플릭스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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