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자칫하면 다 잡은 경기를 내줄 뻔했던 KT 위즈.
하지만 후반기 '미스터 제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4년 차 사이드암 김정운의 호투가 KT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KT는 2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9-8,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경기는 7회까지 KT의 원 사이드 게임이었다. 1회 샘 힐리어드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린 KT는 2회 장준원의 3점 홈런과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 등으로 5-0까지 달아났다. 장준원은 3회에도 2점포를 터트려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선발 고영표가 7회 양석환에게 솔로포를 허용할 때까지 실점 없이 호투하는 사이, KT는 한승택까지 홈런 행진에 가담하면서 7회까지 9-1로 앞서고 있었다.
이에 KT는 8회 안현민과 최원준, 한승택 등을 빼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그런데 8회 등판한 스기모토 코우키가 무사 1, 3루에서 폭투와 적시타를 허용해 2점을 내줬다. 급히 주권이 구원등판했지만, 1사 후 김민석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9-4까지 쫓겼다.
KT는 마무리로 낙점한 손동현을 조기에 투입했으나, 2아웃을 잡은 후 유니오 세베리노에게 포크볼을 던졌다가 3점 홈런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박지훈까지 백투백 홈런을 터트리면서 순식간에 경기는 한 점 차가 됐다.
손동현이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류승민에게도 안타를 허용하자, KT는 김정운을 등판시켰다.
여기서도 출루를 허용했다면 경기의 양상은 알 수 없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김정운은 베테랑 손아섭에게 체인지업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147km/h 패스트볼 2개를 연달아 스트라이크존에 꽂으며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정운은 첫 타자 오명진에게 피치클락 스트라이크를 얻어내는 행운 속에 공 3개를 던져 삼진을 잡았다. 이어 이유찬에게도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면서 카운트를 잡은 후, 역시 패스트볼을 통해 헛스윙을 이끌었다.
안재석에게 안타를 맞으며 주자를 내보냈지만, 김정운은 김민석과 7구 승부 끝에 바깥쪽 148km/h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해 결국 삼진을 잡았다.
이날 김정운은 1⅓이닝을 던지면서 안타 하나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4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커맨드가 흔들리지 않고 과감한 승부를 펼치는 시원시원한 모습이 일품이었다. 데뷔 첫 세이브는 덤이었다.
덕분에 패배 위기에서 탈출한 KT는 2연승을 달리며 시즌 78승 47패 4무(승률 0.624)를 기록하게 됐다. 같은 날 2위 삼성 라이온즈가 패배하면서, KT는 3.5경기 차 1위를 달리게 됐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김정운은 올해 1군 15경기에서 1승 무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 중이다. 15⅔이닝 동안 19개의 삼진을 잡았고, 피안타율 0.193과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9를 기록하고 있다.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 지명을 받은 김정운은 지난해 말 상무에서 전역했다. 5월 1군에 콜업됐지만, 5경기 등판 후 한동안 2군에 머물렀다. 그래도 퓨처스리그 22경기에서 1.9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52이닝 동안 볼넷을 9개만 내주는 등 과감한 승부가 돋보였다. 이에 그는 8월 중순 1군에 돌아왔다.
이후 김정운은 10경기에서 9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하나의 자책점도 내주지 않았다. 피안타율도 0.091로 1할이 채 되지 않았다.
사령탑도 호평을 내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팀이 힘들 때마다 하나씩 나온다"며 "볼이 지금 제일 좋다. 내년에는 아프지만 않으면 잘 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안게임에 (선수 3명이) 갔는데, 걔(김정운)마저 없었으면 깝깝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김)정운이를 수요일(23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로 쓰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그러면 중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구가 되고, 체인지업이 괜찮아서 좌우로 쓸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투구를 통해 박영현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비어있는 KT의 마무리투수 자리를 김정운이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