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이우진 기자) 선수로, 코치로, 감독으로 수없이 드나들었던 추억의 장소와도 이제 작별이다.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자신의 마지막 잠실야구장 경기를 앞두고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한화는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6차전을 치르는 중이다.
이날 경기는 올 시즌 두 팀의 마지막 맞대결인 동시에 한화가 잠실야구장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 한화는 이날 이후 잠실 원정 일정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현재의 잠실야구장은 2026시즌을 끝으로 프로야구 경기장으로서 역할을 마치고 철거 수순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 사업을 통해 기존 야구장 자리에 새로운 돔구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LG와 두산은 2027년부터 잠실 주경기장을 개조한 대체구장을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한화가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잠실을 다시 찾지 않는 이상 이날 경기는 김 감독이 현 잠실야구장에서 지휘하는 마지막 경기가 된다.
김 감독에게 잠실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장소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한 김 감독은 포수로 활약하며 그해 OB의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다. OB가 1985년부터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김 감독과 잠실의 본격적인 인연도 시작됐다.
김 감독은 1982년부터 1989년까지 OB에서 뛰었고 1990년 태평양 돌핀스로 옮겼다가 1991년 다시 OB로 돌아와 현역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 통산 기록은 703경기 타율 0.220, 329안타, 6홈런, 126타점이다.
유니폼을 벗은 뒤에도 잠실과의 인연은 계속됐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거친 김 감독은 1998년 OB로 돌아와 코치를 맡았고, 이후 두산으로 구단명이 바뀐 뒤에도 2003년까지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2004년에는 두산의 사령탑에 오르면서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는 감독이 됐다.
김 감독은 2004년부터 2011년 6월까지 두산을 지휘하며 정규시즌 960경기에서 512승432패16무를 기록했다. 2005년과 2007년, 2008년에는 두산을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놓으며 잠실에서 수많은 가을야구 경기를 치렀다.
선수와 코치, 감독까지 합하면 잠실에서 보낸 세월만 수십 년에 이른다.
김 감독은 현 잠실야구장이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올해 이미 특별한 방식으로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지난 7월 잠실에서 열린 2026 KBO 올스타전에서 OB 시절 배터리를 이뤘던 '불사조' 박철순의 공을 직접 받는 시포자로 나섰다. 잠실에서 열린 마지막 올스타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리고 두 달여가 흐른 이날, 김 감독은 한화 사령탑으로 현 잠실야구장에서의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를 맞이하게 됐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이날이 한화의 마지막 잠실 원정이라는 이야기에 "그러네요, 보니까. 다 끝났고 오늘 LG 경기가 마지막이네"라고 말했다.
잠실에서 워낙 많은 시간을 보낸 만큼 감회도 남다를 법했다.
1980년대에는 안방마님으로 홈플레이트를 지켰고, 은퇴한 뒤에는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했다. 2004년부터는 두산 사령탑으로 7년 넘게 1루 더그아웃을 지켰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흘러 이제는 상대 팀인 한화를 이끌고 3루 더그아웃에서 잠실과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김 감독은 잠실에서 쌓은 수많은 기억을 떠올린 듯 "시간이 빠르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짧게 소회를 밝혔다.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한화는 최근 6연패에 빠지면서 시즌 54승71패4무(승률 0.432)로 9위까지 내려앉았다. 8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0.5경기 차다. 이날 LG를 꺾으면 길었던 연패에서 탈출하는 동시에 올 시즌 LG전 상대 전적을 9승7패로 마쳐 2018시즌 이후 8년 만에 LG전 우위를 확정할 수 있다.
잠실에서 수많은 승리와 패배를 경험했던 김 감독에게도 마지막으로 남은 바람은 승리였다.
김 감독은 이날이 철거를 앞둔 잠실야구장에서 치르는 사실상 마지막 경기라는 말에 "오늘 연패도 끊고,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1985년 OB 선수로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뒤 40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선수와 코치, 두산 감독을 거쳐 이제 한화의 사령탑으로 돌아온 김 감독이 추억이 가득한 잠실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그가 길었던 잠실과의 인연을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