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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선을 넘다②] 고인이 노래하고, 아이유·박명수 목소리 훔친다…AI와 불편한 공존 (창간 19th)

기사입력 2026.09.27 07:55

Mnet 방송화면
Mnet 방송화면


AI가 만든 노래를 듣고, AI가 참여한 예능과 드라마를 보는 시대가 됐다. AI는 방송과 가요 등 콘텐츠 산업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며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창작자의 일자리와 저작권 문제부터 유명인의 목소리와 초상을 무단으로 활용한 허위·조작 콘텐츠까지 다양한 부작용이 뒤따른다. 창간 19주년을 맞은 엑스포츠뉴스는 연예계에 스며든 AI의 명과 암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예은 기자) AI가 다신 들을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만들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함부로 사용한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요계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고인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작사, 작곡, 편곡, 가창까지 AI의 영역이 됐다. 음악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손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누군가는 목소리를 빼앗긴다. 기성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커버곡이 쏟아지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콘텐츠까지 유통된다. 가수의 목소리에 대한 권리와 더불어 기존 창작물의 저작권을 둘러싼 문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기존 가요계 창작자들의 일자리 문제도 현실화됐다.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 AI가 넓힌 가능성만큼 인간 창작자의 권리와 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송가인 뮤직비디오
송가인 뮤직비디오


▲ AI 시대, 달라진 가요계 

2008년 세상을 떠난 고(故) 터틀맨이 2020년 거북이 멤버들과 가호의 '시작'을 열창했다. 고 김광석과 고 임윤택의 목소리 역시 AI를 통해 다시 구현됐다. 과거 영상과 음원에만 존재하던 고인의 목소리로 새로운 노래와 무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고인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데 활용됐던 AI는 가요계 새로운 창작 도구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와 음악을 접목한 연구로 카이스트 박사 학위를 취득한 가수 박새별은 자신의 목소리를 남자 목소리로 변환해 AI 남성 보컬 앨범을 발매했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의 악기를 AI로 연주한 앨범도 선보였다. 

AI의 활용 범위는 음악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가수 송가인은 앨범 아트워크, 콘셉트 포토, 뮤직비디오까지 모두 AI 기법을 도입해 만들었다. 이에 송가인의 '꽃이 아니면 어떤가(질경이)' 뮤직비디오에서는 실제 송가인의 모습보다, AI로 구현된 송가인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급기야 AI 자체가 '가수'가 되는 단계까지 왔다. 지난달 데뷔한 AI 아티스트 로진은 프로듀서 팀과 AI의 협업으로 음악을 만들고, 47개 국어 이상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AI 기술을 내세웠다.

AI 가수 로진
AI 가수 로진


▲ 누구나 만들고 누군가 부른다 

작사, 작곡, 편곡과 가창. 과거엔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생성형 AI가 음악 제작의 문턱을 낮췄다.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아도 AI로 곡을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AI 작곡 경연대회도 열렸다. 지난 7월, 스위스 몽트뢰에서 열린 AI 작곡 경연에서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이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비단 '초보 창작자'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박새별처럼 기존 음악인 역시 AI를 새로운 창작 도구로 활용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종임 박사(문화연대 집행위원, 경희대 강사)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AI 창작이나 예술은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체험과 기회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AI는 음악 창작의 문턱을 낮추고, 가요계에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다만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그 이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 누구의 목소리, 누구의 음악인가 

AI 활용이 손쉬워진 만큼 저작권과 가수의 목소리를 둘러싼 권리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커버'. 비비의 '밤양갱'이 인기를 끌 당시 아이유, 혁오, 박명수 등의 목소리를 입힌 커버 영상이 등장해 수십만에서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박명수는 당시 "저는 그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 우리 연예인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응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재현할 수 있게 된 상황. 이를 어디까지 개인의 권리로 보호할 것인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원곡의 가사와 멜로디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있다. 해외에서는 소니뮤직과 워너채플뮤직이 AI 기업 앤트로픽을 상대로 수천 곡 이상의 가사와 악보를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종임 박사는 "저작권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이용자 역시 AI를 사용하는 데에 활용되는 데이터 사용에 문제가 없는지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AI 기술을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AI 기술을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괜찮다'고 여기는 문제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문제는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는다. AI 기술의 발달은 기존 창작자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로도 이어진다. AI가 작사와 작곡, 편곡 그리고 가창과 사운드 제작 영역까지 파고들면서 인간 창작자의 역할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종임 박사는 "AI를 활용해 새로운 음악을 창작할 때 인간 창작자가 어떤 관여도를 가질 수 있는지, 어느 정도 능동적 주도가 가능한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비용"이라며 기업이나 제작사, 기획사가 비용을 이유로 인간 창작자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 AI와 가요계, 공존의 조건은

이미 가요계 깊숙이 들어온 AI를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 AI와 가요계가 공존하면서도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올해 시행된 AI 기본법은 생성형 AI 결과물에 대한 고지·표시 의무를 두고 있지만, 가수의 목소리나 얼굴을 AI가 학습·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리 문제까지 충분히 다루지는 못한다. 지난 1월에는 AI 커버곡·딥페이크 등으로부터 개인의 음성과 초상 등을 보호하기 위한 '퍼블리시티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도 발의됐다.

지식재산처는 최근 CJ ENM,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5개 연예기획사와 '퍼블리시티권 보호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AI로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가 무단 활용되는 사례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종임 박사는 "가수와 창작자를 위한 저작권법 등 창작자 보호 대안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제도 담론이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와 가요계의 공존에는 제도적 장치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AI가 만든 음악이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종임 박사는 최근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예로 들었다. 필름 촬영과 사람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에 대중이 호응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AI 창작이나 예술은 감동을 주는 예술, 음악 등을 고려한다면, 쉽게 선택되고 쉽게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라이브 음악, 창작자 주도의 콘텐츠, 예술 등이 더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AI 음악을 "일종의 패스트 푸드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AI 이미지, 영상이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라고 불리듯 음악도 다르지 않다. 오래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음악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앤소니 홉킨스의 '클래식 음악' 음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가요계에 깊숙이 스며든 AI. 이제 AI 없는 가요계를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AI의 활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요계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사진 = Mnet 방송화면, 송가인 MV, 우유미디어랩·스튜디오명불허전, 지식재산처, 유튜브 갈무리 

김예은 기자 dpdms129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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