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중국 마스터즈 3연패를 앞두고 마지막 관문만 남겨두게 됐다.
라이벌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완파하고 결승에 오른 안세영은 2024, 2025년에 이어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중국 선전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 3위 야마구치와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중국 마스터즈(슈퍼 750) 여자단식 준결승 2게임서 2-0(21-13 21-15)으로 승리했다.
지난달 23일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맞붙은 지 불과 13일 만의 재대결이었는데 안세영이 압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1게임 초반 야마구치에게 리드를 내줬던 안세영은 6-6 동점 상황에서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단숨에 격차를 벌렸다. 야마구치의 범실이 나온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리드를 안은 채 인터벌(휴식시간)에 돌입한 안세영은 20-10까지 압도적으로 앞서나갔고, 야마구치는 범실로 계속해서 점수 차가 벌어지자 라켓을 손 위로 흔들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세영은 게임포인트 상황에서 야마구치에게 한 점 내줬다. 이어 야마구치의 득점이 나오자 셔틀콕이 나갔다며 챌린지를 요청했지만 들어왔다는 판정이 나오며 한 점 더 실점했다.
야마구치는 3연속 득점까지 성공했으나 마지막 공격이 네트에 걸리며 21-13으로 안세영이 1게임을 챙겼다.
2게임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안세영이 초반에만 6연속 득점을 쓸어담으며 야마구치의 기세를 완전히 눌러버렸다. 야마구치가 마침내 1점 따냈으나 이미 의욕을 크게 잃은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경기는 무의미 했다.
야마구치는 경기 내내 멍한 표정을 짓는 등 전의를 상실한 모습을 보였으나 그래도 세계 3위 답게 잘 따라왔다. 안세영이 2점을 추가하는 동안 야마구치는 5득점에 성공하며 8-5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안세영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야마구치 쪽으로 넘어가는 듯하자 2연속 득점으로 재차 야마구치의 기를 눌렀고, 11-7로 인터벌에 돌입했다.
15-9 상황에서 야마구치의 공격을 안세영이 절묘한 수비로 막아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야마구치는 무표정으로 의욕 없이 경기를 계속 이어갔고, 안세영은 20-14로 매치포인트에 도달했다.
야마구치가 한 점 만회했으나 안세영이 20-15로 경기를 끝냈다.
안세영의 올해 성적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승리로 올해 48승1패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중국 왕즈이에게 패한 것이 유일한 흠이다. 이후에는 31경기를 내리 이겼다.
개인전에서는 말레이시아 오픈(슈퍼 1000)과 인도 오픈(슈퍼 750)을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 싱가포르 오픈(슈퍼 750),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 세계선수권까지 6차례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단체선수권과 우버컵 우승까지 더하면 올해에만 이미 8개의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시즌 도중 부상을 입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세영의 상승세는 놀랍다.
안세영은 지난 7월 일본 오픈 여자단식 16강을 앞두고 기권했다. 32강 경기 도중 발생한 왼쪽 발 외측 부위 통증으로 인해 대회 기권을 결정했다.
안세영이 통증을 호소한 부위는 과거에도 훈련과 경기 도중 문제를 일으켰던 곳이었다. 회복에 전념한 안세영은 이어진 중국 오픈도 불참해야 했다.
세계선수권을 통해 복귀한 안세영은 초반 경기들에서는 다소 무거운 움직임을 보여줬으나 경기를 거듭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조금씩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던 안세영은 한웨, 왕즈이 등 중국 강자들을 연달아 격파하더니 야마구치와의 결승전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경기력도 압도적이다. 32강에서 세계 17위 린샹티를 33분 만에 2-0(21-11 21-3)으로 눌렀다. 16강에서는 중국 한첸시를 2-0(21-14 21-7)으로 제압했다.
김가은과의 8강 '코리안 더비'에서는 37분 만에 2-0(21-11 21-10)으로 돌려세웠다. 세 경기에서 단 한 게임도 잃지 않았고 6게임 가운데 상대에게 15점 이상을 허용한 적조차 없다.
야마구치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2강 황유쉰을 2-0(21-11 21-14)으로 잡았고 16강에서 심유진을 역시 2-0(21-15 21-16)으로 꺾었다. 8강에서도 수파니다 카테통을 2-0(21-18 21-16)으로 제압했다. 야마구치 역시 무실게임으로 4강까지 올라왔다.
지난 7월 중국오픈(슈퍼1000)에서는 천위페이를 2-0(21-18 21-16)으로 꺾고 우승했다. 세계선수권에서도 마지막에 안세영에게 패하긴 했지만 결승까지 올라온 만큼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두 선수 사이의 힘의 방향은 최근 완전히 뒤집혔다. 안세영은 이번 맞대결 전까지 야마구치와 통산 전적에서 20승15패로 앞섰다.
지난해 9월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패한 뒤 이번 승리까지 7연승을 챙기게 됐다. 올해만 싱가포르 오픈과 인도네시아 오픈, 세계선수권 등 세 차례 결승에서 세 차례 만나 모두 안세영이 웃었고 이번엔 준결승에서 이겼다.
특히 세계선수권에서는 2-0(21-17 21-14)으로 완승하며 야마구치의 대회 2연패를 저지했다.
그리고 이날도 야마구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상대 전적 21승15패를 만들었다.
안세영은 2024년과 2025년 중국 마스터즈를 연속 제패했다. 이번에도 정상에 서면 대회 3연패를 완성한다. 야마구치를 넘은 안세영은 결승에서는 세계 2위 왕즈이와 일본의 미야자키 도모카 경기 승자를 만난다.
이번 대회는 19일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치르는 사실상의 마지막 모의고사이기도 하다.
아시안게임은 안세영에게도 중요한 대회다. 최근 세계선수권 정상 등극으로 통산 두 번째 그랜드슬램을 향한 첫 단추를 뀄기 때문이다.
오는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정상에 오른다면 여자단식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더블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게 된다.
안세영이 올해 9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고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