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9-10 00:53
연예

'유퀴즈', '피터팬 아빠' 故 전경철 추모 방송…"아빠의 가을은 조금 일찍 왔습니다" [엑's 이슈]

기사입력 2026.09.09 23:07

'유퀴즈'
'유퀴즈'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중증 자폐 아들을 27년간 홀로 돌본 '피터팬 아빠' 고(故) 전경철 작가의 마지막 이야기를 되짚으며 고인을 추모했다.

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말미에는 지난 5일 세상을 떠난 전경철 작가를 기리는 추모 영상이 공개됐다.

"어느새 가을이 왔습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된 영상에는 생전 전 작가가 아들 전제원 씨와 함께했던 마지막 시간이 담겼다.

전 작가는 중증 자폐인 아들을 공동체 마을에 입주시킨 뒤, 생의 마지막 소원 중 하나로 아들과의 캠핑을 꿈꿨다.

생전 '유퀴즈'에 출연했던 그는 "아주 가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단풍이 우거졌을 때 여기서 아들하고 하룻밤 자면 죽이겠네'라고 했더니 '합시다'라고 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간암 말기 투병 중이었던 전 작가에게 가을은 기약하기 어려운 계절이었다. 그는 "아산 교수들, 의사들 이야기로는 가을까지는 안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유퀴즈'
'유퀴즈'


이후 늦은 밤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부자의 마지막 캠핑이 성사됐다. 전 작가는 "그날 밤 11시인가 전화가 왔다. '일요일에 갑시다. 캠핑'"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퀴즈' 측은 "아빠의 가을은 조금 일찍 왔었습니다"라며 "중증 자폐인 아들을 평생토록 키워낸 故 전경철 작가. 보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건넸던 두 사람의 마지막 밤"이라는 자막을 더했다.

특히 전 작가는 아들과 함께한 그날 밤을 떠올리며 "그날 제 아들은 하룻밤도 안 잤다. 1초도 잠들지 않고 저를 지켜만 보더라"고 전했다.

평생 말하지 못했던 "아빠"라는 말을 선물처럼 남긴 아들은 다시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유퀴즈' 측은 "때로는 이것이 마지막임을 어쩔 수 없이 예감하는 때가 있습니다. 아들처럼 영문도 모르고 서운한 사람도 있고, 모든 것을 알기에 보내줘야 하는 쪽도 있습니다"라며 두 사람의 마지막 이별을 되짚었다.

이어 "평생을 바쳐 한 사람을 바라본 애틋한 부정, 그리고 가슴 아픈 이별을 통해 아들에게 선물한 새로운 삶. 고단한 생의 책임을 다한 전경철 작가"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전 작가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꿈도 다시 조명됐다. 그는 "또렷한 정신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네버랜드'라는 꿈을 그때 꿨다"며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어 "그걸 만약 해냈다고 하고 아들한테 가는 거다. 아들이 '아빠가 해낼 줄 알았어. 멋있다, 우리 아빠'라고 말하는 것. 사실은 그 말이 듣고 싶은 것"이라고 고백했다.

아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기억해줬으면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전 작가는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이 잊고 너의 행복만을 위해서 살아라'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건 솔직하지 못한 이야기"라며 "희미하게 기억나는 남자가 있긴 하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갑자기 늙은 남자가 있었는데 나를 바라봐 줄 때면 많이 따뜻했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다 줬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떠올리면 문득 그립긴 한 정도로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유퀴즈'
'유퀴즈'


그러면서 "저는 당연히 27년간 행복하게 해줬던, 잘생긴 아기를 품에 안고 있을 거고요"라고 말해 먹먹함을 안겼다.

추모 영상은 "행복했던 소풍을 마친 전경철 작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마지막 자막과 함께 마무리됐다.

전경철 작가는 정신연령이 2~3세 수준인 중증 자폐 아들을 27년 동안 홀로 양육하며 겪은 이야기를 에세이 '안녕, 피터팬'에 담아 세상에 알렸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아들을 돌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나아가 성인 중증 자폐성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보다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피터팬재단' 설립과 발달장애인 공동체 건립을 추진하는 등 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지원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전 작가는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별도의 빈소를 마련하지 않는 무빈소 장례로 진행됐으며, 장례를 마친 뒤 아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나무 아래 수목장으로 영면에 들었다.

사진=tvN 방송화면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