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주심이 한국 여자축구 레전드 지소연을 향해 경기 도중 부적절한 발언을 해 생긴 논란이 결국 징계 건의 대상으로 결정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로 넘어간다.
대한축구협회 아마심판평가협의체는 3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회의를 열고 지난달 28일 수원FC위민과 서울시청의 2026 WK리그 22라운드 경기 도중 불거진 심판 관련 사안을 두고 경기 상황과 심판 판정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심판규정에 따라 관련 내용을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에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경기 당시 상황을 포함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규정과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징계 대상 여부와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28일 경기 도중 수원FC위민 소속 지소연이 경기 중 배선영 주심으로부터 부적절한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지소연은 해당 발언을 두고 주심에게 문제를 제기하며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옐로카드였다. 지소연만이 아니라 수원FC위민 구단 관계자들도 벤치에서 일어나 배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게다가 배 주심이 지소연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소연이 물병을 던지자 레드카드를 꺼내는 모습이 포착돼 주심의 권한을 앞세워 지소연의 입을 닫게 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지소연은 레드카드를 받지는 않았다.
수원FC위민 구단 측이 배 주심이 지소연에게 월경을 뜻하는 은어인 '걸스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소연은 경기 후 연합뉴스를 통해 배 주심이 무선 교신으로 "얘가 초반부터 예민하다. 걸스데이인가 봐"라고 말한 것을 듣고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지소연은 "이전부터 상대 선수의 심한 파울이 나와서 항의를 좀 했다. 문제의 상황에서도 어필을 하던 중 그런 얘기를 제 옆에서 한 것"이라며 "그 말을 듣고 '선생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그런 말씀 하시면 징계감이에요'라고 했더니 경고를 주더라"라고 설명했다.
배 주심 측은 자신의 발언이 지소연을 비롯해 특정 선수를 지칭한 게 아니라 심판들끼리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팀 또한 "교신 과정에서 생리라는 과정을 사용하지 않았고, 특정 선수를 지칭한 것도 아니었다"라며 해당 발언이 지소연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성명을 통해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진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심판의 권력 남용"이라며 배 주심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근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공동회장은 "선수를 가까이에서 보호해야 할 심판이 양 팀 선수들이 듣는 앞에서 특정 선수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안겼다"며 "이를 무마하기 위해 카드를 무기 삼아 권력을 휘두른 행태는 전 세계 어느 프로리그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끔찍한 만행"이라고 분노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도 나섰다.
여자축구연맹은 "경기 중 제기된 심판 관련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안을 선수가 심판진의 무선 교신 과정에서 자신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고 인식하고 이에 문제를 제기한 사안인 만큼 선수의 인격과 존중의 문제를 포함해 리그 구성원 간 상호 존중과 신뢰, WK리그의 공정한 경기 운영 환경과 직결된 사안으로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자축구연맹은 대한축구협회의 심판보고서와 경기 감독관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지난달 31일 심판 운영 담당인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팀에 당시 경기 상황과 관련 발언의 경위,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향후 처리 방안을 포함한 공식 입장을 요청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일을 단순히 징계 여부 판단에 그치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에도 나설 방침"이라며 "WK리그를 구성하는 선수와 심판 등 모든 관계자가 서로를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련 교육과 제도 개선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협회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WK리그를 넘어 축구계 전반의 윤리 의식을 높이고 구성원 간 존중 문화를 확산하는 데에도 지속적으로 힘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한국여자축구연맹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