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아직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듯 초반 출발은 무거웠다.
하지만 여자농구 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점점 몸을 풀면서 기분 좋은 대승을 챙겼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FIBA 세계랭킹 14위)은 18일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세계 83위)와 대회 C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106-40, 66점 차 대승을 거뒀다.
2014년 홈에서 열린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 사냥에 나서는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경기를 시작으로 21일 오후 1시에 몽골과 맞붙고, 22일에는 대만과 일전을 벌인다.
박수호호는 8월 일본 평가전에 이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6 FIBA 여자농구 월드컵까지 출전한 후, 잠시 한국에 돌아왔다가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에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우려될 수밖에 없었다. 주장 강이슬은 출국을 앞두고 "월드컵을 마친 직후라 체력적인 부담이 걱정된다"고 했고, 막내 정현은 "아직 시차적응이 안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오전 10시에 경기를 치르면서 낯선 시간대에 선수들은 초반 고전했다. 야투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1쿼터 중반까지는 오히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말레이시아에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2개의 라인업을 돌린 대표팀은 번갈아가며 코트에 나오며 조금씩 적응해갔다. 안혜지~이소희~강유림~이해란~진안이 스타팅으로 나선 한국은, 1쿼터 중반부터 나온 허예은~박소희~정현~홍유순~최이샘 조합이 공격에서 힘을 내면서 격차를 벌렸다. 한국은 3점슛 15방을 터트리면서 격차를 벌렸다.
수비에서도 피지컬의 우위를 앞세운 강한 압박으로 34개의 턴오버를 유도하면서 말레이시아의 흐름을 끊었다. 리바운드에서도 52-26으로 정확히 2배 차이를 보여줬다.
한국은 이소희가 3점슛 5개를 포함해 21득점을 기록했고, 최이샘도 19득점 7리바운드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6명의 선수(이소희, 최이샘, 이해란, 강유림, 정현, 허예은)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가운데, 4쿼터 박소희의 3점이 터지면서 출전선수 10명 전원이 득점을 기록했다.
1쿼터 초반 한국은 공격에서 여러 차례 찬스를 만들고도, 정작 메이드가 되지 않으면서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이소희의 자유투 득점으로 먼저 점수를 올렸으나, 오히려 말레이시아가 좋은 움직임으로 한국의 수비를 흔들면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의 분위기가 바뀐 건 선수 교체 이후였다. 허예은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찬스를 봐줬고, 본인의 득점으로 첫 야투 성공을 기록했다.
쿼터 중반까지 점수가 나지 않던 한국은 4분 안쪽으로 접어들면서 최이샘의 3점포와 홍유순의 스틸 후 속공 득점 등으로 흐름을 가져왔다. 수비 압박 강도를 높이자 말레이시아는 턴오버를 남발했고, 최이샘이 찬스를 깔끔하게 성공하면서 점점 격차를 벌렸다. 막판 자유투까지 들어가며 한국은 22-10으로 1쿼터를 마쳤다.
이후 두 팀의 격차는 2쿼터 들어 더 벌어졌다. 이해란과 이소희가 포문을 열었고, 강유림이 외곽에서 상대를 흔들었다. 빠르게 20점 차 이상을 만든 한국은 허예은과 최이샘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2쿼터를 37-12, 무려 25점 차로 마치면서 크게 달아났다.
한국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조 1위를 위해서는 득·실점 기록도 중요했기 때문에, 한국은 격차가 벌어졌다고 멈출 수 없었다. 장신 자원 진안과 이해란이 골밑을 흔들었고, 이소희는 장기인 속공과 3점슛으로 힘을 보탰다.
3쿼터 3분 30여 초 남은 상황에서 한국은 50점 차(76-25)까지 도망가면서 승기를 잡았다. 홍유순과 정현 등 어린 선수들도 자신의 장점을 살려주면서 다음 경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끝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은 한국은 3쿼터까지 득점이 없던 안혜지가 페인트존 득점, 박소희가 3점포를 터트렸다. 그러면서 관리 차원에서 출전하지 않았던 강이슬을 제외한 전원이 득점에 성공했다. 한때 70점 차까지도 벌어졌지만, 막판 마무리가 안 되면서 결국 66점 차로 경기를 끝냈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4차례 금메달을 차지했다. 1978년 방콕 대회를 시작으로 1990년 베이징, 1994년 히로시마, 그리고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후 남북단일팀으로 나왔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은메달, 2023년 열린 항저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박수호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부상자 없이 대회를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주장 강이슬은 "월드컵 때와 다르게 박지현이 없고, 박지수도 빠졌다. 주축 멤버들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고 온 상태다. 특히 이해란, 이소희 같은 어린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