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저희 경기도 방송해 주세요."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1호 금메달은 아쉽게도 TV 전파를 타지 못한 가운데 나왔다.
그는 시상식을 마친 뒤 방송사 인터뷰 도중 "저희 중계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방송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성승민은 20일 일본 아이치현 안조시 안조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근대5종 여자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따냈다. 성승민은 1492점을 따냈다.
성승민은 2년 전인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아시아 여성 첫 메달리스트가 되는 기록을 남겼다.
올림픽 입상을 통해 이번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전체 1호 금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는데 부담을 이겨내고 보란듯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성승민은 아울러 한국 스포츠 최초로 아시안게임 근대5종 여자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는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장애물 경기, 레이저 런(육상+사격)을 순차적으로 모두 수행하는 종목이다.
파리 올림픽까진 승마가 있었으나 선수들이 말을 추첨으로 뽑아 경기하다보니 우수한 선수들이 말 문제로 대회를 망치는 경우가 많아 종목이 바뀌었다. 종목 별로 포인트를 쌓아 높은 점수순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성승민은 이날 금메달 외에 은메달도 하나 챙기며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각국 출전 선수 중 개인전 상위 3명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에서 김은주(강원도체육회·개인전 1399점 7위), 신수민(LH·개인전 1380점 12위)과 합산한 한국 대표팀의 기록이 중국(4318점)에 이어 2위여서다.
성승민은 이날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중국 선수들의 추격을 받았으나 뿌리치고 금메달을 지켜냈다.
이날 결승에선 17일 진행된 준결승을 통과한 18명의 선수가 메달을 놓고 경쟁했다.
에페 5점 내기 토너먼트로 진행된 펜싱에서 성승민은 첫판인 16강전부터 율리아나 페트로바(카자흐스탄)를 5-4 따돌린 것을 시작으로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준결승에선 중국의 장밍위를 제압했고, 이어진 대표팀 동료 김은주와의 결승 맞대결에서도 이기며 전체 1위에 올라 250점을 획득했다.
성승민은 다양한 형태의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장애물 경기에서도 29초26이라는 개인 최고 기록으로 358점을 얻어 합산 608점으로 1위를 달렸다.
수영에서는 3조 3위(1분01초14) 전체 7위 기록으로 295점을 따내 3개 종목 합산 순위에서도 선두를 지켰다.
3개 종목 성적으로 출발 시간에 차등을 두는 레이저 런에서 성승민은 2위보다 18초 먼저 출발해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 나갔고, 가장 먼저 레이스를 마치며 새 역사를 완성했다.
결국 이 종목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했던 장밍위(1460점)을 32점 차로 밀어냈다. 3위는 1447점을 기록한 우시야오(중국)에게 돌아갔다.
성승민은 시상식 뒤 "준결승에 이어서 오늘도 모든 종목을 모두 군더더기 없이 마무리해 기분이 좋고,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파리 올림픽 때도 (아시아0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타이틀을 얻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 때와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경기 운영에서 너무 긴장만 하지는 않고, 분위기를 조금은 즐길 수 있는 선수가 된 것 같다"고 자평한 그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성승민은 이날 경기를 통해 2014 인천 대회 양수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김세희, 2022 항저우(1년 지연 개최) 대회 김선우의 은메달을 넘어서 아시안게임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의 메달 색깔을 드디어 금빛으로 바꿨다.
일반부 등록 선수가 28명에 불과한 근대5종 여자부에서 이뤄낸 업적이다.
수영 선수로 커리어를 시작한 성승민은 대구체중 재학 시절 근대5종으로 전환해 빠르게 두각을 드러냈고 고등학생이던 2021년 처음으로 성인 대표로 선발됐다.
수영은 물론 레이저런에서 두각을 보인 성승민은 과거 근대5종에 포함됐던 승마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2022 항저우 대회 당시 메달 기대주였지만, 승마 경기에서 말이 여러 차례 장애물을 지나치는 불운 속에 입상하지 못했다.
성승민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더 큰 무대인 2024 파리 올림픽이었다. 여자 개인전 동메달을 차지한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성승민은 여자 근대5종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성승민에게 좋은 소식도 전해졌다. 파리 올림픽 끝으로 승마가 근대5종 종목에서 빠지고 장애물 경기로 변화하면서 성승민 입장에선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의 경우 말을 추첨으로 선수에 배당하는 방식이어서 말이 말썽을 부리면 아무리 훌륭한 선수도 실격으로 탈락하기 일쑤였다.
승마가 사라진 지금 방식 아래 성승민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변함 없는 컨디션을 드러냈다. 첫날 펜싱 시드라운드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뽐내더니 준결승과 결승에서도 안정적인 기량을 유지하며 마침내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성승민은 "오늘 펜싱부터 1위로 마쳤고, 제가 좋아하는 장애물에서도 준결승의 30초대보다 더 좋은 29초대 기록이 나와 무척 기분이 좋다"면서 "수영과 레이저 런은 항상 좋아하고 자신 있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애물에 대해선 "사실 아직 겁도 많이 나고 적응하는 중인데, 훈련을 더 하면서 저만의 기술과 경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펜싱, 장애물, 수영 성적에 따라 출발 시점에 차이를 두는 마지막 레이저 런을 선두에서 시작하며 중국 선수들의 추격을 받았던 그는 "시작 전에는 긴장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서는 뒤에 선수들은 보지 않고 앞에 제 것만 보며 했다"고 전했다.
성승민은 이번 한국 선수단 전체 첫 금메달을 따냈다는 점에 대해선 경기 전 알고 있음에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음을 털어놨다.
그는 "(경기 시간상) 제가 메달을 따게 되면 첫 금메달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섣불리 생각하지 않으려 자제했다"며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 무척 뜻깊다. 앞으로 경기할 우리나라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다른 종목 선수들을 응원했다.
근대5종이 조직위 방송 제작 편성 경기에서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연속으로 빠져 성승민의 골인 장면을 국민들이 TV 통해 지켜보지 못한 것은 이 종목의 세계 정상급 선수로서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성승민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마무리한 뒤 "저희 중계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방송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